/조석창 문화·교육부장
/조석창 문화·교육부장

여름 뜨거움으로 지친 도민들에게 시원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록되기 위한 등재신청 절차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만약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가 된다면 그동안 염원했던 한지의 세계화가 실제 이뤄지는 것이다.

최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무형문화재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이 2024년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2024년 3월 말까지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2026년 열리는 ‘무형유산보호를 위한 제21차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20년부터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등을 팔을 걷고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계획을 세우고 관련 행보를 진행해왔다.

중국의 선지가 2009년, 일본의 화지가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종종걸음으로 유네스코 등재에 힘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한지의 고장인 전주 역시 전주한지의 원형보존과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2015년 한지산업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한지원료 닥나무 수매사업, 전주한지장 지정, 고종황제와 바티칸 교황간 친서 복본 전달, 전주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에 노력해왔다.

이와 더불어 전주한지는 지난 2020년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로부터 문화재 복원 용지로 인정 받았으며, 지난해 서서학동 일원에 ‘전주천년한지관’을 개관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한지 제조 및 문화 보급 확산을 위해 힘써왔다.

완주군 역시 팔을 걷고 나섰다. 완주는 이미 고려시대부터 닥나무 재배와 한지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1950년대 말까지 한지를 가장 많이 생산했으며, 한지제조업 종사자 수 역시 최고였다. 전주한지 역시 현재 완주 소양면과 상관면, 구이면 등에서 생산된 한지인 셈이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한지의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 등록을 위해 문화재청, 등재추진단, 관계 시군과 지속적 협력을 통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또 이번만큼은 반드시 등재에 성공해 지난 10년 간 한지 등재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에게 보답을 하고 한지의 고장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좀 더 용의주도할 필요가 있다.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등재 일련의 과정 속에 전북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경남 통도사에서 진행된 한지의 날 선포식에는 전북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한지살리기재단이 주최하고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등재 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10월 10일을 한지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역사적 첫걸음을 띤 자리였다.

이날 행사가 유의미한 것은 비단 한지의 날 제정 뿐 아니라 전통한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발걸음 중 하나란 점이다.

한지살리기재단은 전통한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단을 만들었고, 이후 전주 등에서 5차례의 학술포럼 등을 개최하며 그 중요성을 알려왔다.

전북에서는 김혜미자 색지장, 최성일 성일한지 대표 등이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한지의 날 제정식에도 들리지 않는 전북의 목소리가 향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그동안 한지를 위해 고생하고 노력했던 한지장인들을 비롯해 전주시와 완주군으로선 허탈한 심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범 전국적 차원의 움직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전북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경북 한지나 강원 한지 못지 않게 전주 한지가 있음을 널리 알리고 우리의 몫을 우리가 챙겨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지의 날 제정식에도 들리지 않는 전북의 목소리가 등재된 이후에도 들리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이기 때문이다.

/조석창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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