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제25회 새만금 잼버리가 12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잼버리’의 사전적 의미는 ‘보이 스카우트의 야영대회로 흔히 캠핑, 작업, 경기 따위를 한다’라고 되어 있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보이 스카우트 대원이 되는 것은 부러움의 상징이었다. 처음 보는 제복과 모자, 머플러, 휘장 등은 그야말로 ‘멋짐 뿜뿜’이었다. 하지만 스카우트에 가입한다는 건 당시에는 좀 사는 집 아이들이나 꿈꿀 수 있는 일이었기에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었다. 

새만금에서 스카우트 활동이 한창이던 주말에 필자는 우리 직원들과 함께 새만금 잼버리 현장에 봉사 활동을 나갔다. 고향이 부안인 나도 오며가며 보아 왔던 현장인데 그새 도로 등이 새로 나 있는 곳도 있고, 들어가는 데에도 검열을 하고 있어 한참을 돌아서 들어갔다. 현장은 그야말로 사막이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에 폭우 뒤의 땡볕이 내리쬐니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위에서 작열하는 태양빛으로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 수백, 수천 개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저 곳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냉동탑차에 싣고 온 시원한 생수를 지게차로 옮겨서 리어카를 동원해 거점 곳곳을 돌며 배부하기 시작했고, 야영장을 오가는 청소년들에게 ‘Cool Water Free!’를 외치며 시원한 물을 손에 손에 쥐어 주었다. 피부색은 달라도 저 아이들이 다 내 아이 같아 보이는 부모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안쓰러운 생각도 들고 건강이 걱정되기도 해서 마음이 편치 않아 땡볕에서도 힘을 내 생수 배부를 다 마쳤다. 그래도 사진을 같이 찍자며 다가오는 아이들 해맑은 웃음은 잠시나마 힘든 것을 잊게 해 주기도 했다. 어렵게 물 배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지게차에서 내린 그 상태 그대로 방치된 생수병들이 길거리 여기저기 쌓여 있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생수를 시원하게 보관할 곳도, 그 뜨거워진 물이라도 나눠 줄 인력조차 보이지 않는 사막, 그것이 내가 본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이었다.  

잼버리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상식으로 생각해 보았다. 물론 새만금 개발은 전북의 오래된 숙원 사업이고 우리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수십년 동안 방치되어 기반시설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곳에서 잼버리를 강행했어야 하는 것일까. 인근의 다른 장소나 무주도 좋았겠다 라는 말들을 시민들은 많이 한다. 어쨌거나 전북 내의 다른 곳에서 하고 새만금은 아직 개발이 안 되었으니 주변을 둘러보는 정도로 할 수는 없었을까. 결국 새만금 이외의 다른 장소로 대원들을 배분하면서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된 것은 아닌지 싶다. 

새만금 잼버리 부실을 두고, 현 정부는 전 정부의 책임이 더 있고, 전라북도에 책임이 더 많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잼버리 예산 1,171억원 중 87%는 2022년 이후에 집행되었고 윤정부 출범 이후에도 70% 가까이 된다. 또한 조직위는 사업비 중 74%인 875억원을 사용했고, 전북도는 도비 419억원을 투입하고도 실제 배정받은 예산은 265억원 뿐이다. 그런데도 이것이 전 정부 책임이고, 힘 약한 지자체 책임이 훨씬 크다고 헐뜯을 수 있는가. 언론이나 여당이나 마치 전라북도가 예산 빼 먹는 집단인 양 매도하고, 전라북도민을 파렴치한으로 폄훼하는 행태에 분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다. 물론 잘 못한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감사도 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감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라북도를 매장시키려는 시도는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새만금 공사 첫 삽을 뜬 지 32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아직도 개발은 제자리 걸음이고, 그 염원을 담아 잼버리까지 새만금으로 유치했다. 하지만 이번 시행착오가 얼마 전 유치한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개발 등 앞으로의 전북 발전을 저해할 걸림돌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번 잼버리 사태가 전라북도 발전에 마중물이 될 것인지, 걸림돌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 우리의 행보에 달려있다. 정치권이든 행정이든 모든 도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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