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조 전주문인협회 회장
/김현조 전주문인협회 회장

2001년 미국 중부에 위치한 덴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동행한 사람은 그래도 유학을 마친 사람으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서로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지 않아 미국인이 놀랍다면서 당신들은 영어를 왜 못하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동석했던 사람이 웃으며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래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말하기보다는 듣는데 덜 어려움이 있던 나로서는 그런 모습이 생경하고 놀라웠다. 영어를 못하는 것을 두고 탓하는 것이나, 그것을 사과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큰 소리로 역정을 냈다. 동석인에게 사과한 것을 취소하라고 하고 더듬거리는 말로 미국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영어 말고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 미국인은 자기는 영어밖에 모른다고 대답했다. 나는 적극적으로 말했다. 나는 한국말을 제일 잘 하고 중국어와 일본어도 이해한다며 종이에 한자를 써 보이기도 했다. 

미국인은 ‘원더풀’ 이라며, 영어 말고 다른 말로도 대화하는 것인가? 하고 물었다. 정리하면 그 사람은 자기가 살고있는 덴버를 58년 동안 떠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한국을 포함해서 모두 영어로 대화하는 줄 알았단다. 이런 형편이니 당연히 우리가 하는 영어에 대해 오해를 했다고 사과하며 당신들은 천재라고 추켜세웠다. 덴버는 넓은 지역이기 때문에 한 개의 주만 여행해도 많은 기간이 필요하고 아직까지 타지역을 여행해야 행복하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외국 여행을 계획해 보겠다고 했다.  

얼핏 보면 무개념인 사람같지만 미국 땅이 그만큼 넓은 것이고 살아가는 동안에 해외나 다른 주에 가보지 않아도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우리나라에 살면서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행복한 삶에 지장을 받는 것도 아니다.  

영어는 지구인이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공통언어가 되었다. 영어를 알면 출세한다고 했고 성공하는데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이 지금까지 상식이 되었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미국의 힘이 언어를 통해 곳곳에 미치고 있는 현상이니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지구인들이 영어를 추앙하고 영어권 문화를 모방하고 있는가. 

미국인 학자 헌팅턴은 탈냉전 이후 “새롭게 태동하는 세계 정치구도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위험한 변수는 상이한 문명을 가진 집단간 갈등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세계 문명을 서방과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힌두교, 유교, 일본 등 7개 내지 8개의 문명들로 나누고, 국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전통, 문화, 종교적 차이 때문이라고 하였다. 현재 세계는 헌팅턴의 말대로 문명 간 갈등과 대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양인에 대한 비하와 조롱, 폭력은 코로나 19 갈등과 함께 가속화되었다.  

며칠 전에는 미국 뉴욕 지하철 안에서 한국인 가족에게 십대 흑인 소녀가 너희 나라로 가라고 소리치며 발광했다는 기사로 한국 사람을 놀라게 했다. 한국인은 은퇴한 의사 가족으로 아직 어린아이들이 동석하고 있었다고 하니 그들이 받은 충격이 미래에 부정적으로 미칠까 염려된다. 백인은 흑인을 괄시하고 흑인은 동양인을 무시한다. 미국 땅은 백인의 것도 흑인의 것도 아니다. 그들이 모두 이주하여 지금의 미국이 형성되었는데, 누가 주인이고 누구 이방인이란 말인가. 

문화제국주의는 민족 중심주의의 발전 단계로서, 자문화를 우월하게 보는 것을 넘어서 다른 나라에까지 적용시키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선진국의 문화가 후진국의 문화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 문화 식민지를 확대하는 것을 의미했다. 요즘에는 문화를 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문화제국주의가 부활하기 시작했다는 게 염려스럽다. 

한국문화는 ‘한류’와 ‘K-팝’으로 포장되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한국문화를 견제하고 충돌하는 것은 중국이다. 대한민국이 성장하고 발전하면 할수록 경제, 군사, 문화적으로 충돌과 견제를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꾸준히 문화제국주의를 표방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미일 삼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이것은 전쟁을 전제한 회의이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질 전쟁을 위한 작당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미국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이고 다음이 남북한 문제이다. 미국과 일본은 전쟁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고, 우리는 유사시에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르게 된다. 설사 우리가 승리한다고 해도 많은 목숨을 잃고 사회적 인프라는 파괴될 것이다. 한국문화가 꽃피우려는 이때 미국이 가진 경제, 군사적 패권에 우리가 말려들어 국제전쟁에 휘말릴까 심히 걱정이다.

/김현조 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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