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진구 '혼자 웃다'

표현문학상 수상 출판권 사용 시집 발간
총 70편 5부 구성··· 묻혀두기 아쉬워 싣어

곽진구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혼자 웃다’가 발간됐다. 이번 시집 발간은 표현문학상 수상과 함께 신아출판사로부터 부상으로 받은 시집 출판권을 사용했다. 

제7시집 ‘시의 소굴’ 이후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과 근례의 신작 그리고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빠졌던 작품들을 묶었다. 총70편을 5부로 나누어 구성됐는데 이중 4부와 5부는 제5시집 ‘사람의 집’과 제6시집 ‘꽃에게 보내는 엽신’ 전후의 작품에 해당된다. 시간의 차가 다소 있지만 그냥 묻혀두고 가기에 뭔가 허전한 생각이 앞서 붙들어 놓기로 한 것이다.

이번 시집을 읽다보면 다가오는 게 있다. 그것은 그이 시에 일관되게 꿰어져 있으며, 작위적으로 무얼 꾸미려는 자취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어진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소화해 내고 그렇게 시간을 소요하는 시인의 모습이 함뿍 배어있다. 고희를 눈앞에 두고 여덟 번째 시집을 내놓을 정도면 그 정도의 내공이 있어왔지 않겠느냐고 느껴진다. 

시집 표제작은 ‘혼자 웃다’를 보면 더욱 그렇다. 내용을 살펴보면 행위의 부딪힘이 전혀 없다. 비 개인 집 앞 웅덩이의 물에 하늘이 들어와 놀고 있는데 부딪힐 일이 없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되 흔적이 남지 않는 세계를 굳이 표현하지면 ‘무위의 도’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단순히 무위자연한 사물을 객관적 대상으로 하여 자연을 묘사한 것이라면 그 자체로서 예술적 행위라 이르기 어려울 것이다. 이 작품이 한 편의 시로서 예술적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선 반전이 필요하다. 창조자의 내면에서 이미 이루어진 그 반전이 독자인 감상자의 내면에서도 이뤄져야 비로소 한 편의 시로서 존재의미를 발휘하게 된다. 

‘혼자 웃는다’는 것은 수없이 많은 교감 속에서도 걸릴 것 없이 유유자적하는 소요의 세계를 말한다. 걸림이 없는 소요의 세계는 사실 자연의 세계 속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소요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마음의 세계 속에서 이뤄지는 세계라 할 수 있다. 

비록 속세의 처지에 놓여 있다 해도 그 걸림 없는 즐거움의 세계를 누리고 있는 세계가 바로 ‘혼자 웃는’ 세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일 년 사시 중 천지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때가 팔월이다. 시인은 장마철 비가 와서 더욱 풍성해진 ‘물엉덩이’를 통해 자연의 총체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결국 그 비유의 기능을 십분 활용해 자신이 추구하는 무위의 도의 세계를 실로 자연스럽게 담아낸 것이다. 

결국 시인의 시세계는 결국 인간에 내재한 저 깊은 신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김광원 시인은 “시인이 평생 추구해온 일련의 무위 시편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나름대로 대강이나마 풀어놓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시인의 시 세계는 계속 사랑의 자리로 나아가고 세상이 아무리 험하다 한들 본래 우리의 우주는 무위의 한마음으로 가득 차 있음을 오래오래 걱낭하게 보여주길 소망한다. 시집 ‘혼자 웃다’ 발간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걷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걸으며 오긴 왔는데 신통치 않다. 그 길 끝에서 완성된 뭔가를 만날 것이라 나름 생각해보긴 했지만 마음 뿐 그 결과는 항상 그러하듯 튼실하지 못하다. 고단한 시의 길이다”며 “시인은 한 곳에 머물면 안된다. 한곳에 머문다는 것은 안주하는 작가로서 직무유기다. 다시 내딛는 길이 험로일지 비단길이지 모르지만 마음을 다잡아 시의 폭풍이 일기를 기대한다. 나의 시들의 무탈한 여행을 빈다”고 밝혔다. 

남원 출생으로 원광대 한문교육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예술계’에서 시, 1994년 ‘월간문학’에서 동화로 등단했다. 전북시인상, 전북문학상, 표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남원지부장,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표현 이사, 전북시인협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문인탄생백주년기념사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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