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작년 가을 공학교육과 관련된 학회에서 공학관련 각 학회를 대표해 자유주제로 발표하는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이 서울 소재 대학 소속의 학회대표로 각 주제를 발표했고 필자만이 지방 대학 소속으로 융·복합 교육의 활성화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 후 토론 시간에 현 수능체계의 문제성을 토론하던 중에 자연히 본고사 부활문제로 격론이 벌어졌다. 

몇 과목이 적당하며, 한 과목당 몇 분이 적당하며, 배점은 어느 정도 적당한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필자의 경우에는 예비고사·본고사 세대이다. 

1970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내신이나 여타의 대입 제도가 없었다. 

객관식의 예비고사를 치룬 후, 각 도의 정원에 2배수를 우선 거른 다음에 국어·영어·수학·과학 4과목의 주관식 본고사를 치췄다. 

예비고사 30%를 합산해 본고사 70%를 합산했다. 

이 당시에는 대학 진학 수험생이 100만명을 상회했고 최종 4년제 대학정원이 14만 명 정도로 14% 정도의 학생만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즉, 경쟁이 그만큼 심했다는 뜻이다. 

이 예비고사 제도는 1980년경 수능제도로 모든 대입시스템이 변경되면서 없어졌다. 

필자의 지난 30여년의 대학교수 생활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예비고사와 본고사 시스템이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토론 중에 필자는 왜 본고사가 필요한가의 원천적 문제를 제기했다. 

즉 현재 지방대의 대부분이 정원을 못 채우기 시작하는데, 더욱 심각하게는 수능을 치루지 않아도 내신 7~9등급, 반에서 하위 70~80%의 석차의 학생도 얼마든지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본고사를 치루냐는 원천적 문제를 제기했다. 

학령인원의 대폭적인 감소로 인한 대학정원이 너무나 넘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대학교육의 본질을 짚어야 할 것은, 현재 우리나라는 초·중·고교는 의무교육이다. 

모든 국민들은 싫으나 좋으나 고등학교까지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본인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기반적인 사항을 고등학교 때까지 의무적으로 배워야한다. 

이에 반하여 대학 교육은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곳이다. 

결국은 이를 바탕으로 평생 먹고 살 직업을 잡는 곳이기도 하다. 

2년 동안 교양 교육을 받은 후에, 나머지 2년 동안 전공 교육을 받는 것이다. 

더욱더 심화된 전공을 원하는 사람들은 석사과정 그리고 박사과정을 수료한다. 유학 갈수도 있다. 

공부하기 싫거나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도 적당하다 느끼는 사람들은 대학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

더구나 대학 교육은 전공 교육을 받을만한 기초적 소양을 반드시 갖추야 한다.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받은 결과 공부에 관심이 없다던지 곧바로 직업 전선에 뛰어든다던지 하면 대학 교육은 필요 없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 때 학업 성적이 대학 전공 수업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은 굳이 대학 교육이 필요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7차개정 교육에 의한 고등과정의 미숙함과 과학계통과목의 수능을 치지 않는 것으로 기초학력의 저하가 너무나도 극심하다. 

각 대학에서는 대학 입학 후에 기초학력의 보충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 고졸 후에 전문 기능직이나 특수한 직업군으로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면 같은 연령에서 대졸 후의 연봉보다도 많은 직종이 꽤 있다. 

학부 4년 졸업 후에도 전문학교 수준의 전문 교육을 받으러 역입학하는 경우가 좋은 예이다. 

결국 대학 전공 수업의 난이도와 전문성을 볼 때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학 진학률은 40~50%정도가 제일 낫다. 

따라서 구미 선진 각국의 대학 진학률이 이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입시는 “의대몰빵이나 킬러문항”등은 상위 3,000명 즉 0.5~1%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이 의대를 채우고 나면 치대, 약대 순으로 채워진다. 

다음에 서울 지역 대학에 채워지고 나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미달 사태가 나는 것이다. 

이렇듯 한쪽에서는 의대 몰빵, 다른 한쪽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등의 학력의 격차의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따라서 극심한 양극단 성적의 스펙트럼을 모두 다 만족하는 시스템 개발은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입시를 논하는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은 우리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리고 실질적으로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는 지방대학의 입장에서 입시정책을 세워야한다.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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