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첫 사진집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인물-풍경사진 담겨

김혜원의 첫 사진집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이 출간됐다.

이 사진들은 용담댐이 건설 중이던 1997년부터 1999년까지 2년 동안 전북 진안군 ‘용담 마을’에서 촬영한 인물 사진, 실내 사진, 풍경 사진 총 50장을 수록한 흑백 다큐멘터리 사진집이다.

1990년에 착공되어 2001년 10월 완공된 용담댐은 ‘전주’권을 포함한 서해안 지역에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 다목적댐이다. 용담댐 건설 공사와 수몰 도로의 이설 공사는 광범위하게 국토를 파괴하고 자연을 침탈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담댐 시리즈’는 1개 읍, 5개 면, 68개 마을, 1,155만 평(36.24㎢)이 물에 잠기고, 이로써 고향을 잃어야만 했던 3,000여 가구 13,000여 명 수몰민들의 견디기 힘든 삶의 유린 현상에 주목했다.

‘용담댐 시리즈’는 1997년 9월부터 1999년 9월까지 2년 동안 ‘용담’ 마을에서 촬영한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으로 시작하여, 1999년 10월부터 2000년 3월까지 5개월 동안 댐 건설 현장에서 촬영한 «용담댐 시리즈-풍경»으로 완성됐다.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은 프롤로그. 수몰민, 폐가, 마을,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총 50점이 수록된 흑백 다큐멘터리 사진집이다.

프롤로그는 국토 개발을 기치로 전통문화를 파괴하고 전통적 가치관을 말살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해 온 산업화 근대화의 시대적 현상을 상징화한 풍경 사진이다.  

수몰민은 참담한 폐허 속에서 마지막 고향 땅을 지키고 있던 ‘용담’ 마을 50여 가구 수몰민들을 촬영한 인물 사진이다. 수몰이나 실향이라는 극한 상황이 유발하는 단순한 감상이나 값싼 연민을 버리고 그 황폐한 땅에서 빛나는 그들의 강인한 생존력과 생활력, 본능적인 생태적 지혜를 35밀리 카메라로 도큐먼트하였다.

폐가는 강제 이주 정책으로 살림살이를 모두 비우고 떠난 텅 빈 방, 살아온 흔적만 남기고 떠난 철거 전 폐가를 촬영한 실내 사진이다. 주인의 체취가 묻어나는 적막한 폐가를 골라 그 실내 분위기가 최대한 살아나도록 자연광을 이용하여 35밀리 카메라의 광각 렌즈로 촬영하였다.

마을은 농촌생활 기반과 전통문화가 파괴되어 마을 전체가 폐허로 변한 종말론적 상황을 포착한 풍경 사진이다. 우리의 고향이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임을 강조하고자 폐허의 황량한 분위기를 한가롭고 목가적인 분위기로 전환하여 표현한 이 풍경들을 6×7센티 중형 카메라로 촬영하였다.

사진집을 나가는 에필로그는 고향땅을 물속에 묻고 타향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수몰민들의 상실의 심정을 상징화한 풍경 사진이다. 

이 사진집은 ‘용담’ 마을을 근대화로 인한 실향의 제유적 공간으로 해석해 1990년대 우리나라 개발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용담’ 마을은 전북 진안군 1개 읍 5개 면 68개 마을뿐만 아니라 당시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던 새만금 간척사업과 후에 백지화로 귀결된 동강 영월댐건설사업 등의 1990년대 우리나라 전 개발 상황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은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과학기술, 산업문명의 패권적 지배 상황과 서구적 자본주의적 일직선적인 진보주의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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