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원래 학문 시초는 융·복합 상태로 시작됐다. 근대 과학의 출발선인 코페르니쿠스는 폴란드어, 독일어, 라틴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의 능통했다. 

기하학, 대수학, 우주구조론, 천문계산, 광학, 철학적자연학을 소양으로 한 천문학을 공부했다. 고대 문헌을 통해 지동설이 옳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를 수학적으로 집대성한 책이 1543년도에 출간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revolve(회전하다)’의 명사 ‘revolution’을 처음 사용했다. 

후에 정치적인 의미를 더해 ‘혁명’이라는 뜻이 됐다. 그만큼 이 발견이 대사건이었다. 

이렇듯 원래 학문에 영역은 없었다. 갈릴레이도 천문학자, 물리학자, 수학자로 전 분야를 섭렵, 통섭했다. 

따라서 이때부터 대학교육에서는 자유7선(Liberal Arts: 문법, 논리학, 수사학, 산수, 기하학, 음악, 천문학)이라는 교양격의 과목을 4년 동안 가르치고 후에 직업 교육은 따로 시켰다. 

금세기 최대의 발명품인 상대성 원리도 원래는 고대 그리스 과학자들이 배안에서 낙하시킨 공을 배 안에서 보면 직선으로 떨어지지만 강둑에서 보는 사람에는 사선으로 낙하한다는 사실에 즉, 관점을 다르게 본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1740년 경, 베르누이는 이 상대적 아이디어를 유체의 흐름에 융·복합시켰다. 고정된 곳에서 관찰할 것이냐? 

아니면 유체의 흐름에서 움직이면서 관찰할 것이냐?를 연구했다. 이러한 아이디어에서부터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개념을 발명했다. 

제자 오일러는 미적분의 개념을 창출했다. 이 아이디어를 혈류에 응용확대해 혈관 내의 혈액이 흐르는 속도와 혈압의 관계도 연구했다. 

베르누이는 의학, 형이상학, 자연철학교수를 했다. 

이러한 상대적 관점을 아이슈타인은 물리법칙에 확대융합했다. 이에 ‘물리법칙을 서술할 때, 물체들의 상대운동만 따져야 한다’는 상대성원리를 밝혔다. 

이를 일반적 그리고 특수 상대성까지 확대하고 E=mc²이라는 전과학사에 통 털어 전무후무한 과학적 사실을 창출해낸 것이다. 

즉, 고대 그리스에서 배위에서 물체를 낙하 시킬 때,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아이디어가 상대성이론까지 융복합된 것이다. 

근대에 들어서 최고의 엔지니어 중에 한 사람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교양7선을 소양으로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융·복합의 선구자이다. 

각 분야에 이러한 융·복합 선구자는 아주 많다. 구미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은 학과 간의 벽이 높지 않아 융·복합이 비교적 자유롭다. 

공대 내에서도 5개과정도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대부분 대학의 공대 내에만 30여개 과에 가깝다. 다른 단과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 

하버드대와 스탠포드대는 학부전공이 40여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60~100개 수준이다. 

스탠포드대가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141명으로 745명으로 늘렸고 조지아공대의 의용공학과가 500명으로 늘리는 동안 우리나라는 한명도 늘리질 못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백화점식으로 늘어놔도 무방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 

이러한 학과간 통폐합이 불가능했었던 것은 1952년에 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 때문이다. 

다행히도 금년 5월 28일에 발표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대학에 학과·학부를 둔다는 학과 학부를 둔다는 조항이 폐지된 것이다. 

학과들은 전공칸막이로 너무 세분화됐고, 학과간 장벽은 높아지고, 아주 세분화된 전공들의 이기주의는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럴 수가 없게 됐다.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학 능력이 없는 학생들까지 대학을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 하나가 우리나라가 세계경제10대강국으로 기술이 고도화가 되고 사회가 다 원화되면서 융·복합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는 선진국을 쫓아가면 됐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끌고 나가고 개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도태된다. 결국 혁명적인 창조·파괴와 혁신이 불가피하다. 

우리 젊은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학문분야를 하게하고 학생들을 융·복합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학개혁의 요체인 것이다. 융·복합 교육의 혁명적 대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명이다.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