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수도권 부동산 시장 양극화 심화

전북 6월말 미분양 주택 4천4가구
전국 미분양주택 6만8,865가구 중
지방 84.3% 5만8천66가구 차지
아파트 매수수요 입지-교통권 좋아
수도권 쏠려 분양시장 양극화 여전
하반기 지방 부동산 시장침체 전망

수도권 신축아파트 청약경쟁 치열
반면 지방지역 청약미달단지 많아
전국 아파트값 상승 지방 보합세
전북지역 아파트 매매값 0.03%↓
서울 매매가격 12억9490만원으로
지방 평균 2억6557만원보다 5배 높아

지방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아파트값이 반등하고 분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지만 지방은 본격적인 상승이 더디기만 하다. 정부의 규제완화, 금리인상 등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경기불황 장기화가 지방과 수도권의 주택시장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전북지역 등 지방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을 비롯해 청약, 입주, 아파트 가격 등에서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점도 없지 않지만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방보다 비교적 불안요소가 적은 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양극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의 부동산 양극화 현상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분양 줄지만 여전히 양극화 

지난해 10월 분양한 군산시내 A민간분양 아파트에는 아직도 미분양 물량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같은 민간분양인 익산시내 B아파트에도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되살아나는 상황에서도 전북지역 등 대다수 지방 미분양은 여전히 쌓여가고 있다. 

전북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 2021년 말에 비하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의 6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전북지역은 4천4가구로 전달 4천15가구 보다 11가구 감소(0.3%)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 133건이던 미분양 주택과 비교하면 무려 2,918%나 늘어나 3000% 상승에 육박한 수치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분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지만 지방은 쌓인 미분양 주택과 분양 시장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월말 기준 전북을 포함한 지방의 전체 미분양 주택은 6만 가구(5만5천829가구)에 육박할 정도다.

전북은 5월 미분양 주택이 4천15가구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수치를 보였다. 

또 전국의 미분양 주택 6만8천865가구 중 지방 미분양 주택은 84.3%인 5만8천66가구를 차지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에도 아파트 매수수요가 입지와 교통이 좋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신도시 등에서 분양하는 단지의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지방은 지금처럼 계속해서 미분양이 쌓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아파트 시공사들 역시 현재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해 자금 융통에 문제가 생기면서 신규 사업 추진이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책으로 미분양 주택 소진을 위해 취득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지방 미분양 주택 취득세 감면, 양도세 비과세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하반기 정책적 변수에 따라 지방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흐름에 중점을 두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각도 있다. 아파트 입주율도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지속됐다.

지난달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국 입주율은 68.7%로 전월보다 5.1%p 상승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올해 가장 높은 입주율을 보였는데 편차는 여전히 컸다. 

전주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전북지역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지난 2021년보다 급증한 것이 사실”이라며 “비단 미분양 주택뿐만 아니라 지방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시장의 양극화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아파트 분양시장마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경기불황에도 각종 호재를 등에 업고 신축아파트 위주로 부동산 시장에 활황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지방은 기존 주택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는 하지만 분양시장 양극화는 여전히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가 심각한 분양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주요 입지와 합리적인 분양가로 나온 단지에 대한 수요가 집중돼 청약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분양시장을 보면 대부분의 단지가 1순위 마감에 성공하며 평균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지역에서는 입지나 분양가에서 경쟁력이 있는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미달되는 단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청자보다 더 많은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을 정도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 미분양 주택이 줄어들고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분양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일정부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전북에서는 양호한 입지여건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청약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전주지역에서 1순위 청약경쟁률이 두 자릿수인 85.4대 1을 기록해 당시 전북의 1순위 청약미달률은 서울, 경기와 함께 0.0%를 보였다.

직방 관계자는 “서울과 광역시ㆍ지방의 청약 결과 지역별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기간 단지별 청약 결과 역시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2022년 3.8대 1에서 올해 9.2대 1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가 크고 동일 지역 내에서도 단지 입지, 분양가에 따라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도 이런 양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R114가 최근 3년간 분기별 평균 청약경쟁률을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올해 2분기 평균 청약경쟁률은 11대1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청약경쟁률이 상승한 배경에는 1.3대책에 따른 규제완화 영향으로 저가점, 유주택자 등 청약 수요층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분양시장 매수심리가 개선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기에 인건비, 자재값 인상 등으로 분양가 상승 기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청약 경쟁률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서울ㆍ수도권과 지방의 분양시장 양극화 심화를 지적하는 조사 결과는 또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방 대부분은 여전히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분양시장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는 단지별로 청약 성적이 큰 차이가 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올해 들어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동결 등으로 거래량이 늘고, 집값 하락 폭이 축소되고 있지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분양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수도권 아파트값 양극화

8월 첫 주 전국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하락세를 유지하던 지방도 보합세로 전환됐다.

전북지역의 아파트값은 아직 상승으로 돌아서지는 않았지만 하락폭이 축소되면서 지방의 보합세 전환에 힘을 보탰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수도권 집값 상승 분위기가 지방으로 퍼지는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북지역의 8월 둘째주(8월 14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0.03% 하락해 다시 한 주 전보다 더 떨어졌다.

지방과 수도권의 아파트값 양극화는 아직도 여전하다.

8월 첫 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는 전북지역 매매가격이 0.02% 하락했다.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값 상승 폭이 커지면서 1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아파트값이 두 달 이상 오르고 상승 폭도 확대 추세를 이어가면서 집값 바닥론에 힘이 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규제완화와 기준금리 안정세에 힘입어 서울ㆍ수도권의 아파트값은 상승하고 있지만 지방은 여전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지방 아파트가 가격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떨어진 아파트값이 쉽사리 채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행히 8월 첫 주 전국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에서도 보합세로 전환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전주시내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거래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전북지역은 아직 급매물 위주로만 팔리고 입주단지가 많아 수요자 우위시장이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이 3년째 10억원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조사 자료도 나왔다.

부동산R114가 조사한 7월 서울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12억9490만원으로, 기타 지방의 평균인 2억6557만원의 약 5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개 광역시의 평균은 4억4135만원이다.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값 차이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지난 2017년부터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격차가 좁혀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의 다주택자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와 미분양 적체 등이 기존 주택가격 반등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규제가 강화하면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 아파트의 가격은 올라간 반면,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데다 기존 주택시장까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지역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하반기 까지는 보합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내년에 금리가 안정되는 상황이 오면 소폭 상승하는 것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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