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전주시 도서관본부장
/김병수 전주시 도서관본부장

동화작가 겸 소설가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가 없는 삶에 우울증을 겪는 주인공 앞에 서가와 책들이 가득한 특이한 도서관이 나타난다. 주인공은 도서관 책장에 진열된 책을 꺼내면서 살아보지 않은 다른 삶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만약 당신이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지만 다른 삶을 살았다면 지금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진다.

자정의 도서관에서는 주인공이 선택한 책마다 다른 삶이 존재한다. 현실의 도서관에서도 책 한 권에 작가의 지식이 축적되어있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무수한 세계들을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서가 위의 책들이 숨을 쉬며 살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시민들에게 크고 작은 의미와 가치를 주는 책 한 권 한 권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 ‘다시, 질문 곁으로’ 내 삶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 시작

전주독서대전의 주요 주제는 ‘질문’이다. 2023 전주독서대전은 ‘다시, 질문 곁으로’를 주제로 질문을 던지며 삶의 답을 찾아가는 시민들의 여정에 함께 하려고 한다.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한벽문화관과 완판본문화관 일원에서 개최되는 전주독서대전에는 물리학자 김상욱, 송주홍 노동작가, 논픽션 작가 김희경, 최진영 소설가와 같은 유명작가의 강연과 전주페스타와 연계한 공연, 어린이 독후활동대회 등 경연, 전시, 체험, 북마켓 등 9개 분야 118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10월 한 달 동안 전주에서 다양한 축제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올해는 전주독서대전도 ‘전주페스타 2023’라는 전주의 대표축제 브랜드 중 하나로 책과 관련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전국 최대규모의 독서문화 행사이면서 2017년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시작으로 매년 개최하고 있는 전주독서대전은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 해 4만5천여 명이 참여하는 등 많은 시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 왜 전주독서대전인가?

전주는 완판본으로 출판산업을 이끌었던 출판문화의 도시이자 기록문화도시이다. 이러한 출판문화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책 읽는 도시’를 지향해오고 있다. 또한 12개의 공공도서관과 12개의 특성화도서관을 포함한 145개의 작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65만 시민 중 도서관 회원은 38만여 명에 이르고 422개의 독서동아리가 활동한다. 또한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과 ‘전주책쾌’, ‘작은도서관과 함께하는 책축제’ 등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고전 100권 함께 읽기’, ‘독서마라톤 대회’ 등 책읽는 문화를 지속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전주독서대전은 이러한 전주의 우수한 도서관 인프라와 독서문화 정책을 기반으로 독서공동체와 독서생태계가 협력하여 기획한 책 축제이다.
 

▲ 가족과 친구와 함께 하는 체험형 책 축제의 장

올해 전주독서대전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 할 계획이다. 야외체험 부스를 무료로 운영해 시민들이 축제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가족독서 골든벨, 어린이 독후활동 대회와 같은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책 읽어주는 낭독공연, 마당창극, 그림책 공연, 뮤지컬과 전통놀이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체험형 축제로 다가갈 계획이다.

또한 이번 독서대전에서는 청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여 지역 청년단체 및 예술인들의 참여를 확대했다. MZ세대의 독서 욕구를 반영한 ‘젊은 축제’를 만들기 위해 낡은 사고의 틀을 깨고 새로운 사유의 문을 열어갈 다양한 ‘질문’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QR 코드를 활용한 양방향 강연, SNS를 활용한 사전 질문으로 진행하는 독서토론, 행사장 곳곳의 퀴즈를 풀어나가는 스탬프 투어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호기심과 참여를 이끌고자 한다.

책을 읽으며 문득 깨달음을 얻는 경험이 있지 않은가.《생의 실루엣》을 쓴 일본의 작가 미야모토 테루는 서점에서 한 문예지를 보다 ‘이 글보다 백배는 더 재밌는 소설을 하룻밤 만에 쓸 수 있겠다.’ 생각하며 그 순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전주독서대전에 참여하면서 책이 삶에 주는 의미와 책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고, 그동안 몰랐던 내 안에서 살아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이 주는 경험을 통해서 질문을 하고 깨달음을 얻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김병수 전주시 도서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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