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연 확장엔 '성공' 정체성-대중성은 글쎄···

'상생과회복' 주제 108회 공연
한옥마을 재진출-아티스트
교류 플랫폼 역할 톡톡··· 도내
예술인 소외-관객몰이 아쉬워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4일 폐막했다. 지난 15일부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및 한옥마을 일원에서 개최된 이번 축제는 ‘상생과 회복’을 주제로 108회의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올해 소리축제는 이왕준 조직위원장과 김희선 집행위원장 등 새롭게 구성된 집행부가 전면에 나서며 축제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이다.

▲ 성공적 외연확장

올해 소리축제는 타 기관과 협업을 통한 외연확장이다. 개막공연을 위해 ‘소리축제열차’를 운영해 오스트리아, 핀란드, 세르비아 등 각 나라 대사와 기자단, 예술가, 사전예약 관람객 등 총200여명이 전주를 찾았다. 전국적으로 열차 파업임에도 불구하고 소리축제열차는 정상적으로 출발했고, 외지인들이 전주를 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지난 2015년 철수했던 한옥마을에 재진출해 축제 공간 확장을 노렸다. 한옥마을 동헌에서는 ‘국창열전 완창판소리’가 진행됐으며, 올해 새롭게 아침공연으로 ‘경기전의 아침’이 마련돼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잔잔하게 울러퍼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캐나다나 호주, 베트남, 폴란등 등 11개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월드뮤직은 동시대 음악을 선보여 음악을 통한 대화와 소통의 폭을 확장했다. 특히 캐나다와 공동제작한 ‘Re:Orient’와 동아시아 문화도시 특별 프로그램의 협업무대는 아티스트간 교류 플랫폼의 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과 창극단,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전주시립교향악단, 국립민속국악원, 전북대 한국음악과 등이 참여해 예년보다 외형상 축제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 프로그램의 구성

외형적 외연확장에 성공했다면 축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프로그램 구성은 다소 아쉽다는 평이다. 축제 정체성이나 대중성을 위한 공연이 고군분투했으나 프로그램 평가에 좋은 인상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쉬움은 개막공연부터 터져나왔다. 유기적 연관성이 없는 곡들이 단순한 구조로 나열되면서 개막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고, 연주를 맡은 전주시립교향악단 외에는 도내 예술인이 없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단순 무대가 아닌 축제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아내지 못한 채 ‘서양음악의 토착화’란 뜬금없는 주제만 던져줬다.

모악단 공연은 더욱 큰 아쉬움을 줬다. 소리전당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만큼 소리축제를 대표하는 대형 공연이 이곳에서 진행돼야 했다. 하지만 개막공연을 제외하곤 장한나와 마이스키 전국순회공연,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전북 교류 공연 등이 채워졌다. 소리축제 초청작이란 이름 아래 진행됐지만 엄밀히 따져 소리축제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이른바 ‘끼워넣기 공연물’에 지나지 않았다.

다소 한산한 축제장도 아쉬움이 나왔다. 축제 본 공연장이 소리전당은 공연을 위한 관객 외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주말만 다소 많은 사람들이 찾았지만 코로나19가 막 해제되기 시작한 지난해와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한옥마을로 외연을 확장한 부작용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코로나 이후 변한 관객들의 성향도 읽어내지 못했다는 평이다. 코로나 시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익숙해버린 관객들을 위한 대비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예년처럼 오프라인 공연에만 신경을 써 이들을 놓쳤다는 해석이다.

이왕준 조직위원장은 “첫 행사이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더 발전적 축제로 나아가는 발걸음으로 여겨진다. 전체적으론 90% 이상 무난하게 치러진 것으로 여겨진다”며 “짧은 준비기간을 감안해 내년으로 넘긴 프로그램도 많다. 지역축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전국성을 확보하는 것이 올해 목표였다. 올해는 전통을 살리고 클래식 등 타 장르와 교류로 다양성과 참신성을 얻었다”고 올해 축제를 평가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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