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IB교육, 수능 대체 가능한가···

스위스 IBO서 개발 국제공인 교육과정
타문화 이해-존중 국제적 마음가짐 함양
학습하는 법 배우는 방식 논-서술 평가
3~19세까지 PYP-MYP-DP 3단계 구분
DP '창의-활동-봉사' 2년간 핵심과정
DP 이수 후 최종시험 대학입학 자격 획득
내신+외부평가 병행 성적 신뢰성 높아
학교 IB프로그램 인증 교원 역량강화 요구
'교사 학습공동체 운영 스케쥴표' 제출
도교육청 비공인단계 '준비학교' 도입
서교육감-장학사 등 경북대사대부고 방문
호주-뉴질랜드 등 세계IB현장 답사 진행
IB 프로그램 DLDP 운영 진입장벽 낮아져
전북 MOC 체결 대비 협의회 구성 중
탈시공간적 혁신모델 차세대 대학 주목
토론-프로젝트 형식 교과간 경계 허물어
IB-DP 국내 대학 모집 전형없어 과제 남아

대한민국 교육의 연례행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달 마무리됐다.

한국 교육과정에서 수능은 뗄 수 없는 관계이자 결승선이지만, 수험생들이 이를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에 다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가운데 ‘평생 학습자’가 될 것을 장려하는 IB는 국내 주입식 교육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대중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개념이다.

본 기사는 전북도교육청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전국 각지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IB의 개념과 현황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 7월 12일 서거석 전북교육감과 IB 업무 담당자, 교원단체 등 관계자들은 IB DP 월드스쿨인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 등 학교를 방문했다.
지난 7월 12일 서거석 전북교육감과 IB 업무 담당자, 교원단체 등 관계자들은 IB DP 월드스쿨인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 등 학교를 방문했다.

▲평생 학습자 양성의 기틀

IB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된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한 국제공인 교육과정으로, 올해 159개국 5,725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IBO의 초기 설립 목적은 국제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동이 잦은 UN주재원 자녀들의 진학처럼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인 교육과정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IB 교육 과정이 개발됐다.

IB의 주요 목표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국제적 마음가짐을 함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IB는 더 나은 평화로운 세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지식이 풍부하고 탐구심과 배려심이 많은 청소년을 배출하고, 전 세계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공감하며 존중하는 ‘평생 학습자’가 될 것을 장려한다.

IB는 평생 학습자를 양성하기 위해 ‘학습하는 법을 배우는 것(learning how to learn)’을 학습 접근 방법으로 제시했다.

IB의 모든 교육과정이 개념 이해·탐구를 요구함과 더불어 논·서술 위주의 평가가 진행되는 만큼, 학생들은 스스로 자료를 준비하고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체화해야 교육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다.
 

▲IB의 구조

IB 교육과정은 우리나라의 유초·중·고와 같이 PYP(Primary Years Programme, 3~12세), MYP(Middle Years Programme, 11~16세), DP(Diploma Programme, 16~19세) 단계로 구분된다.

DP를 수강하지 않는 학생을 위한 CP(Career-related Programme, 16~19세 직업 연계 프로그램)도 존재하지만, 국내에서는 PYP와 MYP, 그리고 DP를 주로 다룬다.

세 프로그램은 하나의 교육목표를 중심으로 연계돼 있지만 이를 모두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초·중등과정을 의무교육으로 지정한 만큼, 별도의 교육과정과 IB 교재를 활용하는 고등과정인 DP와 달리 PYP와 MYP는 국가별 교육 커리큘럼에 활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 즉 뼈대를 제공한다.

먼저 PYP는 언어·사회·수학·과학·예술·체육 6개 교과군과 더불어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속한 공간과 시간’ 등 6가지 초문학적 주제를 다뤄 정신과 신체 모두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MYP는 앞서 다룬 6가지 초문학적 주제를 자아와 관계, 기·공간의 방향성 등 6가지 세계적 맥락에서 심화 탐구한다.

교과는 총 8개로 확대되며 교과통합학습, 개인·지역프로젝트, 체험과 봉사활동 등도 운영된다.

IB의 꽃인 DP는 6개 교과군과 더불어 소논문, 지식 이론, 창의·활동·봉사 3개 핵심과정으로 구성된 2년간의 ‘교육과정’을 밟는다.

학생들은 DP 이수 후 최종 시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대학 입학 자격이자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갖는 인증서를 받는다.

DP는 내부평가(내신)를 하는 PYP 및 MYP와 달리 외부평가도 병행하는데, 내부평가에 대한 외부평가가 진행될 수 있는 특이한 시스템 덕분에 성적의 신뢰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학교가 IB 프로그램을 인증받기 위해서는 교원들의 역량 강화가 요구되는 점도 눈에 띈다.

후보학교와 인증학교에 도달하기 위해 IBO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중 하나는 교사들의 연구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교사 학습공동체 운영 스케줄표’다.

덕분에 협의 시간이 되면 교사들이 모여 교육 과정, 수업 등의 구성을 두고 협력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도입 불붙었다…전북은 ‘준비학교’ 총력

국내 IB 도입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대구에서는 올해 12월 기준 PYP 9교, MYP 7교, DP 5교가 월드스쿨(인증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 올겨울 2교가 인증을 추가로 앞두고 있어 이를 포함하면 23교에 달한다.

이외에도 관심학교 4교와 후보학교 7곳이 존재하며, 관심학교를 준비하는 비공인(교육청 자체 마련) 단계인 ‘기초학교’ 60교가 운영되고 있다.

대구와 함께 1선으로 언급되는 제주는 관심학교 1교, 후보학교 5교와 더불어 월드스쿨 7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후보학교 1교는 올해 말 월드스쿨 인증을 앞두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선 전북도교육청은 IBO 공인 단계인 ‘관심학교’ 이전에 각 교육청이 자체 운영하는 비공인 단계인 ‘준비학교’를 도입했다.

지난 9월 진행된 공개모집에 따라 내년에는 도내 초등학교 3개교, 중학교 5개교, 고등학교 1개교의 준비학교가 운영된다.

각 준비학교는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예산 약 2천만 원을 도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는다.

준비학교 예정 교사들을 위한 ‘찾아가는 IB 설명회’ 또한 아홉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지난 7월 IB 담당자들과 함께 월드스쿨 학교인 경북대사대부고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대구교육청과 정책협의회를 진행했다.

9월과 12월에는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을 오가며 IB 현장을 둘러봤다.

준비학교 교사들과 장학사·연구사 등 관계자들은 지난 5일 대구에서 IB를 중점적으로 다룬 ‘미래교육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지역별 관계자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 시스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귀족학교’, ‘라이센스비’ 논란 해명 들어보니

IB 프로그램이 국내에 처음 도입됐던 당시의 이미지는 ‘귀족학교’였다.

DP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는 만큼 서양권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고, 비영어권인 한국은 국제고 또는 자사고만 도입을 고려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9년 대구와 제주교육청이 IB 아태본부와 ‘IB 한국어화 협력각서(MOC)’를 체결하면서 진입장벽이 대폭 낮아졌다.

두 지역은 각서를 기반으로 PYP·MYP 관련 교사 가이드, 교육과정 탐구 자료, 해설서 등 부속 자료의 한국어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MOC에 의거해 DLDP(Dual Language DP, 이중언어 디플로마)를 운영할 수 있게 된 점은 큰 성과로 꼽힌다.

DLDP는 세계 공통 자격 기준으로 인증받기 위해 영어와 1개 과목을 영어로 진행해야 하지만, 이외의 과목은 한국어로 진행할 수 있다.

현재 IBO와 MOC를 체결한 지역은 대구·제주·경기·전남 총 4곳이다.

전북과 충남, 서울은 MOC 체결을 대비하는 협의회를 구성한 상태다.

적지 않은 비용으로 비판받았던 IB학교 인증비와 연회비에 대한 해명도 간단히 들을 수 있었다.

IB업무 담당자는 “세간에서는 IB 관련 비용을 단순히 브랜드 네이밍 사용료 정도로 오해하시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IBO는 후보학교 단계서부터 전문 컨설턴트를 붙여준다. 여기에 학습 자료를 무한정 가져다 쓸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평생 학습자가 사회를 바꾼다

자녀가 IB 교육을 받는 지인이 있다는 한 담당자는 “IB는 어떤 점이 다르냐고 물어보니 아이가 학교에서 배워온 내용에 대해 자주 질문한다더라. 그렇다 보니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학부모도 공부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함께 성장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담당자는 “한 선생님께서 예전 학교의 경우 몸은 그렇게 힘들지 않지만 보람을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에 오니 몸은 힘들어도 보람차다며 자신이 교사라는 게 너무 좋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이 IB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아이들의 인성 개선이다”라면서 “협력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자존감 상승, 존중심 함양 등 부수적인 효과가 발생해 학교폭력이 대폭 줄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IB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이 고등 교육의 게임 체인저를 맡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요소다.

이들은 미네르바 대학과 이를 벤치마킹한 태재대 등 기존 대학의 고정관념을 깬 ‘차세대 대학’에 있어 가장 적합한 인재다.

두 대학은 여러 국가에 일반 캠퍼스 대신 기숙사를 마련하고 토론, 프로젝트 형식의 화상수업을 적극 활용하는 등 탈시공간적 혁신 모델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 학생들은 토론과 프로젝트 형식에 익숙한데, 방대한 자료를 사전에 찾아 읽고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까지 겹치는 만큼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이외에도 두 대학과 IB는 ‘교과간 경계를 허문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IB는 미래교육 측면에서 매력적인 시스템이지만, 국내 도입 과정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IBDP를 인정하는 국내 대학들이 재외국민 전형만 모집하고 있어 국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IB 학교가 생활기록부를 충실히 작성하므로 불이익은 없다고 하지만, 고생 끝에 취득한 IB 점수를 활용하려는 인재들은 국내 모집전형이나 대안이 없어 해외로 떠나야 해 제도적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IB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IBDP 점수를 그 나라의 수능 점수 형태로 치환하는 시스템이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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