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 초등교사 극단적 선택

동백대교 해상서 시신 수습
휴대전화배경에 유서 남겨
특정교원과 어려움-업무
과다 스트레스 등 언급돼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0902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많은 교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0902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많은 교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극단적 선택으로 유서만을 남긴 채 군산 동백대교 아래로 추락해 안타깝게 숨진 군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왜 숨졌는지 그 원인과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군산해양경찰서는 전날 오전 10시 25분께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자살로 의심되는 추락사 한 A교사의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은 “다리 위에 비상등을 켠 승용차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를 받고 수중 수색 26시간여 만에 A교사의 시신을 인양했고 이 승용차에서  이 교사가 쓰던 휴대전화를 찾았는데 휴대전화 배경 화면에는 유서 형태의 메모가 발견됐다.

휴대전화 배경 화면에는  A교사가 자신을 자책하면서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는 내용의 유서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교사가 다리 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정확한 사망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현재 휴대전화 포렌식(Forensic·디지털 증거 추출)을 진행 중이다.

이는 숨진 A교사의 개인사를 비롯해 교직 생활 중 갑질, 차별, 악성 민원 등으로 고충을 겪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휴대전화 포렌식을 맡겨 A교사가 남겨놓은 추가 메시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처럼 극단적 선택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A교사의 발인식은 3일 군산은파장례문화원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비보 소식에 장례식장을 찾은 A 교사의 가족과 친지, 동료 교사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 술잔을 올리고 생전의 그를 떠올렸다.

가족들은 젊디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A 교사를 추모하며 미처 못다 한 말 한마디씩을 나지막이 건넸다.

동료 교사들은 가족과 친지 뒤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연신 닦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A교사와 절친한 한 동료 교사는 고인을 가정적인 남편, 아빠로 기억하며 슬픔을 토로했다.

B동료교사는 “자녀를 너무 사랑하고 아내를 아끼던 가정적인 형이었다. 늘 열정적인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답답한 심정이 앞선다"며 "형이 힘들다고 말할 때 직접 만나서 위로해주지 못한 게 너무 한이 된다. 형은 올해 들어 쉽게 잠에 들지 못해 더 힘들어했다. 업무와 관련해 특정 교원과 어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동료 교사들은 A교사의 죽음에 위로를 보내고자 A 교사가 근무하던 초등학교 앞으로 10개가 넘는 근조 화환을 보냈다.

이 화환에는 '선생님, 그곳에서는 고통 없이 편히 쉬세요', '그곳에서는 부디 편안하시길',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등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이와 함께 A교사의 유족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하며 "A교사가 평소에도 많이 힘들다 얘기를 접하게 됐다"며 "고인의 휴대전화에 많은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의 포렌식(Forensic·디지털 증거 추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교사의 부고를 접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와 전북교사노조,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즉각 애도를 표하며 A교사가 왜 스스로 고귀한 목숨을 버렸는지 철저한 원인 조사와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또 다시 동료를 떠나보내는 현실이 그저 참담하고 원망스러울 뿐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교육 당국과 수사기관은 연이은 교사 죽음에 대해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고 모든 진상을 적극 규명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북지부도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애통한 일이 왜 계속 이어지고 있는지 안타깝고 먹먹하다”면서 “왜 스스로 고귀한 목숨을 버리셨는지 수사당국뿐만 아니라 관할 교육청도 철저한 조사 및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고인의 사인을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로 보고 있다”며 “고인과 함께 근무했던 교원들은 A교사의 죽음에 조속히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교육청도 A교사가 재직한 학교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으나 아직까진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고인이 된  A교사는 평소 학교 구성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교내에서 갈등을 겪었다는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유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혹시 모를 원인이 있는지 정확히 확인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병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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