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봉 시집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
실존적 고투등 4개유형 60편 작품담겨

유인봉 시집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가 출간됐다. 유인봉 시인은 하나님의 문학적 사역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시집에 담겨진 60여편의 작품들은 4개의 유형(실존적 고투, 어머니 그리움, 아버지에 대한 회상, 생태적 사유)으로 대별되지만 모든 시편이 그 기저에는 ‘성령의 바람’이란 소통경로를 통해 노래하는 시들로 구성돼 있다.

총4개의 테마 유형으로 흐르는 시의 강바닥에 흐르는 기표는 모두 바람의 숨결과 길의 호흡들이 묻어 있다. 그러한 호흡의 지류들은 표제시에 축약돼 합류하더니 시집의 말미에 ‘바람의 시학’으로 갈무리되는 ‘산으로 가는 나무’를 통해 영원한 바람의 고향인 바람의 바다에 안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를 마주하면 객관적 상관물인 ‘바람’을 ‘성령이 깃든 바램’으로 치환해 그 성령의 소통경로를 하나하나 채굴하는 방식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이 시집은 더욱 넓고 깊어지는 새로운 ‘바람의 시학’으로 영구 발전되고 호명되면서 독자의 뇌리에 남아있게 된다. 나아가 새영의 기운을 호흡하고 소통하는 하느님 ‘성령의 바람’이 되어 사목시인 유인봉만의 견고한 시정과 사맥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미래의 시문학은 위대한 성령의 신학과 우대한 미학의 새로운 소통과 결합을 통해 궁극적으로 동서양 철학과 종교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서정의 노래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표제시에 대한 종교, 철학을 관통하는 시문학적 인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색의 세계로 들어서며 실존의 바람노래를 다른 시편에서 들려주기도 한다. 실존적 문제는 시가 추구하는 색즉시공으로써의 성령의 바람이라는 형이상학적인 관점이었다면 ‘바람길’에서는 실존의 자아로서 화자가 궁극적으로 희구하는 바람의 노래를 성령의 사역시인답게 형이하학적인 경건한 울림을 전달해준다.

나병훈 문학평론가는 “표제시에서 보여주듯 종교, 철학이 교호하며 투영된 다의적 은유이자 보조관념인 바람을 통해 원관념인 바램의 문학적 진실을 형상화시키고 있다”며 “이 바람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역 시인 유인봉 장로의 신앙 고백적 체험에서 벼려진 성령의 바람으로 환기된다. 그런 연유로 객관적인 보편성을 담지하는 종교문학적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조미애 시인은 “바람길에 만나 길손이 되어준 그는 바람의 시인이다”며 “바람이 불고 간 자리에 남은 마음에 가슴앓이하면서 빈 화분을 바라보는 시인의 순수한 죄의식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인은 “산골 오두막 출입이 잦아지면서 마을이 정겨워지고 구불구불한 황톳길이 살갑게 느껴진다. 고향은 어머니의 품처럼 지나온 과거의 허물과 까닭을 묻지도 않고 덮어주고 품어준다”며 “뒷걸음으로 걸어본다. 지나온 길이 보이고 걸어온 시간이 보인다. 보이지 않았던 것이 풍경이 보이고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두 귀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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