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립국악원 '고섬섬' 공연 VIEW

풍어제-띠뱃놀이 사실적표현
6개장면 유기적연결-음악탄탄
화려한조명 작품 완성도 높여

좋은 공연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순수한 감정과 사실적 소재를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감정이입 하는 것이다. 소중하지 않은 공연은 없지만 좋은 공연이 희소성을 띠는 것은 연기자의 순수한 감정표현이 객석으로 잘 전달되지 않아서이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이 선보인 ‘고섬섬’은 이런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지역의 소재를 십분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은 바다를 섬기고 살아온 어부들의 이야기 즉 이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작인 ‘진경’이 평야를 일구고 살아온 이야기라면 이번엔 미지의 공간 바다가 배경이다. 이번 작품이 다른 작품과 차별성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성이다. 전북 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이번 작품은 우리네 머리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위도의 아픈 사연을 비롯해 거센 풍랑에도 몸을 싣고 바다를 떠나는 어부들의 삶의 절박함과 굴곡진 삶들이 매우 사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위도의 띠뱃놀이를 중심으로 섬의 전설과 어부의 삶을 무용으로 풀어낸 점이 이채롭다. 무용단의 농익은 실력은 원당마누라와 본당마누라, 풍어제, 띠뱃놀이 등에서 매우 사실적으로,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대사가 없음에도 메시지가 이렇게 쉽게 전달됨은 연출의 힘을 비롯해 무용단의 진지함과 섬세함 그리고 어부들의 생생한 삶을 표현하려는 간절함의 결과물이다. 

무대를 이끌어가는 구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무대는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6개의 장면으로 구성됐다. 대다수 무용극이 장과 장 사이가 끊어지고 암전이 되는 것에 비해 이번 무대는 장과 장이 매끈하게 연결하는 구조를 보였다. 장과 장 사이가 끊어지면 관객 입장에선 공연물이 파편화된 느낌을 받게 되고 하나의 완성된 느낌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장과 장 사이를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무대적 장치를 통해 작품의 전체 모습을 온전하게 전달할 수 있으며, 관객 입장에서 마음속에 충만함까지 얻게 된다. 

여기에 관현악단이 들려주는 탄탄한 음악과 화려한 조명 및 입체적 영상, 간결하지만 꽉 채운 무대 세팅, 사실적 복장과 소품 등이 제시되면서 완성된 작품을 향한 발걸음에 손을 얹어준다. 

위도 어부들의 삶을 스토리텔링화한 이번 무대는 단순한 무용극을 넘어 위기를 넘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서사극 형태를 취했다. 절망과 좌절의 시기인 현 상황에서 전북의 희망찬 미래를 기원하자는 것이다. 인류애를 노래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 베토벤의 흔적을 이번 무대에서 느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공연장을 나오며 좋은 공연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가슴 충만한 감동과 깊은 여운이 남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무용수들의 몸짓 하나 하나가 소중하며 이들에게 가슴으로 박수를 보낸다. 전북 브랜드 공연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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