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주자가 필요한 전북

"국회의원 꿈은 대권" 옛말
도내 현역 대권 말도 안나와
미래 비전없는 정치인에게
국회의원 선수만 더한다고
의미있겠나 물갈이론 거세

도전경성 기치내건 김지사
잼버리 책임론으로 주춤
전북발전은 도전해야 뜻이뤄
아직 난공불락 벽 못넘었지만
이젠 대권도전 험로 올라서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김관영 전북지사 등이 지난달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재정 파탄 해결을 위한 민주당 지방정부 긴급 대책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김관영 전북지사 등이 지난달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재정 파탄 해결을 위한 민주당 지방정부 긴급 대책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잼버리 파행 이후, 새만금 관련 정부 예산은 무려 78%가 삭감됐다. 

전북은 이후 예산 복원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증액'이 아니라 복원이 급선무다. 

그래서 요즘 지역에선 힘있는 정치인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지역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북이 대권을 잡는다면 통칭 '3중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대권은 하루 아침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지역에서 인물을 키우고 지원해 중앙무대에서 우뚝 서게 만들어야 한다. 

대권을 향한 뜻이 있는 인사 역시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 게 좋다. 여기저기 눈치를 보다가는 '기회'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 높은 벽 넘지 못한 전북 대권 잔혹사 /

내년 22대 국회의원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여야 모두 올드보이, 중진 정치인들과 관련해 고심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를 통해 영남권 중진들에 대한 불출마, 험지 출마를 촉구하고 있고 국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올드보이 귀환과 관련해 당내 의견이 분분한 상태로 파악된다. 

최근 호남 정가의 관심을 모으는 이 중 한 명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다. 81세인 박 전 원장은 4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내년 4월 총선에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이다. 박 전 원장은 연령, 세대, 이념, 노선을 놓고 적잖이 호불호가 갈리는 정치인이라는 평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호불호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하다. 노련 또는 노회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는 이미 넘어선 듯, 자신의 정치 진로를 명확히 제시한다. 

전북 언론인들과도 자주 소통하는 박 전 원장은 "국회에 들어가고 대통령이 꿈"이라고 말한다. 처음엔 "그런 발언이 그냥 하는 말인가"라고 생각하지만 점점 대선에 도전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대권 도전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80대도 도전할 수 있고 40대도 꿈을 꿀 수 있다. 지역적으로 출마에 한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인구 규모가 타 경쟁시도에 밀리는 점을 빼면, 전북이 대권 도전에 나서지 못할 이유도 없다. 

실제, "국회의원의 꿈은 대권"이라는 말은 여의도에서 흔하게 듣는 말이다. 그러나 도내의 현역 국회의원 중 진지하게 대권을 꺼내드는 이는 아직 없다.  

삼삼오오 도민들이 모인 자리에선, 정치인이 국회의원 선수만 높이려 한다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미래 비전이 없는 정치인에게 국회 선수를 하나 더 쌓아준다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 그래서 싹 바꿔야 한다는 물갈이론은 요즘 회식자리의 주요 안주거리다.   

전북 출신 중 대선 도전자는 3~4명 있었다. 가장 가깝게는 정세균 전 총리였다. 지난 2022년 3월9일 치러진 제 20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정 전 총리는 경선 도중에 사퇴했다. 

그 이전에는 2007년 대선 본선에 정동영 전 장관이 출마했지만 이명박에게 패했다. 

전북 출신으로는 이들과 함께 유종근 전 지사도 당 경선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7년 대선 당시, 가장 대권에 근접했었다고 평가되는 고건 전 총리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도에 포기 하지 않고 대선에 출마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매우 아쉬운 케이스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전북 출신의 대권 도전사는 이처럼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마지막 허들을 넘지 못해 대권은 여전히 난공불락의 성. 

그러나 세계는 급변하고 있고 한국 정치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국회의원을 해 보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여당 대표가 그 가능성을 열었다. 초선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차기 대선 지지율 선두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3인이 여의도 정치를 움직인다. 여기에다 한동훈 법무 장관까지 더하면, 여의도 경력이 '일천'한 인사들이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근래 우리나라 대통령의 스타일을 돌아보면, 점잖은 품성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정권을 잡기 위한 '무지막지한 '투쟁 의지가 필요하다. 정치 속설처럼, "모두에게 잘 하려는 이에게 진정한 우군은 없는 법"이다.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그리고 현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생사를 넘나들거나 강인한 투쟁을 펼쳐왔고 적과 아군의 경계가 분명했다. 자신들만의 난공불락 요새를 쌓은 이유다.   

전북 정치인 중에는 처음부터 지역 한계를 의식하는 이가 많았다. 영남 또는 광주전남 출신이 아니어서 대권은 쉽지 않다고 지레 겁먹은 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동영, 정세균 등은 그 한계를 딛고 한 걸음씩 전진했다. 이제 누군가는 그들의 뒤를 이어받아 대권 도전의 험로에 올라서야 한다.   
 

도민들은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고시 3관왕인 김관영 지사를 전북발전 적임자로 주시하고 있다.

/ '도전경성(挑戰竟成)'의 김관영이라면? / 

그래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고시 3관왕인 김관영 지사를 눈여겨 보는 도민들이 많다. 전북 출신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김 지사가 새로운 꿈을 꿀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김 지사가 괜찮은 정치인인데, 세게 좀 나가라고 전해달라"고 주문한다.   

김 지사는 요즘 잼버리 파행 이후의 전북 책임론으로 잠시 행보가 '주춤' 상태다. 그러나 올 연말 예산국회를 거쳐 내년 국회의원 총선이 치러진 뒤에는 김 지사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김 지사는 현역 지사이고, 당내에는 현재 '이재명'이라는 사실상의 원톱 주자가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큰 꿈을 제시하는 건 커다란 모험이 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김 지사의 대선 관련 언급은 "도정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도전경성을 강조해 왔다. 그의 말대로 도전경성은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주요 행사장에서 김 지사의 인사말 중 도전경성, 전북 발전은 거의 빠지지 않는 단어다. 말로만 도전경성이라고 한다면 의미와 목표가 반감된다. 실제로 도전해야 뜻을 이룰 수 있다.   

전북은 대통령은 커녕 강력한 대선 주자군의 부재로 지역 발전 동력이 계속 약해졌다. 

최근들어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 유치 성공, 내년 1월 전북특자도 출범 등으로 새 전기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누군가는 '미래의 희망'으로 나서야 지역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최근 여의도에선 국회의원 선수에 대한 얘기가 많다. 내년 총선에서 5, 6선으로 선출되면 국회의장 후보군인데 누가 6선 고지에 오르느냐이다. 하지만 본인만 선수를 높인다고 해서 의장이 되는 게 아니다. 소속정당이 국회 1당이 되는 게 중요하고, 당내 경쟁도 넘어서야 한다.    

그렇지만 대통령 선거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의원 선수-대통령 당선'은 이제 관계없는 등식이 됐다. 국회에서 정치를 주도했던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등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윤석열, 이재명, 이준석, 한동훈 등이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를 방증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핵관조차 공천을 장담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30일 혁신위원회 종료 후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확실한 것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것,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되고 더 크게 나라가, 정치적으로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주제"라고 말했다. 

김관영 지사는 54세다. 누군가는 아직 아니다, 빠르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러다 기회를 놓치는 게 정치 현실이다. 재선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익혔고 기재부, 김앤장 출신으로 인맥도 다양하다. 뜻이 있다면 전력으로 도전해야 자신의 고향, 전북을 발전시킬 수 있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말,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은 비단 국민의힘 다선 중진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전북에도 적용된다. 전북이 대선 주자 없이 지레 겁먹고 현실 정치에 안주하려 한다면, 가덕도에 비행기가 날아도 '새만금 공항'은 영원히 건설되지 못할 것이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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