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내 총생산 '건설투자' 18.9%
건설업체 수 4,356개사로 전국 5.9%
시공능력 평가액 100위권 단 한곳뿐
도내 1위기업이 전국 도급순위 84위
6천억~4200억 이상 하향 조정에도
1군 전무 대형건설업체 지역물량 뺏겨
전북 우량 건설사업 육성방안 시급
새만금공항 건설공사 중단위기 놓여
정부 SOC예산확대-대출규제 완화
세제혜택 늘려 건설업 숨통 터줘야
경쟁력 기술력 키워 약체 오명 벗어야

최근 전북지역 건설산업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상승, 인건비 인상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이자 부담이 크고, 각종 개발사업이 지연ㆍ취소되는 등 수익성 악화로 건설업계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공사비를 제때 회수하지 못한 지방 중소ㆍ중견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법정관리와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산업은 지역 내 경제성장과 파급효과 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북의 지역내총생산(GRDP)의 건설업 비중은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지역내총생산 비중이 크고 업체수도 많은 전북의 건설업은 아직까지도 ‘약체’라는 지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판을 키우는 것이 해법이다. 판을 키우려면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술력을 키워야 가능한 일이다.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전북 건설업의 판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전북 건설산업 ‘약체’…새만금사업 '난관'

건설산업은 지역경제 성장과 고부가가치, 고용창출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큰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북지역 건설산업은 날개를 펴지 못한 채 위축되고 있다. 

전북 지역내총생산(GRDP)에 대한 건설업 비중은 7.3%(2022년 12월 말 통계청 발표 2021년 지역소득)로 상대적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건설업 비중은 지난 2010년 6.7%에서 2021년 7.3%로 상승했다.

또 전북 지역내총생산에 대한 ‘건설투자’는 18.9%로, 타 지역에 비해 제조업 등의 산업기반이 열악한 전북 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건설업 비중은 전국에 비해서도 높게 나타난다. 전국 지역내총생산에 대한 건설업 비중은 5.6%를 차지하고 있다. 또 지역내총생산에 대한 건설투자는 15.4%로 전북지역과 마찬가지로 국내 경제구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전북지역의 건설업 비중과 지역내총생산에 대한 건설투자 비중도 전북이 전국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양호한 조건에서도 전북지역 내 건설산업의 위상은 ‘약골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전북지역의 건설업체 수는 4천356개사(종합 1167개사ㆍ전문 3189개사)로 전국(7만2천775개사)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능력 평가액 100위 건설업체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문제는 대부분 건설업체가 중소 규모로 영세하고 자금력과 기술력에서 타 지역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전북은 산업기반시설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를 따져봐도 대형건설업체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31일 공시한 2023년도 종합건설업체의 시공능력평가액을 보더라도 이 같은 현실이 잘 나타나 있다. 

전북의 1위 기업 도급순위가 전국의 84위에 그치고 있고, 전국 200위 내에 기업도 4개만 포함돼 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기반이 취약하다.

또한 전북지역 건설업체 상위 50위권의 시평액은 전년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SOC물량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타 지역 공사수주, 민간 상업 및 업무시설 건설 공사의 실적 하락 영향이 크다.

이는 건설기업 환경이 오랜 경기침체와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더욱 심화됐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라는 악재까지 터졌다.

최근 수 년간의 고질적인 건설업의 경기침체는 차치하고라도 전북의 희망이던 새만금사업의 정부 홀대는 지역의 중추산업인 건설업 존립 자체를 흔들고 있다.

현 정부와 정치권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전라북도에 떠넘기고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기본계획(MP)까지 다시 수립하도록 하는 어이없는 작태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SOC사업인 ‘새만금공항 건설공사’도 난관에 부딪쳤다.

당초 ‘새만금공항 건설공사’ 입찰에 현대건설은 35%의 지분을 갖고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전북에서도 한백종합건설, 합동건설, 계성건설(각 5%)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또 DL이앤씨는 50%의 지분으로, HJ중공업은 35%의 지분을 갖고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하지만 정부가 새만금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핵심사업들이 줄줄이 보류ㆍ연기될 위기에 처했다. 설계입찰까지 마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공사’도 사실상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전북 건설업계와 정치권,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새만금사업 예산삭감과 재검토에 대해 사업의 가치를 훼손하는 무분별한 처사라며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기의 전북 건설업 판을 키워라

타 지역에 비해 지역내총생산 비중이 높고 업체수도 많은 전북의 건설업은 ‘약체’라는 지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말 현재 전북지역의 건설업체 수는 4천345개사로 전국 7만2천775개사의 5.9%를 차지하고 있으나, 시공능력평가액 100위 내 건설사가 거의 없어(1곳) 중소 건설업체끼리 지역 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공시한 2023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보더라도 도내 1위 기업은 전국 도급순위 84위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전국 200위 내에 4개 업체만 포함될 정도로 전북의 건설업은 ‘약골’ 수준이다.

전북은 타 지역에 비해 건설업체 수는 상대적으로 많고, 지역내총생산에 대한 건설투자 비중도 전국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손에 꼽을 만한 대형건설업체 하나 없다.

또한 최근 1등급 건설업체의 시공능력평가액은 6천억원 이상에서 4천200억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 그런데도 전북에는 올해도 1등급(1군) 업체가 없다.

이에 따라 1등급 업체가 전무한 전북에서는 우량 건설산업의 육성 방안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전북은 지역내총생산 중 건설업 비중이 큰 지역이어서 건설업의 침체는 결국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전북지역에 1군 건설사와 같은 경쟁력 있는 대형건설업체가 없다 보니 외지업체의 ‘전북 공략’을 막아 설 뚜렷한 방법도 없다. 

전북에 기반을 둔 건설사들은 외지 대형건설사에 매달려 지역업체의 하도급률이나 지역자재의 사용 확대 방안을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의 물량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돼버렸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북 건설산업의 판을 키우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판을 키우려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술력을 키워야 가능한 일이다.

전북의 건설업체들은 대형공사의 주관사로 나서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서는 지역업체 스스로 그만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역 건설산업을 성장시키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민간 건설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지역 업체는 공사 물량이 달리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SOC예산 등이 타 시도에 비해 적기 때문에 기성실적이 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민간투자 확대를 통해 전체 SOC사업 규모를 유지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SOC예산을 늘리고 금융권의 대출규제 완화와 세제혜택을 확대해 업체들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 회사가 특정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수익과 해당 부지를 담보로 사업 주체에게 대출을 진행하는 형태의 PF(project financing)대출을 제한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지역 건설사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북의 건설산업이 오랜 경기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고 ‘약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며 “지역 산업 가운데 파급력이 큰 건설산업의 위기 탈출을 위해 판을 키워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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