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백 펜화로 그린 쿠바의 낭만

최인수화가 1년간 세계여행 펜화 스케치 그려
쿠바 역사-문화 등 간단히 살펴보기 좋아

낭만화가 최인수가 쓰고 그린 펜화와 수채화인 ‘ 쿠바를 그리다’가 출간됐다. 최인수소아청소년과원장을 지냈던 저자는 지난 2018년 12월 말 33년을 지켜온 클리닉을 폐업하고 1년 동안 여행을 떠났다. 세계일주 여행은 평생의 꿈이었다.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 1년의 시간은 결코 꿈처럼 즐겁고 행복하지 아니했다. 낭만은 짧고 고행은 길었다. 수도자의 마음으로 심야버스를 탔고 순례자의 마음으로 길을 걸었다. 힘들었던 만큼 성취감도 크고 짜릿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전 세계의 비행기가 멈추었다. 오랜 시간동안 준비했던 세계일주 여행은 막차를 탄 듯 아슬아슬했다. 

예정된 여행을 모두 마치고 돌아온 후 왠지 뭘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기분이 계속 이어졌다. 남들은 재미있는 여행기를 쓰기도 하고, 멋진 사진전도 하고, 소셜 네트워크에 여행기록을 올리기도 하는데, 뭔가를 좀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지워지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여행사진을 꺼내 틈틈이 펜으로 스케치를 해 보았다. 처음 해보는 펜화 작업이었지만 그릴수록 묘미가 있었다. 때로는 흑백의 그림이 채색화보다 더 아름답기도 하다. 칼라사진만 보다가 가끔 한 번씩 만나는 흑백사진의 신선한 느낌이다. 무딘 손이 부끄러울 뿐이다. 선의 움직임 속에 여행의 느낌이 담아지지 않는다. 부족하지만 여행을 정리해본다는 생각으로 나름 열심히 그렸다. 

중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되도록이면 가는 곳마다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그간 읽었던 몇 권의 책과 여기저기 인터넷의 자료들을 모아 짤막한 글을 그림에 덧붙였다.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는 사실 나의 전공과 너무나 동떨어진 분야이기에 다소 생소하였으나 새롭게 공부하는 재미 또한 적지 않았다. 걱정되는 것은 좀 오래 전에  다녀온 여행이고 또 단편적으로 얻어들은 이야기들을 기록한 것이기에 오늘의 현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공한 사람들이 볼 때 다소의 오류가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이해해주시기를 소망해 본다. 

그림과 글의 순서는 가급적 쿠바의 역사에 맞추어 배열해보았다. 식민지 시대의 개막에서부터 독립운동과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그리고 오늘의 현실에 이르기까지 그림과 함께 한 꼭지씩 읽다보면 쿠바의 역사와 문화를 간단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어둔한 글과 그림으로 정리한 자료이지만 펜화와 수채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쿠바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하며 글을 시작해 본다. 

조현 전 유엔대표부 대사는 “쿠바와 한국은 그간 국교가 없이 서로를 모른 채 지내왔다. 더군다나 쿠바는 시계가 멈춘 듯 국가 발전도 정체되어 있었다. 이제 쿠바 정부도 한국과의 수교를 서둘러서, 쿠바의 발전에 한국도 함께 하고, 양국 간의 교류도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졸필에 과분한 추천의 발문을 써주신 조현 전 유엔대표부 대사님과 섬세한 코멘트로 글을 다듬어주신 권태면 전 코스타리카 대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책 만들기를 주저하는 격려하며 도움을 준 김대웅 친구, 그리고 예쁜 제호를 써주신 미산 정현숙 선생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전북 정읍 출생으로 전주고와 전북의대를 거쳐 의학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전 전북의대 교수 및 전 최인수소아청소년과 원장을 역임했다. 1975년 그림을 배워 개인전 11회, 단체전 250여회 등 활동을 했다./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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