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자녀, 전북 교육 속으로

도내 다문화 학생수 상승세 꾸준
다문화가정 중 44% 베트남 1위
전주 학생수 최다인 반면 2% 뿐
진안 16.6% 임실 16% 군단위 높아
다꿈센터 중도편입학 지원 수행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이중국적 공교육 진입 지원 운영
전북대-전주대 고교 진로캠프
다문화 학부모 10개국언어 개요집
돌봄교실-교복비 등 길라잡이
도교육청 교육전문 콜센터 필요
이주여성 상담-연수 멘토 역할로
다문화 인식 개선 남은 숙제 많아
문화 다양성 꾸준히 교육해야

지난주 열린 전주 토박이 친구의 결혼식에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신부가 수줍게 입장했다.

기자가 20여 년 전 학교에서 듣던 ‘지구촌’과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는 어느덧 역사의 한편으로 지나갈 만큼 대한민국의 구성원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국제 부부의 탄생과 더불어 외국인 부부의 한반도행이 대폭 늘었고, 우리 땅에서 태어난 2세대 자녀들은 엄연한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정규 교육을 받고 있다.

전북의 다문화 자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도내에는 수많은 기관과 더불어 다문화가족지원법을 기반으로 한 전북도교육청 내 ‘다꿈(다문화)교육지원센터’가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본 기사는 다꿈센터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다문화자녀의 현황과 학교 적응 과정, 도내 지원 시스템과 더불어 센터 구성원의 후일담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전북의 다문화자녀

도내 전체 학생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다문화 학생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3,064명을 시작으로 3,400-4,066-4,790-5,560-6,056-6,718-7,230-7,720-8,105-8,228명을 거쳐 2023년 총 8,664명이 집계되며 단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도교육청 기준 최신 집계자료인 작년 4월 데이터를 살펴보면 도내 다문화가정 학생 중 반절에 육박하는 44%의 학생이 베트남인의 피를 갖고 태어난다.

이어 중국 15.7%, 필리핀 13.8%, 캄보디아 7.9%, 일본 5.2%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중도입국자는 263명(2.97%), 외국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는 367명(4.14%)에 불과한 반면 국내출생자는 8,238명(92.90%)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시·군별 다문화학생 비율 또한 눈에 띈다.

가장 많은 학생(8만8,459명)을 보유한 전주의 다문화학생 비율은 2.0%에 불과한 반면, 진안 16.6%, 임실 16.1%, 순창 12.6% 등 군 단위의 경우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도내 평균은 4.3%였으며,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16.9%를 기록한 장수다.
 

▲ 입학과 적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다문화자녀 외에 중도입학과정을 밟아야 하는 ‘외국 국적’ 학생은 초등학생은 거주지가 속한 학구 내의 초등학교를 방문해 편입학을 상담하고, 중고등학생은 지역교육지원청에 방문·상담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들은 학력 증빙 서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학제(12년제)에 맞는 학년을 결정하게 된다.

입학의 경우 외국인 가정 자녀는 취학통지서가 발급되지 않으므로 가까운 초등학교를 방문해 상담받는다.

그렇게 이들의 대한민국 교육 적응기가 시작된다.

다꿈(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 따르면 도내에는 다문화 정책학교 22개교, 다문화 사랑방학교 166개교,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한국어 학급(6개 학급), 징검다리학교 3개교 지원, 다문화 연구학교 2개교 운영 등의 학교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꿈센터는 찾아가는 한국어 일대일 집중교육, 다꿈 이중언어 맞춤형 지원, 고등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대상으로 이·미용 등 각종 자격증 관련 기술 습득을 위한 진로학습비 지원, 중도입국학생 편입학 및 취학 관련 서류·절차 안내, JB지구촌 지원단 조직을 통한 도내 학생, 학부모, 교사 대상 문화 다양성 및 세계시민교육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중국적을 포함한 중도입국학생의 경우 이들의 공교육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위탁 기관이 지정 운영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글로컬인재교육원, 완주군가족지원센터, 마수리늘배움협회 총 4개 기관이 한국문화 및 한국어 교육을 집중 지원한다.

도내 대학 또한 다문화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전북대학교와 전주대학교는 도교육청과의 협력을 통해 각각 지난 7월과 8월 나흘간의 다문화가정 고등학생 진로캠프를 진행했다.

전북대는 미디어 제작 실습 및 체험, 미디어 직업의 세계, 미디어 콘텐츠 제작, 공감과 소통의 스피치, 진로 콘서트, 언론사 견학 등을 운영했다.

전주대는 영화방송학과·환경생명과학과·상담심리학과·관광경영학과·중등특수교육학과 등에서 학과별 전공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팀별 활동을 통해서 창의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힘을 모았다.
 

▲ A부터 Z까지, 전북형 교육 입문서 마련

기자가 가장 궁금했던 점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다문화가정의 부모와 자녀가 정착 과정에서 이러한 지원을 어떻게 접하고, 또 이해하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다꿈센터 관계자는 “최근 다문화 가정 학부모를 위한 학교교육 이해자료를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는 지난 8월 한국어·영어·베트남어·중국어·일본어·크메르어(캄보디아어)·타갈로그어(필리핀어)·러시아어·우즈베크어·몽골어 총 10개의 언어로 제작·배포된 개요집이다.

주요 구성은 한국 교육제도 및 학교생활, 도교육청 학생 지원 사업, 다문화가정 학부모 도움자료, 학교 및 교육청 누리집 번역 기능 활용 매뉴얼 등이며 제작에 앞서 다문화가정 학부모와 교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기자가 직접 자료를 읽어본 결과 입학과 같은 첫 단계부터 돌봄교실, 교복비·교육비 지원, 학폭예방교육 등 폭넓은 내용이 개괄적으로 담겨있어 길라잡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교육청은 향후 이해자료를 활용한 14개 시군별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하고, 교육지원청 및 도내 학교에 자료를 배포해 학부모교육 및 중도입국·외국인 가정 학생 편입학 상담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 개선점과 차후 계획

다문화자녀를 지원함에 있어 일부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현재 도교육청에는 다문화자녀를 위해 마련된 별도의 교육 전문 콜센터가 없다.

한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이들은 이주여성들이 주로 모이는 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 삼자통화, 동행통역 서비스 등을 통해 도교육청과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설령 도교육청이 가족지원센터에 별도의 직속인력을 파견하더라도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점, 혼자서 모든 교육 관련 안내 사항을 숙지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14개 교육지원청과 시군가족지원센터는 지역별 다문화 상담팀 구성·지원이나 학부모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연계하며 교육 관련 애로사항을 보완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현 상황을 인지하고 돌파구를 설계 중이다.

다꿈센터 관계자는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업이 있냐는 질문에 “가벼운 구상 단계긴 하지만, 정착한 여성 학부모 대상으로 멘토 역량을 키우는 방안을 고려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명에 따르면, 한국 문화에 충분히 녹아든 이주 여성이 도교육청 차원의 상담 및 연수에 참여하면서 멘토로 거듭난다.

이후 해당 멘토들은 14개 시군으로 흩어지고, 경험자로서 한국 적응에 대한 노하우와 교육 관련 궁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해당 안이 실제로 시행되고 추후 안정적으로 정착한다면, 앞서 언급한 애로사항이 대폭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는 여러 기관 간 중복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센터 관계자 A씨는 “상담, 기초학력 등에 있어 일부 업무가 가족지원센터와 중첩되기도 한다”면서 “동일한 사업에 대한 일원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다. 다만 도에서 맞춤형 통합체제 구축을 통해 최대한 묶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식 변화 필요…앞으로도 적극 지원해야

다문화자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은 숙제가 많다.

센터 관계자 B씨는 “아이가 한국에서 거주한 지 오래되고, 또 외형적으로 차이가 없으면 굳이 다문화학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지는 것을 꺼린다”면서 “이미 다양한 민족들이 정착했고 경험도 풍부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나 기타 사유로 결혼을 통해 정착하는 가정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심리적인 위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고려해 학교에서 다문화와 비(非)다문화를 구별하기보다는 문화 다양성을 꾸준히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세계시민 교육을 통해 한 나라에 살고 있는 하나의 시민으로서 어우러질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아름다운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다.

센터 관계자들은 다문화자녀가 무사히 사회에 안착하는 과정을 바라보며 에너지와 동기를 얻는다면서 이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A씨는 “한국어를 아예 못 했던 학생이 지원사업을 거치며 해를 거듭할수록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고, 친구들과 두루 어울리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지원사업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또 “다문화자녀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학교에 원활히 입학할 수 있을까 걱정하시는 경우가 많다”면서 “외국국적 편입학 상담 덕분에 학교에 잘 진입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는 연락을 받아 뿌듯함을 느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서포트하겠다”고 말했다.

/황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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