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 가는길' 장화자 시집
인생론적 관점 '생-로-병-사' 범주
일상의 체험-감정 겸손한 어조로 표출

장화자 시집 ‘본향 가는 길’이 출간됐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의 크고 작은 삶의 조각들을 시집 전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시집은 시인의 인생론을 진지하게 설파하고 있다. 시집은 인생론적 관점에서 살펴볼 근거는 시집의 장이 네 개의 범주로 구성돼 있는데 각 장의 이름을 생, 노, 병, 사로 설정한 시인의 의도 때문이다. 시인은 몸소 체험한 일상사로부터 인생의 지혜나 교훈을 획득하고 있다. 시인의 깨달음은 결코 거창하거나 중후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일상의 소소한 체험을 통해 얻은 감성과 느낌을 진솔하게 표출하고 있다. 그의 시는 인생살이의 다양한 측면을 조촐하고 섬세하게 포착한 다음 매우 겸손한 어조로 조곤조곤 구술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시인이 감각하고 인지한 인생의 의미는 비범하지 않고 평범하다. 의미론적 차원에서 인생은 고난과 역경의 극복, 생명에 대한 감사, 사랑의 실현, 희망과 행복의 과정, 위안과 용서의 반복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여기 제시된 어휘들은 이 시집의 전편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시인에게 인생이란 생로병사의 과정을 밟아 나가는 쓸쓸하고 황홀한 여행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 인생의 의미를 파악하고 형상화하는 원천은 자연이다. 시인에게 자연을 인생의 교과서인 것이다. 자연 현상을 고즈넉이 바라보며 인생의 참뜻을 헤아리고 표상한다. 자연의 본질을 관통하는 묵상을 통해 인생관과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한다.

또 그의 시에는 종교적 사색과 심상이 주요한 작시원리로 기능하고 있다. 시인에게 종교는 자아를 형성하고 삶을 운영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삶은 여행이고, 죽음은 본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는 사유는 기독교적이다. 주어진 인생을 충만, 감사, 자족의 자세로 읽어내는 인분지족의 낭만주의 가치관 역시 기독교적이다.

나아가 시인은 자기 앞의 생, 타자, 세상, 가치에 대해 매우 겸손하고 경건한 태도를 취한다. 이런 태도와 자세의 미학은 화자의 섬세하고 겸양적인 시적 어법으로 형상회되고 있다. 일상 체험에 대한 소박하고 겸손한 자세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세계와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양병호 전북대 교수는 “정화자 시인의 시적 관심사는 인생의 본질이나 삶의 진실에 있다. 그는 삶의 지혜와 교훈을 찾아 사색하고 명상하는 것을 즐기고 또 형상화한다. 특히 시적 사유와 상상력은 자아수련하는 수도자 혹은 존재의 본질을 찾아 참선하는 구도자의 자세를 드러낸다”며 “구체적 일상 체험을 상상력의 불쏘시개로 활용한다. 그래서 그의 시는 공허한 관념성을 극복하고 솔직담백한 진정성을 확보하다”고 평했다.

시인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의 크고 작은 삶의 조각들은 글로 표현했다. 지나고 보니 아쉬움은 그리움으로 잔잔히 흐른다”며 “우리에겐 돌아가는 길이 있다. 그 길로 가기 위해 오늘도 걷는다.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소망하며, 돌아가는 발걸음이 풍요롭고 행복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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