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지정 등록문화유산
1천건 돌파··· 전문가 집단
전개 전문 음악-춤 비중 커
코로나 속 전주세계소리축제
온라인 과감한 도입 주목

전북, 우수 무형문화재 보유
세계 진출 발판마련 소극적
전북도 전담 컨트롤타워 부재
산업 경쟁력 강화 지지부진
소리문화전당-세계소리축제
도립국악원 통합론 제기돼
조직 슬림화 예산절감-문화
정책-축제 등 역량 집중 효과

외지인물, 전북문화 근간
흔들어 '문화의 시골'로 여겨
전북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때
도-예술인 정책수립 힘써야

지난해 9월 기준 전북도에 지정 등록된 문화유산이 1,000건을 돌파했다. 국가지정 320건, 전북도 지정 689건 등이다.

전북도의 상황에 비춰볼 때 이 정도면 가히 메머드급이란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전북의 전통예술이 타 시도에 비해 엄청나게 많고 전수 또한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전북의 무형문화재 지정현황을 기준으로 전북의 전통예술은 주로 전문가 집단에 의해 형성, 전개돼 온 전문 음악과 춤이 비율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전북이란 역사, 지리,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구성요소의 총체와 연계돼 있는 공간으로서의 지역 및 이곳 사람들의 인생과 생활문화양식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예술은 당초 지정종목이었다가 보유자 사망이나 외부 이슈에 의해 해제되는 등의 변화도 보이고 있다. 또 각 시도 지자체 자율권으로 향투문화유산 지정 및 문화재 등록이 가능해지면서 실질적인 전북의 무형문화재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시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정한 것은 김제의 김제벽골제쌍룡놀이, 임실군의 삼계말천방농요, 무주의 설천농악 등이 있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전북무형문화재들이 전북이란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란 단어가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할 것 없이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전북의 문화는 어디까지 나아갔는지 되돌아볼 때다. 

비단 무형문화재만 관련된 사항은 아니다. 도내 모든 문화계가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가 퍼졌다. 비교적 최근 일이라 아직도 그 코로나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절, 전북의 문화계에서는 의미심장하고 유의미한 작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온라인을 적극 활용해 축제의 공간을 전북에서 세계로 확대시킨 것이다. 초기에는 많은 우려가 제기됐다. 기술적 한계가 분명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패했을 경우 뒷감당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소리축제는 과감하게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최대한 활용했다. 성공여부를 따지기보단 과감한 도전에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많은 자원을 가지는 것보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핵심이다. 전북은 전국 최고의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전북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야 할 발판 마련에는 아직도 소극적이다.

전북도는 지난 해 전북의 문화유산 현황과 미래 방향을 점검하는 토론회도 열고, 이들의 창의적 가치활용과 다양한 콘텐츠 제작으로 산업경쟁력 강화도 꾀한다고 발표했다. 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예기능인의 무형적 가치에 신기술을 적용해 MZ세대에게도 공감과 창조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발굴 등 문화재 정책 방향을 전환할 계획도 밝혔다. 유구한 역사적 전통에 걸맞은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가치를 조명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이같은 움직임은 잘 감지되지 않는다. 이를 담당할 콘트롤타워가 부재한 탓이다. 

콘트롤타워는 전북의 문화 관련 전반적 정책 및 시행을 담당하는 곳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아직도 이같은 시설의 부재는 아쉽기만 한 실정이다.

최근 진행된 소리축제를 보면 이런 아쉬움이 여실히 남는다. 새롭게 구성된 집행부로 인해 새로운 기대감이 들었지만 기대 이하의 초라한 성적표를 안겨줬다. 각 축제나 행사 주최들이 새롭게 변경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인 셈이다. 

10여년 전에 도내 문화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 다시 상기되는 대목이다. 당시 전북 문화계에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세계소리축제, 전북도립국악원을 통합하는 이른바 ‘통합론’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는 여기에 전북문화관광재단을 포함한 통합론이 조심스럽게 수면 아래에서 나오고 있다. 

산발적으로 흩어진 기관들을 하나로 통합하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조직 슬림화로 인한 예산절감을 비롯해 제각각 흩어진 문화정책과 축제 진행 등을 통합된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도내 문화정책을 관할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도내 전북문화계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때다. 외지 인물들이 전북에서 전북문화의 근간을 흔들고 이곳을 마치 ‘문화의 시골’로 여기는 행태를 지양할 때다. 전북은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지이자 이곳에서 대한민국 문화가 시작되는 곳임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산발적으로 흩어진 도내 문화의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전북의 문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기다”며 “전북에서 시작된 문화의 물결이 전 세계에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화정책을 수립하는 전북도를 비롯해 현장의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의 힘을 합할 때이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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