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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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완주군 상관면 남관초등학교에서 만마관·남관진 지역주민공동체 주최로 만마관·남관진 복원을 위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주제가 역사문화 정립을 위한 것이어서 관심을 끄는 데다 행사 주체도 주민공동체여서 더욱 더 이목을 끌고 있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은 대한제국의 병권을 탈취하고 왜적의 침략에 대비해 지은 호남제일관 만마관과 만마관을 지키던 1907년 남관진 진영의 군사시설을 파괴했다. 전라도의 수도, 전라감영의 방어시설을 다시 복원하려는 만마관 주변 마을 주민의 운동은 주민자치의 올바른 길을 가는 것 같아 귀추가 주목된다.

공동체의 이상형을 정립하기 노력해온 필자는 경제생활 공동체, 복지연금 공동체, 문화축제 공동체, 그리고 도의교육 공동체 4대 축을 마을 공동체의 이상형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경곤 위원장을 중심으로 만마관 주변의 용암, 산정, 남관, 내아, 마자 마을 주민 20여 명이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 공동체는 2016년 만마관복원위원회로 결성된 뒤 남관진 복원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이 역사문화를 소재로 주민공동체가 활동하는 것은 공동체 발전을 위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는 만마관과 남관진을 복원하고 슬치 등의 풍광과 연계해 치유 관관경제를 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공동체 사업은 초기 단계이지만 사업이 성숙하면 공동체의 이상향 건설도 가능하리라 생각해본다. 이를 위해서는 사학자를 비롯해 치유전문가, 관광경제 전문가 등의 참여와 지도가 필요하다. 또한 완주군과 전라북도 등 행정기관도 적극적으로 지도해 모범적인 공동체를 건설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주민은 사라진 만마관 관문과 성벽을 완전하게 복원해줄 것을 문화재 당국에 바라고 있다. 문화재 당국은 대체로 지정문화재 보존 관리에 주력하고 있어서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관련된 유적 가운데 남관진창건비만이 2018년 완주군에 의해 향토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는 데 그치고 있다. 만마관과 남관진의 중요성과 웅치전적지와의 인접성 등을 감안한다면 최소 전라북도 문화재로 승격하고, 장차 시굴과 발굴 등이 끝난 후 국가사적으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만마관과 남관진은 섬진강과 남강을 돌파해 전라감영을 공격할 우려가 있는 왜구를 물리치는 제1선의 국토방위 시설이다. 제2선의 방위시설은 남고산성과 남고진이며, 제3선은 전주천 해자와 전라감영이다. 주민공동체가 토크쇼를 한 데까지 노력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제부터는 전라북도 등 문화재 당국이 만마관과 남관진 일대의 시굴과 발굴 등 문화재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김경곤 위원장은 만마관 관문 초석 등이 땅 속에 비교적 건강하게 묻혀 있다며 문화재 조사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만마관의 관문은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이며, 문루는 6칸이고, 장졸들의 수직방은 3칸이었다고 한다. 성벽은 230m이며, 전주부성의 예를 본다면 성벽의 초석은 6m, 높이는 6m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주목할 사항은 100여 칸의 화포청이 있었으며, 화포군 50명이 배치됐었다는 점이다. 이를 유추해보면 포격훈련장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전라감영에서 만마관까지 42리 길은 호국의 거리이다. 오늘날 향토사단과 호국원 등이 있는 임실과 연계해 호국의 도시로서 이미지를 형성 발전시킬 필요성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호국의 거리를 따라 태조 어진 봉송행렬, 왕의 길 행진, 전라감사행차, 조선군사 행진 등을 재연하거나 무과재현, 조선무술 체험 등의 행사를 벌일 수 있다. 이른바 충절의 고장으로서 전북의 상무정신을 선양하자는 것이다. 연례적으로 호국축제를 벌이되 전주세계소리축제 기간에 전주페스타와 함께 어우러지게 하면 관광경제산업도 크게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호남제일관으로서 전주의 남쪽 관문, 만마관은 250m 높이의 슬치 협곡을 따라 조성됐었다. 슬치는 만경강과 섬진강의 발원지이자 청정의 생태 숲을 간직하고 있다. 코로나19사태를 겪었듯이 우리는 주변을 편백 숲 등과 연계해 치유의 중심으로서 이 지역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만마관의 장소적 특성을 살리며 상표화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다. 만마관 상추, 만마관 고사리, 만마관 한봉꿀 등의 상표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만마관-남관진 토크쇼는 이처럼 주민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바르게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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