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리뷰

'상생과 회복' 주제 '바람과
바다' 가야금협주곡외 특징
없어··· 도내 예술인 소외돼
주인잃은 잔치 취지 못살려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이 지난 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졌다. 전통음악이 월드뮤직이나 클래식 등 다양한 소리와 만나 상생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번 개막공연은 탄탄한 실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를 기본 베이스로 오페라 가수, 전통 판소리꾼의 협업을 통한 독창, 이중창, 사중창 등이 진행됐고, 가야금과 전통타악이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1976년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민요 아리랑을 환상곡 품으로 편곡한 ‘아리랑 환상곡’이 서두를 열었다. 이어 25현 가야금과 오케스트라의 만남이 시도됐다. 오케스트라의 불협화음처럼 느껴지는 선율 속에 펼쳐지는 25현 가야금의 절묘한 협연은 이번 공연을 위해 기존 국악관현악단곡에서 서양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으로 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새야 새야 파랑새야’, ‘밀양아리랑’, ‘나뭇꾼과 선녀’ 등 한국의 정서가 물씬 담긴 곡을 포함해 ‘뱃노래’, ‘한번을 보아도 내사랑’, ‘제비노정기’ 등 10곡이 4명의 소리꾼과 성악가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생과 회복’을 주제로 했지만 그 내용을 온전하게 전달되지 않은 느낌이다. 마지막 곡 ‘꿈’이나 25현 가야금협주곡 ‘바람과 바다’ 외엔 이렇다 할 특징이 없고, 뜬금없는 선곡이란 생각이 드는 곡도 다수 포함됐다.

연출자는 연출의 변을 통해 ‘서양음악의 한국적 수용’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른바 서양음악과 한국음악의 만남이었다. 때문에 이번 공연 주제는 ‘상생과 회복’보단 ‘서양음악과 한국음악의 만남’이 더 적절해보였다. 하지만 이런 만남은 수년전부터 진행됐고 다양한 시도로 이어온 상태다. 새롭게 구성된 소리축제가 관객과 처음 만난 작품이 다소 진부한 만남이라 아쉬움만 커졌다. 유기적 연관성을 갖지 못하는 곡들을 단순 나열하듯 배치했으며, 모 방송사의 ‘열린 음악회’ 수준에서 다소 한 발 나아간 느낌이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연주에 나선 전주시립교향악단을 제외하곤 도내 예술인들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개막공연 팸플릿을 보면 출연진 대부분 전북과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스태프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남녀 사회자도 외부인이다.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축제에 주인은 없고 손님만 가득 찬 형세였다.

전북을 기반으로 소리의 세계화를 꿈꾼다는 소리축제였지만 이날 무대만큼은 그 꿈을 잊어버린 모양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평소 ‘전북은 무형문화재가 전국에서 제일 많다’고 입버릇처럼 자랑하곤 했다. 하지만 이날 무대는 이 자랑이 매우 무색해졌다.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축제, 특히 소리축제 개막공연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단순 무대가 아닌 축제의 나아가야 할 방향과 내외부의 시대적 변화 및 실험 등이 제시돼야 한다. 이번 개막작이 소리축제를 위해 어떤 메시지를 던졌는지 자문할 때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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