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최근 들어 초등학교 교사들의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고사성어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다 같다는 뜻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단어이고 이를 패러디한 영화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이 말은 한국사회에서 당연한 금언이었고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었다. 물론 현대사회에는 없는 임금과 어버이를 동일시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스승님에 대한 존경과 예우는 당연한 것이었다. 필자도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정말 소중한 가르침을 주셨던 스승님들이 계셨고, 지금도 연락을 취하면서 만나 뵙기도 한다. 

하지만 근자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교권 추락’의 문제는 도가 넘어도 한참 넘은 것 같다. 물론 학생의 인권과 수업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처럼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몽둥이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욕설을 퍼붓는 것도 아닌데 교사들은 왜 악성 민원에 시달려야만 할까. 서초구 초등학교의 학부모는 시도 때도 없이 교사 개인 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해서 협박성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최근에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40대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숨진 교사는 수년간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교사는 3년 전 재직하던 초등학교의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등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고 학교도 옮겼으나 당시 겪은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결국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에게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내 아들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아이 감싸기에 급급한 부모의 모습이 과연 아이에게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노동자적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교사에게 학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소중한 공간이자 급여생활자로서의 직장이다. 필자도 아들이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의 운영위원직을 수행하면서 선생님들과 접하는 기회가 많은데 정말 고생도 많고, 말 못하는 고충과 애환에 이 곳 역시 힘든 일터라는 생각도 들었다. 직장에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상하관계가 있기에 일반 교사와 학교장과의 관계도 일견 다르지 않겠지만 일반적인 직장보다는 좀 더 보수적이고 특수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의 모욕성 민원에도 해당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상급 책임자는 학부모 눈치 보며 교사를 나무랄 수밖에 없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교육청에 학부모 민원센터를 더욱 확대 운영하는 방안이나, 학교에도 교원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민원 전담팀을 꾸릴 수는 없는 것일까. 가정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으로 제정된 아동학대법이 교사에게 그대로 적용되면서 최소한의 훈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교사는 어떤 명목으로 아이를 가르칠 수 있을까. 교사들에게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힘든 노동이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교사로서의 자존과 품위를 무너뜨리는 직장에 과연 나가고 싶을까. 

우리들 학부모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제발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학교와 선생님들께 맡겨 두었으면 한다. 자기 자식 예쁘지 않은 학부모는 없다. 하나나 둘 낳아서 애지중지 키우다 보니 내 아이 소중한 것은 예전보다 더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잘못을 감싸면서 선생님들에게 더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들이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과연 성장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이나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권력과 부를 가진 학부모들의 행태가 더욱 심하다는 것은 과연 이 사회가 바람직하게 가고 있는 사회인지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내년 초등교사 임용을 11%나 줄인다고 한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규 임용 감소는 어절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교사들은 달라진 교육환경에 대응하려면 교원 임용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슨 큰 일이 터질 때만 교권 추락과 교사의 노동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가진 고충과 애환에 좀 더 귀 기울였으면 한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책임지는 선생님들이 더욱 스승의 역할을 다하고 아이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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