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에 삭발투쟁
저항 불같이 일어나
국감-국회예산심의
예산복원 이끌어내야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산 대폭증액 대조
중앙-범전북 지원을
새만금=전북미래
의원직걸고 뛰어야

한병도 의원과 전북도의회 이ㅡ원들이 12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한병도 의원과 전북도의회 이ㅡ원들이 12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새만금에서 개최된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막을 내린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잼버리 여진은 후폭풍으로 돌변하면서 전북 전체를 휘감고 있다. 

특히 잼버리 초반 파행에 따른 여파로 새만금 관련 예산이 대거 난도질당했다는 의혹이,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 도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북도와 정치권은 새만금 예산을 복원시키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기회는 올해 정기국회의 국정감사와 예결위 예산심의다. 

현역 의원들에게는 내년 총선거 공천을 앞두고 어쩌면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전북의 미래인 새만금 예산. 과연 이번 정기국회에서 되살릴 수 있을까.
/편집자주

 

/새만금 예산 삭감, 복원 대책은 있나/

전북도와 정치권, 범도민들이 새만금 지키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새만금 국가사업 정상화를 위한 전북인 비상대책회의'가 발족됐다.  

지역구 의원들은 단체 삭발까지 했다. 도의원과 총선 입지자들도 삭발 또는 릴레이 단식으로 새만금 지키기에 나섰다. 전북 리더들이 전면에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효과를 내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새만금 플랜에 대한 전면 재검토 분위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의 '새만금 빅픽처'가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한 총리는 새만금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지난 달 29일, 국토교통부에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픽처를 짜 달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의 발언 의도와 달리 지역 정치권에선 빅 픽처를 새만금 재검토, 축소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이미 정부의 국가예산안에서 새만금 예산이 난도질 당한 바 있어 이 같은 우려는 커지고 있고 지역 국회의원들의 발언 수위도 강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만금 SOC 예산 삭감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의 파행 책임을 전라북도에 전가하기 위한 보복성 위법 삭감이자 예산독재"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특히 "새만금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래 7차례 수정됐고, 역대 정부에서 기본계획이 변경될 때조차 SOC 예산은 매번 초과 편성됐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빅 삭감, 스몰 예산'으로 '빅 픽처'가 실은 '빅 사기'임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인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읍고창)은 "기재부의 내년도 새만금 사업 예산 삭감은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산 편성절차를 무시한 직권 남용"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는 빅 픽처 운운하며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을 발표했지만, 실상은 34년의 역사를 지닌 새만금을 올스톱시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음모"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제부안)도 "기재부의 새만금 SOC 예산 삭감에 대해 전북도민들은 전북 홀대를 의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회 국정감사와 국회 예산심의 과정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전북 홀대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내 의원들은 국회 국정감사와 예결위원회에서 '합법적'으로 예산을 다시 복원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전북의 중심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중앙당도 전북의 새만금 예산 복원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 김민석 정책위의장, 서삼석 국회 예결위원장 등 핵심 인사들은 새만금 예산 복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전북 정치가 중앙 정치의 힘을 빌려야 하는 대목이다. 

 

/국감-예결위, 예산 복원 마지막 기회/

실제로 국회 국정감사와 예결위원회는 새만금 예산을 되살리는 마지막 기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북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당-정부-대통령실 등 여권으로부터 새만금 예산 복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야 정치권은 물론 도민들의 결집력이 중요하다. 새만금 예산 복원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고 전북 민심을 여권에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특히 예산 삭감과 관련해선 타 지역의 SOC 사업과 비교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 지, 꼼꼼하고 정확하게 분석해 예산 복원의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익산을)은 지난 12일 기재부 앞에서 삭발하면서 "정부는 전반적인 SOC 사업 타당성 재점검의 일환으로 예산을 삭감했다는 핑계를 내놓았지만,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산 대폭 증액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조차 못한 충남 서산공항의 설계비가 반영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번 새만금 예산 삭감은 전북도민의 노력을 한 순간에 짓밟아 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면서 "기획재정부가 무소불위의 예산편성권을 남용해 윤석열 정부의 예산 보복에 동조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위한 새만금 예산 원상 복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전북을 연고로 한 범전북 정치권의 도움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년 전주을 출마가 예상되는 정운천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지난 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정부 주도로 진행되어 온 국가정책 사업인 새만금 사업이 잼버리와 연관돼 정쟁과 논쟁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특히 기본계획을 변경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 의원은 "잼버리는 잼버리대로, 새만금 사업은 새만금 사업대로 분리해서 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에는 국회 본청 앞에서 도민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대규모 상경투쟁 규탄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전북 출신 의원 1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하면서 예산 복원에 힘을 실었다. 

전북 연고 국회의원은 여야 통틀어 20여명을 넘는다. 이들 의원들의 도움이 이어지면 전북은 새만금 예산 복원에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새만금에 좌우되는 내년 전북 총선거/

삭감된 새만금 예산의 복원 여부가 중요한 건 일반 국민 사이에 자칫 새만금 사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30여년의 지난한 세월을 거친 새만금 역사에 대해 도민들은 현황은 물론 실태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전북외 타시도에선 새만금에 대한 역사 자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만일 여권에서 경제성 논리를 들어 "새만금 공항 예산은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새만금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확산시키면 새만금 전반에 대한 재검토 여론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새만금의 기존 플랜이 새롭게 수정, 변경되면 현재 전북이 기대하는 새만금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새만금은 이미 이차전지 특화단지 선정 등으로 새로운 미래산업의 핵심기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새만금=전북 미래'로 인식하는 도민들 입장에선 새만금 추진에 다시 제동이 걸릴 경우, 현 정치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되고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물갈이'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역 의원들이 새만금 삭감 예산을 반드시 복구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현역 국회의원들의 집단 삭발과 도민들의 대규모 상경집회에도 불구, 여권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도와 정치권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다행스러운 건 국회 제1의석 수를 가진 민주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예산심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분위기를 면밀히 파악한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중앙당-전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빅 픽처'라는 말로 전라북도 도민들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강하게 느끼면서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내년 예산 심의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 각오를 가지고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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