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4회선경문학상 수상 시집··· 시편속 등장
페르소나 통해 서정적 울림 자아내

하기정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가 상상인출판사에서 나왔다.

제4회 선경문학상, 5.18문학상, 불꽃문학상, 시인뉴스 포엠 시인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하게 시를 쓰고 있는 하기정 시인은 첫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에서는“신기하고 매력적인 질문이 그득하다”는 문태준 시인과 “잘 꿰어진 말들의 염주”라는 이하석 시인의 평을 받은 바 있다. 두 번쨰 시집 ‘고양이와 걷자’는“낯설음과 낯익음이 뒤섞인 하기정 특유의 시 세계가 더욱 깊어지고 매혹적으로 농익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김지윤 평론가의 평을 들은 바 있다.

이번에 출간한 세 번째 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는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시집이다. 

시집의 해설을 쓴 박동억 평론가는“하기정의 시는 삶을 체험하는 관조적 입장, 양면에서 바라봄으로써 서정적 울림이 배가 된다. 수사적 형식과 존재론적 자세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지점에서 시인의 아름다운 형상 또한 길어 올려진다”며 “삶을 체험하는 입장과 관조하는 입장 양면에서 바라보고 감각은 낯선 대상들과 결합한다. 불쾌와 불행을 촉발하는 접촉은 역설과 아이러니를 활용한 언어적 표현으로 덧씌운다”고 평했다. 

  선경문학상 심사를 맡은 오민석 평론가와 박형준 시인은“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이견 없이 수상의 반열에 오른 하기정 시인의 작품들은 쓸데없는 난해성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안이한 접근으로 시를 가벼이 만들지 않되, 수려하고 유창한 문장 위에 시적인 것을 미끈하게 잘 띄우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는 추상의 끝에서 늘 구체로 돌아오며 구체가 사물의 의미를 가두는 순간에 추상의 문을 연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매우 고른 수준의 작품들은 그의 시작 능력에 깊은 신뢰를 준다”는 심사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하기정 시인의 시편 속에 등장하는 페르소나는 물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와도 같이 무리를 지어 가는 펭귄 속에서 이탈한, 한 마리의 펭귄같이, 실패를 무릅쓰고 자꾸 미끄러지는 것들에 대한 성원이다. 왼발과 오른발이 동시에 나가려다 균형이 흔들리는 파행과 함께 하는, 실패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한 서정적 열망이다.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캐릭터는 한결같이 가 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구체적 슬픔을 아름다움의 환대 속으로 끌어오고자 하는 얼굴의 집합체이다.

이 시집은 서정적 울림을 자아내며 자신의 슬픔을 두 개의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서정적 감동을 배가하고 있다. 하기정 시인의 작품들은 쓸데없는 난해성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안이한 접근으로 시를 가벼이 만들지 않되, 수려하고 유창한 문장 위에 시적인 것을 미끈하게 잘 띄우는 능력을 보여준다. 처참하게 미끄러지고 모든 글쓰기가 필사적인 파국으로 치닫는 그 사람의 형상에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라는 제목을 덧붙인다는 사실이다. 하기정의 시가 미적으로 풍부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작품 구조에 내포한 역설이나 이중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는 추상의 끝에서 늘 구체로 돌아오며 구체가 사물의 의미를 가두는 순간에 추상의 문을 연다. 이 시집은 작가의 영역을 귀하게 지킨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시집이다. 하기정 시인의 모든 언어는 당신에게 스밀 것이고 당신의 입술에 닿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다음과 같이 우리에게 명백한 온도로 다가오는 시적인 불꽃을 몽상하게 한다. 슬픔을 아름다움의 환대 속으로 끌어오고자 하는 이 시대의 무수한 캐릭터들에게 보내는 선물 같은 한 권의 시집이다.

하기정 시인은 수상소감에서“시를 쓰는 일은,‘시를 쓰는 사람’이‘시인’이 되려고 간극을 좁히며 노력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를 쓰는 사람은 많겠지만, 시인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며 “한 권의 시집을 내는 일은 사람들 곁으로 녹아 스며들기를 바라면서‘시인’이 되기 위해‘시를 쓰는 사람’으로 끝까지 남겠다. 시를 쓰면서 한 권의 시집이 될 사람이고 싶다. 잘 쓴 시보다는 좋은 시를 쓰고 시를 쓰면서 새로워지겠다”며 뜻을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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