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희 소설집 '라인강의 푸른 날개'
간결한 문체-조직적 서사 뛰어나

최균희 소설집 ‘라인강의 푸른 날개’가 출간됐다. 작가는 1975년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이래, 동화집 30여권을 펴냈다. 작가는 동화창작에 머물지 않고 소설 영역에 도전했다. 2017년에 펴낸 장편소설 ‘평양기생학교 스캔들’로 주목을 받았고, 이번에는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묶어 소설집을 냈다.

평생을 교육과 문학 두 수레바퀴를 굴리며 살아왔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사람들과 수없이 스치고 지나간 사람들 모두 널따란 우주의 한 모퉁이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한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은 형식과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 역사 소설, 서간체 소설, 심리 소설, 사물화 소설, 추리 소설, 옴니버스 소설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독자충을 최대한 넓혔다. 

표제작인 ‘라인강의 푸른 날개’는 우리 민족의 역사가 담긴 파독 여성의 고달픈 삶과 사랑 이야기를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세계로 이끌어간다. ‘K병원 8동’은 간결한 문체와 조직적인 서사가 뛰어나며, 인물의 심리묘사를 절묘하게 그려낸 ‘폭염 특보’는 가독성이 높은 단편소설로 손꼽힌다. 동화의 씨줄과 소설의 날줄로 새긴 작가적 품격과 문학적 향기가 매력적인 소설집이다.

작가 소설집의 특징은 무엇보다는 섬세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서사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그의 소설에는 ‘나쁜 남자’들과 ‘좋은 여자’들이 적나라하게 제시돼 있다. 서사는 확연히 다른데도 결코 서로 다른 나쁜 남자들이라거나 다른 좋은 여자들인 것도 아니다. 당연히 주위의 동성드링 그렇고 보면 남자들 스스로가 나쁜 줄도 모르고 여자들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무를 수밖에 없다.

남자들은 경제적인 무능력자이거나 주정뱅이에 더한 가장이라 해도 당연하다 행동한다. 여자들은 제 권리가 없는 것처럼 밀려드는 공동 부담을 혼자서 감당한다.

작가의 눈을 이런 사실을 냉정히 적발해 고발한다. 이번 소설집 작품 중 3펴네는 지난 60년대에서 80년대의 불합리한 여성들의 삶이 생생하면서도 질펀하게 담겨있다. 반면 ‘호랑가시나무와 티티새’, ‘자유비행의 꿈’은 현 사회의 모순과 이기심 많은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한다. 굳이 어느 작품을 앞세울 것 없이 소설집의 모든 작품들의 다 수작이다. 

작가는 “동화작가로 출발해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했다. 어느 날부터 소설을 쓰고 있었다. 뒤늦게 박사과정에서 소설을 전공했다. 막바지 문턱에서 학위를 포기했지만 나만의 자존감을 지키려 했다”며 “작품을 구상하고 표현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항상 나를 채찍질하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버릇은 끝내 못 고칠 병이다. 앞으로 달리다보면 평탄한 길도 있고 낭떠러지도 있겠지만 그대로 나는 달릴 것이다”고 말했다.

전북 부안 출생으로 군산교육대학 및 한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추계에술대 대학원 문화예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71년 한국기독교 아동문학 동화 ‘빨간 털구두’가 당선됐고, 197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아기참새’로 등단했다. 1992년 현대문학 수필 ‘목화솜 이불’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창ㅇ작동화집 ‘아기 참새’, ‘꽹과리 소년’, ‘나비를 달아 줄게’ 외 20여권, 글쓰기 지도서 ‘재미난 이야기 글쓰기’, 동시집 ‘아이와 달맞이꽃’, 가사동화집 ‘도미노와 칭찬바이러스’, 소설 ‘평양기생학교 스캔들’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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