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쌀 소비량 해마다 줄어
일반 멥쌀 습식 제분 방식 필요
농진청 '바로미2' 가루미 개발
전략작물직불제 연 20만t 생산
밀가루 수요 10% 대체 계획
바로미2 대량건식 제분 가능
베이커리-떡 개발 적합
농심-해태제과 등 개발 참여
연말까지 과자-라면 등 시제품
소비자 평가 진행 앞다퉈

가루쌀은 수확 직후 곧바로 빻아서 가루로 만들 수 있도록 개발한 품종이다.

기존 밥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을 말한다. 가루쌀의 대표 품종은 ‘바로미2’로 식량산업이 처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변화하는 식품 소비문화에 맞춰 향후 면과 빵, 과자 등 먹거리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식품산업의 원료가 될지 관심이 높다. 
/편집자주
 

▲가루쌀의 정의와 탄생 배경

가루쌀 산업이 중요한 정책으로 떠오른 이유는 쌀 과잉 구조가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밥 대신 빵이나 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증가하자 가공에 적합한 쌀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쌀을 밥이 아닌 빵이나 면의 원료로 쓰기 위해서는 가루로 빻는 작업이 필요한데, 일반 멥쌀은 알이 단단하기 때문에 ‘습식 제분’ 방식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쌀은 가공용으로 선호되지 않았다.

농진청은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할 수 있는 유전자를 전국 각지 쌀 품종들에서 검출한 뒤 가루미(특허명 ‘바로미2’)를 만들어냈다.

가루쌀을 재배하면 1㏊ 100만원, 밀이나 목초 등 조사료까지 함께 심으면 최대 250만원을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제’도 지난 1월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또한 내년부터 가루쌀 상용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2027년까지 가루쌀 생산량을 20만톤으로 늘려 연간 밀가루 수요 10%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가루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7㎏로 10년 전인 2012년 70㎏보다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1985년 128㎏부터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지난해 쌀 생산량은 376만4천톤으로 10년 전 400만6천톤 보다 6%인 24만2천톤이 감소하는 데 그쳤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소비 감소보다 생산 감소 속도가 생산이 넘치고 있다.

쌀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밀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해 재배를 장려하고 있는 것이 ‘가루쌀’이었다.

그렇다고 가루쌀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가루쌀은 낮은 생산단수, 수발아, 병충해, 일반 벼와 다른 재배방식 등으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양한 가루쌀 시제품 개발 나서 

가루쌀은 분질미라고도 부르며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쌀 품종이다.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어 쓸 수 있어 수입밀 대체에도 유리한 새로운 작물이다. 

농업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 가루쌀(바로미2)은 쌀 적정 생산과 식량자급률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농림부는 가루쌀의 대량 건식 제분이 가능해 규모의 경제와 산업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가루쌀을 활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가루쌀 생산단지 집중 육성과 가루쌀 제품 개발 지원에 나섰다.

이를 통해 쌀 소비 감소에 따른 공급과잉 개선과 새로운 식품원료를 활용한 시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 1월에는 가루쌀 제품개발에 참여할 식품업체를 모집해 15개 식품업체의 19개 제품을 선정, 연말까지 가루쌀로 만든 과자와 라면, 식빵, 튀김가루 등의 시제품 개발과 소비자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루쌀의 원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저당 쌀가루 활용과 쌀의 노화 지연 기술개발 등 연구과제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가루쌀은 일반쌀 대비 부드럽고 촉촉해 빨리 굳지 않고 발효속도가 빨라 베이커리, 떡 개발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쫄깃한 식감과 풍미, 높은 소화력 등 쌀이 갖고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루쌀 제품개발 사업에는 농심(라면), 삼양식품(과자, 라면), SPC삼립(식빵과 파운드케익 등 4종), 해태제과(오예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 가루쌀의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 식품업계에 제품개발과 생산, 마케팅, 수출에 필요한 비용을 통합해 지원하는 등 가루쌀 제품화 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 가루쌀이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전 가루쌀이라고 합니다. 저는 처음 태어났을 때 형제들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부모님, 형제를 닮지 않은 돌연변이로 태어났습니다. 단단하지도 않고 쉽게 부서져버리는 약한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형제들과 함께 있으면 뽑혀 버려지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다 한국인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던 쌀 세상에 밀가루가 습격해왔습니다. 단순히 쌀을 익혀 조리해먹던 한국인들은 다양한 밀가루의 쓰임새를 알게 되어 쌀보다 밀가루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밥보다 빵, 국수를 좋아하게 되었고 농민들에게 많이 생산되었던 일반쌀 형제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덜 받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열심히 구슬땀 흘려가며 농사지었던 농민들은 시름이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사람들은 쌀을 가루로 만들어보려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밀과 달리 일반쌀은 물에 불려 가루로 만드는 습식제분(쌀 1kg에 물 5t 사용)을 해야 하는 까닭에 제조 과정이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 밀가루와의 가격 경쟁에서도 밀려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때 저를 알아봐준 사람들이 저를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일반쌀에 비해 밀도가 낮아 물 없이도 쉽게 부서져 건식제분이 가능했습니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묘수로 떠올랐죠. 그래서 저 가루쌀은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올해 재배면적이 급격히 증가해서 2,000ha 정도가 재배됩니다. 그 중 850ha는 호남평야를 끼고 벼재배 기술이 발달한 전라북도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저의 자손들이 많이 늘어날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같은 가루이지만 밀가루와 달리 저의 쓰임은 특별합니다. 빵을 부풀게 하는 글루텐 성분이 없어 빵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장애가 생기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쌀은 애초에 글루텐이 없는 곡물이다 보니 저를 이용하면 밀가루에서 글루텐을 제거하는 것보다 쉽게  ‘글루텐프리’ 식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저를 가지고 빵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오랜 기간 식품개발 연구를 해 온 기업이 저를 적극 활용하여 빵, 국수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여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혀준다면 한국인의 식탁에서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의 생산 및 소비에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한 만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정부 예산에 71억원 규모의 가루쌀 산업화 지원 사업과 1,121억원 규모의 전략작물직불 사업을 반영했습니다. 전략작물직불이란 콩이나 가루쌀 재배 시 ha당 100만원을 농업인에게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이모작으로 밀 또는 조사료 재배까지 한다면 인센티브 대상이 되어 ha당 250만원이 지급됩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현장점검을 통해 대상작물 재배여부를 파악하여 정부예산이 필요한 농업인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함께한다고 합니다.

저를 아껴주고 보살펴주는 농업인의 노력이 보상 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이 한 몸 가루가 되어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를 위해 몸 바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가루쌀로 만든 빵이나 국수를 발견하시면 맛보시고 저를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김민욱 농관원 전북지원장

※ 이 원고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 협조로 가루쌀을 의인화 해 편지형식으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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