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내년 4월 10일 있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최근 각 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지듯이 이어지고 있다. 저마다의 정치 인생을 걸고 나서는 후보들에게 심심한 격려와 건투를 빌어마지 않는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서 새만금 사업 예산 대폭 삭감과 국회의원 정수 감축안 등 이른바 ‘전북 죽이기’에 대해 한 몸 바쳐 ‘전북 살리기’를 자처하고 있는 후보들의 투지와 결심이 혼자만의 메아리가 아니길 바래본다. 또한, 권리당원을 비롯한 유권자의 지위가 선거판의 1회용 졸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어쨌거나 천태만상 출판기념회를 다녀 보면 발간하는 책자를 통해 자신의 성장과정과 포부, 인생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들로 자신들을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노동문제나 노동정책,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급여생활자 비율이 70%에 달하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은 늘 뒷전이다. 선진국처럼 노동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해도 노동을 등한시하고 오히려 노동조합을 탄압하려는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윤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노동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노조탄압을 줄곧 일삼아왔다. 건설노조를 잡도리하고 무자비한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2년 유예하려 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한 해 노동자가 가장 많이 죽어 나가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대책은 없다. ‘노란봉투법’이라 칭하는 노조법 2, 3조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폐기되었다. 대통령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사노위가 14일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선언 이후 5개월여 만에 첫 회의를 한다는데 과연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전라북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필자는 전라북도 노사민정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회의를 하면서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다. 전라북도의 노동정책은 무엇일까. 정답은 ‘없다’이다. 전라북도에는 노동정책이 없다. 노사민정협의회도 전주, 익산, 군산, 정읍 정도만 겨우 조직을 갖추고 있을 뿐 제대로 된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주 지역에는 제대로 된 노동자(근로자) 종합 복지관 하나 없다. 수도권 등 타 시.도에 비해 예산지원도 많이 부족하다. 이른바 진보세력인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전라북도. 그런 전라북도에 노동은 왜 이렇게 저평가되어 있는 걸까. 자치단체장들의 관심과 의지가 부족한 탓일까. 아니면 시민 정서가 노동에 부정적인 것일까. 과거에 그랬다 해도 이제는 노동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노동계는 한 순간도 마음 편하지 않았다. 한국사회는 발전하고 역사는 진일보 하는데 노동계는 왜 이렇게 후퇴하고 있는 것인가. 노동계에도 그 책임이 있다면 불합리한 것들은 당연히 고쳐나가야 하고 자정 노력도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성숙한 민주 사회에서 ‘노동’은 당연히 신성시되어야 하고 노동정책도 탄탄히 갖춰 나가야 한다. 심정적으로도 노동을 등한시하지 않는 시민의식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노동자가 결국 시민이고, 유권자이며, 국민이지 않은가!

/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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