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법은 모든 국민이 지키기로 약속한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으로 국민 전체의 권리를 보호하고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과 무질서를 막아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법은 강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내거나 별도의 장소에 격리한다. 법이 강제성을 가지고 있어 자유를 빼앗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오히려 자유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법이 있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범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인의 이익이나 특권으로 인해 평등을 헤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한다. 국가의 법은 그 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법은 국가를 이루는 국민공동체의 평등과 질서, 정의를 위해 존재하게 된다.

국회는 입법기관으로 법령을 제정, 비준, 개정 또는 폐지하여 국가공동체인 국민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안정된 삶을 영위하도록 한다. 국회의원은 국회 구성원으로서 올바른 입법 활동을 본연의 직임으로 하여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변하는 사회적 인식 안에서 부조리와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한 올바른 활동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이러한 입법 활동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느냐에 따른 평가도 받는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이러한 입법발의 건수를 통해 자신의 정치 능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앞서 기록하였듯이 국가공동체의 평등과 질서, 정의와 권리를 위한 발의보다 자신의 치적에 목적을 두고 내용에 관계없이 건수에 의존하여 발의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국민의 관점에서 법안을 발의하기보다 당리당략을 위한 발의도 많아서 법다운 법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뿐 아니라 때론 다수의 힘을 통해 법안 통과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밀어붙이기식의 발의로 입법기관의 직임에 대한 자질까지도 의심하도록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된 후 1년 여야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비율이 7%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발의한 법안의 국회 통과율 역시 저조하여 지난 10개월 사이에 통과율은 20.6%에 불과하다. 모두 전 정부의 법안 통과율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법다운 법이 발의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야의 극한 대치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생 법안마저 발이 묶여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 강화를 위한 스토킹처벌법과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주택 임대차보호법 등과 같은 민생과 관련 깊은 법안들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또한, 사회적 쟁점이 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충분한 검토를 통해 치우침이 없는 법안을 발의해야 함에도 자신의 치적을 위한 발의로 여야의 다발성 법안 발의로 몇 가지 단어만을 고쳐 발의하는 복붙(복사. 붙여넣기)법안이 양산되기도 한다. 또한 하나로 법안 발의가 가능한데도 나눠서 여러 법안으로 발의하는 이른바 ‘쪼개기 법안’도 법다운 법이 되지 못하게 한다.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황당한 법안들도 발생한다. 2015년에 발의된 인구 자연감소로 인한 사라질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 ‘고향 투표제’발의와 메르스 감염 의심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자는 법안 발의는 황당한 법안 발의이다. 20대 국회 사무총장이었던 유인태 사무총장은 “법 같지 않은 법이 너무 많다”면서 “너무 양에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에 있을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으로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 제정안 및 의료법 개정안과 같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알면서도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사례로 인해 법안 폐기를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함께 교사들의 교권 보호를 위한 국회 입법을 촉구하는 전국 교사들의 집회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뜨거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신중하지 못한 법안 발의로 훗날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냄비근성’은 “쉽게 달아오르고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처럼 특정한 이슈가 생겼을 때 큰일이 날 것처럼 흥분하고 관심을 집중시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쉽게 잊어버리는 태도에 대한 비판을 말한다. 학생들의 인권보호가 크게 쟁점이 되었던 때에 편향된 법안 발의로 지금의 문제를 만든 것이다. 이제 교사의 교권보호를 위한 법안이 발의될 차례이다. 사회적 이슈에 편승하려는 의도로 냄비근성을 가지지 말고 신중한 검토를 통해 치우침이 없는 법안이 발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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