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귀선 평론집 '수필의 새로움을 향한 랩소디'
불확실성시대 인간의 이유-수필문학 고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에서 실제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 또는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인 현대는 크로스오버 시대로 다양성과 다원성이 핵심이다. 즈음하여 최근 쳇GPT의 개발로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각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여기에는 긍정적 부분도 있으나 부정적 부분도 없디 않다. 인터넷의 발달로 종이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가라앉기도 전에 쳇GPT가 출몰해 시와 소설을 스고 심지어 일기까지 대필하는 세상이 됐다.

배귀선 작가는 평론집 ‘수필의 새로움을 향한 랩소디’를 통해 AI 시대 서정의 회복을 위한 창작의 방향성을 제언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인간이 인간인 이유를 자문하면서 수필문학의 방향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경험 사실을 전제로 한다는 수필 규정은 그동안 문학의 기본인 상상의 발현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없다는 데서 수필의 태생적 한계로 인식됐다. 이는 수필계 안팎에서 기정사실화 돼 왔으나 최근 한계를 가능성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혹자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이 시대야말로 수필의 지평이 문학확장 될 수 있는 시기라 언급한다. 이러한 긍정 이면의 불안에는 인공지능의 발달이 어디까지 치달을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놓여 있는 것 같다. 어느 시대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있었으나 문명 진화의 속도가 극에 달한 현대는 그 정도가 더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다양성과 다원성을 핵심 코드로 하는 현대성과도 맥이 닿아 있는 부분인데 다행인 것은 현대를 거치며 패러다임의 전회를 꾀한 수필계의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학수필, 종교수필, 과학수필, 예술수필 등 전문지식을 활용한 수필의 방향성 모색이라든가 형식의 변주로서 손바닥 수필과 소재 확장 차원에서 사물 수필 등 새로움에 대한 맷집의 축적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탱하고 제시할 수 있는 평론 영역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꾸준한 비평담론을 통해 수필문학의 방향성 제시가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문학의 본질과 기능 뿐 아니라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판단, 분석, 평가하는 행위기 비평일 것인바 평론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평론집에서는 저명한 수필가의 수필집과 작품을 토대로 수필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하는 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문제 삼아 작품이 지닌 의미를 파악하고 작가 또는 작품의 미래를 논하고 있다.

배귀선 저자는 “짧은 식견 탓에 소상하지 못한 점 유감으로 생각하며 일련의 시각이 AI 시대 서정의 회복을 위한 창작의 방향성 제언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용기를 내 묶는다”며 “책에 실린 평론은 여러 문예지에 기 발표된 작품들이며 개인 문집 평론을 포함한 것이다. 평론집이 나올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전북 부안 출생으로 원광대 초빙교수, 원광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도내 일간에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 ‘수필미학’ 평론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신춘문예당선동시연구’와 아르코 문학나눔시집 ‘점멸과 침묵 사이’, 아르코 발간 수필집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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