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미 시집 '초록이 초록으로'··· 자연서정
시인의 국가관-사회의식 작품 전반에 담아

신수미 시집 ‘초록이 초록으로’가 발간됐다. 시는 인생의 발자국이다. 인생의 모든 흔적이 즉 빛나는 영광이든 깊은 그림자이든 시라는 장르에 반영되는 것이다. 인생은 인간의 삶이니 인간 특유의 지성도 시라는 장르에 반영되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시의 형식은 행과 연으로 돼 있다. 시의 형식인 행과 연이 갈 행과 잇닿을 연이라는 뜻을 생각하면 시와 삶은 그 형식과 내면이 결국은 갈은 것이다는 결론에 이른다. 

삶이 걸어가는 일이고 걸어가면 이어지고 이어지다 보면 국면이 생기고 이렇게 몇 개의 국면은 삶을 대변하는 인생이 되고 시가 되는 것이다. 즉 시와 인생의 형식이 행과 연이라면 인생은 시와 결국 같은 것이다. 

신수미 시인의 시는 단단하고 냉철하지만 견고한 지성이 인간 내면에 깊이 자리하고 그의 삶의 향기를 내뿜는 감성과 잘 조화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시인은 왕성한 사회 활동으로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과 단체를 돕고 있다. 그 사회적 명성으로 인해 시인의 특유한 감성의 훈훈함이 흐려지는 염려가 들 정도였다. 

문학은 미술이나 음악에 비해 경험된 자아로부터 분리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으며 그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에 따라 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본다면 신수미 시인의 시들은 지성이 견고하게 구축된 삶과 감성이 꾸준히 재발견되는 차원 높은 시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의 주제는 자연 서정의 표상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시인의 사회참여로 인해 그의 국가관과 사회의식은 대단한 힘으로 작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근원적인 그의 직관에 의한 정서는 작품 전반에 가득한 감성의 향기로 맴돌고 있다. 

시 ‘가을 타는 강으로’에서 화자는 가을 강가에 서 있다. 가을의 서정이 인위적인 부분 한 곳 없이 잘 살려 표현되고 있다. 매우 감각적이지만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는 깊은 감성이 마음을 울린다. 시 ‘칠원은.3’ 역시 시인의 감성이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회참여와 세월을 견뎌내면서 얼마나 깊고 두터우면서도 내밀함으로 엮어지는 지 그것도 그저 감상에 젖는 게 아닌 묵직한 감성으로 덧입혀지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진중하고 차분해 그의 말 한마디가 어떤 이의 웅변보다 힘이 강할 때가 있다. 그의 시편들을 감상하다보면 잔잔하게 건드려지는 떨림이 커다란 파장을 가져와 웅변이 되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신수미의 시는 시인다운 진솔한 시인의 호흡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시인은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 계획, 실행, 평가를 거치며 오랜 기간 자원활동하고 봉사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세상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시작한 변화로 지역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덕분에 저마다의 색깔로 물든 초록이 초록으로 가슴 가득 마음 한가운데로 들어와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시의 맛을 보며 행복한 마음을 느꼈다.

신수미 시인은 “극한 호우, 극한 폭염을 견뎌낸 초록이 고맙고 대견하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주어진 환경에 살아 남을려는 끈질긴 생명력 앞에 겸허해지는 내 자신을 본다”며 “사는 것은 틈을 내어준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의미를 만드며 하루 하루를 온전히 느끼며 시는 삶의 축복이다”고 밝혔다. 

전남대를 졸업한 시인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을 거쳐 서울 선린중 교사를 역임했다. 전북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전주 YWCA 회장, 한국 YWCA 실행위원, 전주젠더포럼 회장, 내사랑 전주 대표 등을 지냈다.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열린시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왜 꽃이 아름다운가’와 NGO 국제교류기 ‘민들레 홀씨로 날다’ 등이 있다. 국제해운문학상, 열린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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