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년전 조선과 오늘의 정치

대동세상을 꿈꾸는 정여립 그려

신아출판사가 2023 전주도서관 출판제작지원사업 선정작 김용상 작가의 장편소설 ‘당쟁의 불쏘시개로 스러진 선각자 정여립’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사건의 발단은 1570년 선조 2년에 식년 문과에 급제하고 성균관의 학 예조좌랑, 홍문관수찬 등 벼슬을 지낸 정여립이 당시 시대 상황에 환멸 을 느껴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며 '대동계'를 조직한 데서부터 출발한다.

정여립은 계급적 차별과 착취가 없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해 나가자는 대동사상에 심취했던 선각자였다. 대동계는 공개된 조직이었고, 서인인 전주부윤 남언경의 요청을 받고 왜구 소탕에도 나섰었는데도 역도로 몰렸었다. 이 사건 후 전라도 엔 반역지향이라는 낙인이 찍혔었고, 그것은 지역 차별로 이어져 왔다. 기축사의 전말을 알아가면서 오늘의 정치 현실인 보수 진보 간의 정쟁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430여 년 전 절대왕정 시절 정여립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하는 대도가 구현된 대동세상을 일궈 나가야 한다. 사람 차별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가며 오순도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런 세상을 일구려면 어질고 신의가 두터운 사람 중에서 통치자를 구해 그가 반듯한 정치를 펼 수 있게 도와가며, 모두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한마음으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도 했다.

소설은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간 산 문체의 양식이다.

이 소설의 바탕은 상상력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읽는 재미를 위해 허구적으로 꾸민 대목이 양적으로 꽤 많은 편이긴 하지만 근본까지 흔들지는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이 소설을 쓰면서 문득 430여 년 전의 조선과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권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권은 민생보다는 죽기살기식 정쟁을 하기에 더 바쁜 것 같다는 건 우리가 보고 듣고 알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니까.

과연 우리는 언제쯤 대동세상을 살아볼 수 있을까, 우리 생전에 그런 세상을 살아볼 수는 있는 걸까 작가는 이런 궁금점을 숨기지 않았다.

저자 김용상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60대 후반에 한양사이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미디어 MBA)학위를 받았다. 30여 년 신문기자로 일하며 편집국장, 편집인 등을 역임했다.

중년에 들어 추리소설 작가이던 한 선배의 적극적인 권유로 추리소설부터 쓰기 시작 해 지금은 역사소설에 집중하고 있다.

김민준이란 필명으로 쓴 ‘라팔로마의 침묵’을 시작으로 ‘하이테크 살인’, ‘끝없는 추락(상, 하)’, ‘백색 미모사의 공포’, ‘살인자의 가면모도회’, ‘살인 비즈니스의 법칙(옴니버스-상, 하)’ ‘늑대들의 안식일(물방울은 흔적이 없다)’, ‘고부전쟁’, ‘민회빈 강씨(별궁의 노래)’, ‘왕도와 신도’, ‘정도전’ 등을 펴냈으며, 이번이 12번째 장편소설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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