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
정부 예산 80% 대폭 삭감 충격
스마트농업 확산 농업혁신 방안
육성정책-연구개발 의지 상반돼
연구개발 예산 24.6% 삭감 직격
농업실용기술 100억원 이상 삭감
신품종-신기술 등 농업인 우려로
'R&D 카르텔 척결' 결정적 이유
농업분야 전년比 2천848억원↓
농해수위 의원들 심의서 증액을
고령화-기후위기-시장개방 등
농업 위기 직면 식량 안보 위협
먹고 사는 문제 직결된 농업분야
국가 기간산업-미래성장산업
무조건적 아닌 중요성 평가 필요

중ㆍ소농 위주의 농촌 현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 절벽에 따른 농업인구의 감소로 급격한 고령화가 이어지고 인구 유출로 일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농지면적의 감소, 농산물시장 개방 등 각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급격한 산업화 사회로의 진입으로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더 이상 회자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미래농업의 성장을 책임질 연구개발(R&D) 예산삭감(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내세우며 연구개발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내년도 농업분야 연구개발 예산은 총 9천197억원으로 올해 1조2천45억원보다 무려 2천848억원(23.6%)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전북혁신도시 소재 농촌진흥청의 전북지역의 지역농업 연구개발 사업인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 예산은 80%나 삭감됐다. 이 때문에 각계에서는 농업 연구개발 기반이 더욱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대폭적인 농업 연구개발 예산삭감과 이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싹둑’ 잘려나간 농업 연구개발 예산안

“농진청 사업 중 유일한 지역농업 연구개발(R&D) 사업인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 예산이 80%나 삭감됐다. 이 사업은 농업진흥사업이자 지역균형발전사업이었는데, 이런 예산을 삭감하는 건 농업 포기, 미래 포기, 지역 포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는 농진청의 전북지역 연구개발 예산의 삭감액을 두고 터져 나온 국정감사장에서의 성토다.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연구개발 예산삭감(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전북지역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역의 큰 폭 삭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구개발 예산삭감은 정부가 ‘카르텔 척결’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이 같은 배경은 농업 연구개발 예산에도 그 대로 적용됐고, 농업계에서는 농업 연구개발 기반이 더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예산 삭감안은 정부가 약 1년 전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 방안’을 내놓았던 농업 육성정책과 배치되는 것이다. 또 올해 농업분야 국정과제로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를 제시한 뒤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와도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전북혁신도시 소재 농촌진흥청의 연구개발 예산도 24.6%가 삭감돼 직격탄을 맞았다.

농진청은 지난달 1일 2024년 예산안을 올해 1조 2천547억원보다 13.5% 감소한 1조 855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건전재정을 내세우며 연구개발사업 예산은 줄었고, 농업ㆍ농촌 현안 중심으로 과제를 개편하면서 연구역량을 집중하려는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연구개발 예산안은 5천737억원으로 올해보다 1천875억원이 줄어든 24.6% 감축됐다. 

농진청의 지역농업 연구개발 사업인 ‘지역농업연구기반 및 전략작목육성사업’의 내년도 예산과 과제는 대폭 삭감, 축소돼 전북지역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가주도 육성사업이 ‘지역농업 포기론’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북지역 ‘지역농업연구기반 및 전략작목육성사업’의 정부예산안은 올해 보다 80%에 육박하는 79.4%가 삭감된 약 37억원으로 편성됐다. 

농진청이 지난 8월 29일 재편해 선정한 전북지역 지역특화작목은 △대표작목 수박 △집중육성작목 천마, 파프리카(대형과) △자체육성작목 곤충(치유), 곤달비ㆍ고사리, 블루베리, 지황, 상추 등이었다. 

물론 기초 식량주권 확보와 지역농업 활성화, 탄소중립 등 일부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증액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 분야는 예산이 대폭 축소됐고, 심지어 전액 삭감돼 폐지된 분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국가 연구개발에 문제점이 있고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일부 연구개발자들의 잘못된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겠지만, 예산 삭감 문제는 현재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연구개발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부의 섣부른 판단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최선인지 의문스럽다는 시각도 많다.

더 큰 문제는 농업 연구개발 예산의 대폭 감축이 농업선진국을 따라가기에 장해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농진청은 올해 연구개발 신규사업으로 국가기반 육종 플랫폼 개발, 농업용 로봇 실증단지 조성, 농축산분야 탄소 저감기술 이행기반 구축 등의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하지만 대폭적인 예산 삭감으로 향후 연구개발에 비상등이 켜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기에 농진청이 연구하고 개발한 기술을 보급하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업실용화기술 연구개발 사업은 100억원 이상이 삭감됐다. 

결과적으로 농업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신품종, 신기술 등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업인들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 “미래 농업 암울하다” 성토장 된 국감장

내년도 농식품부 전체 예산 중 연구개발 예산의 대폭 삭감(안)이 나오면서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정부가 ‘R&D 카르텔 척결’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이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내년도 농업분야 연구개발 예산의 대폭 삭감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농식품부, 농진청, 산림청 등이 제출한 2023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농업분야 연구개발 예산은 총 9천197억원으로, 올해 1조 2천45억원보다 2천848억원(23.6%)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ㆍ산림청 예산까지 모두 포함시키면 농업 연구개발 예산이 전년대비 23.6%에 해당하는 2천848억이나 줄어들어 미래 농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원성이 자자하다.

농식품부는 내년도 국가예산 총지출 규모가 2.8% 증가했으나 농식품부 예산은 전년대비 5.6% 증가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하지만 농업분야 연구개발 예산이 전년대비 23.6%나 줄어들면서 현 정부가 미래 농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농업 연구개발 예산은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농업 준비를 위해 필수적인 예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도 예산안에 전액 삭감되거나 반토막난 사업들은 핵심 농자재의 국산화 기술 개발, 우리 농업의 스마트화ㆍ디지털화를 위한 기술개발, 기후위기에 따른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재해 능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들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전북지역 국회 농해수위 소속 윤준병ㆍ안호영ㆍ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농업 R&D 예산은 대한민국의 농업 경쟁력 확보와 우리 농업의 스마트ㆍ디지털화를 위해 반드시 매년 증액해야 하는 예산인데도, 정부가 농업 연구개발 예산을 유례없이 큰 폭으로 삭감한 것은 미래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다가오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농업 연구개발 예산의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위원장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구책임자 교체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연구개발 사업 연구과제 책임자 교체는 무려 1667건이나 됐다.

이 때문에 농진청 연구개발 사업 내년 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연구책임자들의 잦은 인사이동마저 지속되면 연구 실적이 더욱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농진청은 연구개발 사업 특성을 반영해 연구 질적 저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정부는 농업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 “미래농업 이끌 연구개발 후퇴 안돼”

농촌의 현실은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일손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농가인구의 감소로 황폐화 되고 있다. 여기에 농지면적의 감소, 농산물시장 개방 등으로 각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촌에서는 젊은 사람 중심으로 이농이 진행된 반면 도시청년의 귀농은 적다 보니 농업경영주 고령화는 심화했다. 특히 기후위기 등 대내외적 위기는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농지면적까지 감소하면서 농지와 농가인구가 계속 줄어들 경우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이 흔들리고 식량안보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농업 성장 요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현 정부의 농업 연구개발 예산의 대폭 삭감은 농업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농업인 피해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농업기술의 후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가 ‘미래 농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농업 인력의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예산의 대폭 삭감은 농촌 소멸, 농업 인력 부재를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 

농촌은 농업 소외론의 확산으로 농업인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이는 국제 농업경쟁력 저하, 청년 인재 이탈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나타날 소지도 있다.

농업뿐만 아니라 기초과학 전 분야를 포함한 연구개발 예산의 삭감이라고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농업 분야에서의 예산 삭감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50년 뒤인 오는 2070년 한국 농업이 직면할 위기는 공급 측면에서는 후계인력과 노동력 부족, 수요 측면에서는 인구절벽과 고령화로 농식품 소비 급감과 국내시장 위축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농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질 수 없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받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책무가 있다는 점에서 연구개발 예산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국가재정 등의 이유로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면 무조건적이 아닌 정확한 성과와 중요성 평가를 통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업 연구개발 관련 내년도 예산은 연말 예결위의 최종 확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예산을 복원하기 위해 정치권 등에서 최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가 경제가 어렵고 재정이 열악하더라도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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