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내 교권 침해 현황
최근 5년간 455건 교권침해 발생
교사 59% "교권침해 당한적있어"
침해자 절반이상이 '보호자-학생'

# 행동에 나선 전북 교원들
악성민원-아동학대 신고 심각
아동학대처벌 등 기준 모호해
교육3법 개정 촉구 거센 목청

# 전북교육감, 칼 빼들었다
내년부터 상담예약시스템 도입
교육활동 보호-보장 조례 개정
안심번호서비스확대-전자민원
상담-조사-법률-심리 등 지원

# 학생인권조례, 상생인가 충돌인가
학생들 교권침해 사례 잇따라
책임-의무아닌 권한에 치우쳐
다수조례 학생인권 힘실어줘

# 앞으로의 변화
정부, 수업방해 물품 분리 보관
물리적제지-학생분리 등 교원
생활지도-보호활동 방안 내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비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업무 과다와 악성 민원 문제는 그간 교사들의 꾸준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화두에 오르지 못했지만,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 교육위원회 정경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6년 사이 100명에 달하는 공립 초·중·고 교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또 경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젊은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나 단순 ‘사고사’로 치부되면서 은폐 의혹이 일어나는 등 교사 인권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에서는 교사 인권·교육권의 현주소와 함께 전북교육청의 대처와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도내 교권 침해 현황

전북도교육청 교육활동보호 혁신 TF팀은 지난 7월 도내에서 근무 중인 교원 2,9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육활동 침해 현황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02건, 2019년 86건, 2020년 47건, 2021년 108건, 2022년 112건 등 최근 5년간 455건의 도내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했다.

교육활동 침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비율은 응답 인원 중 59%에 달했으며, 최근 3년간 11회 이상의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인원은 284명으로 집계됐다.

교육활동 침해자 중 학부모 비중은 2018년 8건, 2019년 10건, 2020년 2건, 2021년 7건, 2022년 21건으로 최근 크게 증가했다.

교육활동 침해 주체는 학부모 및 보호자(49%), 학생(42%), 동료 교원 및 학교관리자(7%), 교육청 및 교육행정기관(2%) 순으로 나타났다.

중·고의 경우 학생이 교육활동 침해의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반면,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와 학생의 비율이 비슷하게 집계됐다.

이기종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단순 민원 제기를 넘어선 위협, 협박 등의 악성 민원에 대해 “그런 일은 다반사다. 생각보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다고 봐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학교는 교육과 더불어 어느 정도의 생활 지도를 해 주는 공간인데, 한 반에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에 대한 지도뿐만 아니라 보육까지도 맡는 등 일부 학부모로부터 과도한 요구를 받고 있다”면서 “교사의 이미지는 과거 존경의 대상에서 이제는 돈 받고 일하는 서비스직 직장인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도내 교수 C씨 또한 “교사와 학교에 대한 책임이 너무 많아지는 형태로 교육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교육부는 학부모가 해야 할 것, 교사가 해야 할 것, 교육청이 해야 할 것을 법과 제도로 명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에 나선 전북 교원들

교원과 교원단체들은 교권 침해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적극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도내 3대 교원단체로 꼽히는 전북교총과 전교조 전북지부, 그리고 전북교사노조는 지난달 22일 도교육청에서 추모제를 열고 촛불시위와 모두발언 등을 진행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전북혁신교육네트워크, 전북좋은교사운동, 전북실천교육교사모임, 전주교대총학생회까지 합세한 전북교원단체연합이 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것과 교사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아동학대와 훈육의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이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학교폭력예방법 또한 문제의 소지가 다수 있어 언급한 법들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학생 개별지도권과 학부모 소환권을 초·중등교육법 내 관리자의 권리이자 의무로 명시해 수업방해 학생에 대한 즉각 분리 조치를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교원배상책임보험제도를 전국단위 학교안전공제회로 이관, 교권침해 현황 정기 전수조사 및 결과공개·대응 매뉴얼 배포, 온라인 또는 서면민원시스템 도입 등 17개 대책안이 공개됐다.

전주교대총동창회와 교수진 또한 1일과 2일 각각 성명서를 배포했다.

이들은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응책 제시를 촉구했다.

또 전북교사노조는 22일 기자회견을 다시 열고 ‘교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교육 3법’에 기반한 학부모 민원 학교장 전담제, 학부모 소환제 조항 신설, 전북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전북교육감, 칼 빼들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도교육청은 교사를 지키고 교권을 존중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는 상담예약시스템이 도입돼 사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담은 거부할 수 있으며, 상담실은 자동녹화 기능을 갖춘다.

또 서 교육감은 아동학대법, 초중등교육법, 학교폭력예방법 등의 법 개정과 교육활동 보장을 강화하는 법 제정을 시도교육감협의회와 협의하고, 전북도의회와 함께 교육활동 보호 보장 차원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현장에서는 안심번호 서비스 확대, 전자민원, 수사단계부터의 법률자문 지원, 상담·조사·법률·심리 지원 원스톱 서비스, 교원배상책임보험 개선 등 다수의 계획이 공개됐다.

월초에는 특수교사 및 일반교사를 위한 교육활동 보호 협의체 또한 구성됐다.

이들은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교육활동 침해 사례를 공유하며 보호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8일에는 교권보호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긴급 임시 총회가 열렸다. 서 교육감도 자리에 함께했다.

협의회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아동학대 관련 법안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며 아동학대 관련 법령 개정, 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 신설, 교육활동 침해 인지 시 신고 의무화 등을 촉구했다.
 

▲학생인권조례, 상생인가 충돌인가

학부모 갑질은 현재 교권 침해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지만, 앞서 제시한 자료처럼 학생의 교권 침해 사례 또한 적지 않게 보고됐다.

특히 학생들의 교권 침해 원인으로 지적되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교육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려 적지 않은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원들은 조례 제정의 취지와 본질적 역할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으나, 일부 교원은 조례가 책임과 의무보다는 권한에만 치중해 교권 침해의 소지가 우려된다는 뜻을 밝혔다.

도내 초등학교 교장 C씨는 “학생인권조례가 기여한 점도 많고, 이를 틀렸다고 하지는 않는다”라면서 “다만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쉽게 말해 다수의 조례가 학생 인권 쪽에 손을 많이 들어주는 방향으로 만들어지면서 일부 적절하지 못한 침해 사례들을 목격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교육 관계자는 “학생 인권도 중요하고, 교사의 교육권도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가야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선진국이 될 수 있다”면서 “학교에서 가장 약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이들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권은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권리인데 이것을 강화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인식은 너무 단편적인 시각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변화

정부가 교권확립을 위해 먼저 팔을 걷어붙임에 따라 도내 정책 수립도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교육부는 최근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조례 개정 의사를 밝힌 데 이어 17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과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원은 수업 방해 물품 분리 보관, 물리적 제지, 수업 방해 학생 분리(교실 안·밖 등)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교육목적 사용, 긴급상황 대응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에 대하여 주의를 줄 수 있으며, 학생이 이에 불응할 경우 휴대전화를 학생으로부터 분리하여 보관할 수 있다.

서 교육감은 발표에 앞선 지난 1일 학생인권조례 존치를 원칙으로 하되, 교육주체들의 합의가 있다면 검토한 내용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조례의 개정이 예상되나, 반대 의견 또한 만만치 않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경우 정부와 여당, 일부 교사노조의 행보가 학생인권 및 조례에 대한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호도하고 있다며 개정을 강력히 반대했다.

이들은 악성 민원에 대한 적극적 조처의 필요성을 인정함과 별개로 ‘악성 민원을 일으키는 보호자와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 대 교사’ 갈등 구도의 재생산은 멈춰야 한다면서 “학생인권을 약화시킨다고 해서 교사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 주체들은 긴 시간을 소요하더라도 깊은 토론과 합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교육 문화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황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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