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수능 시험일은 늘 춥다는 징크스를 깰 수 없다는 듯 창밖엔 늦가을을 아쉬워하듯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면서 추위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 

이 맘 때쯤이면 민생이 어려운데 정치권은 뭐 하고 있나 하는 볼멘소리가 많이 나온다.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인 채 정쟁에만 매달려 있는 국회와 당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마다, 후보 예정자마다 ‘민생’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어려운 서민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전기, 가스, 수도 등 기본 생활비는 물론이고 각종 물가도 올라서 돈 만원으로 밥 한 끼를 때우기도 만만치 않다. 오르지 않는 건 월급뿐인 급여생활 노동자의 삶도 힘들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계층 어르신들과 소년소녀 가장들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국회가, 정치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는 현실에서 우선 당장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꼭 챙겨 봤으면 싶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농협중앙회 전북본부는 지난 주 도청 광장에서 10톤의 김장담그기 행사를 치렀다. 농가주부모임, 고향주부모임 회원들과 직원들을 주축으로 250여명의 인원이 자원봉사로 10kg들이 김치 1,000박스를 담근 것이다. 주재료인 배추부터 모든 재료를 우리 농산물로 한 것이어서 받는 분들의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옷에 양념이 묻는 줄도 모르고 버물렸다. 예로부터 김장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필수 부식인 김치를 미리 담그는 행사로서, 선조들의 지혜가 묻어나기도 하고 일 년 농사의 마무리로 여겨지기도 했다. 현대에는 김장을 하는 가정도 많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경제적 여유도 없고, 김치 담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취약계층 이웃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1,000박스의 김치가 각 지자체에 배분되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진다니 실로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 주에는 연탄 나눔 행사도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연탄일까 싶지만 전주 시내에도 의외로 연탄을 때는 가정들이 많다. 대부분 독거 어르신 댁 위주로 배달을 하지만 열악한 환경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름보일러나 전기 난방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연탄마저 없으면 그야말로 추운 겨울을 냉골에서 나야만하기에 연탄의 중요성은 사용하는 불편함을 훨씬 능가한다. 그마저도 연탄 한 장 값도 오르고, 각자의 생활이 어려워 도움의 손길이 현저히 줄었다하니 걱정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가, 정치가 정말 어려운 이웃들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는 복지정책을 제대로 실현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기대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 같다. 조소어린 말처럼 ‘각자도생’이 답인가? 모두가 힘들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한번 쯤 돌아보고 살펴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봉사와 희생과 배려가 그 누군가에게는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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