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

최근 서울의 봄을 찾는 관객들이 늘며 모처럼 극장가에 활기가 돌고 있다. ‘서울의 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 단어처럼 영화는 조금은 잊혀졌던 우리 현대사를 재조명한다.

 처음 ‘~의 봄’이라는 말이 시작된 것은 프라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 연방의 영향권 아래에 있던 체코슬로바키아에 1968년 개혁파 세력이 집권하며 민주화 열풍이 불었고 이 시기를 프라하의 봄이라 칭했다. 이후로 세계 곳곳에서 민주화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높아진 상황을 우리는 흔히 ‘~의 봄’이라 불러왔다.

 서울의 봄은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10·26사건 이후 전두환이 이끈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이 있기까지 민주화를 꿈꾸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부르는 말인 것이다.

 영화는 긴박한 전개로 주의를 집중시킬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단순히 역사로만 배웠던 민주화 시기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그 당시에는 간절히 원하지만 이룰 수 없는 소망이었다.

 영화에서는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지만 10·26 사건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규하는 1979년 11월 10일 특별담화에서 일단 기존의 유신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하되 새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빠른 기간 안에 민주헌법으로 개정한 후 이에 따라 다시 선거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민주화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12월 6일 최규하 권한대행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민주공화당, 신민당 여야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을 것으로 합의했다.

 민주화의 훈풍이 부는 가운데 박정희 정권의 비호 속에 세력을 키웠던 군대 내 사조직 하나회는 반란을 준비 중이었고 다들 알다시피 결국 12·12 군사반란으로 군권을 찬탈했다.

 이후로도 최규하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삼고 정권을 장악하던 전두환은 다음 해인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를 취하고 이에 저항해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군대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진압하며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은 반란을 일으킨 전두환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때로는 악이 승리할지라도 결국 세상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영화의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소장이 보여준 의기처럼 시민의 힘이 모여 터져 나온 1987년 6월 항쟁으로 결국 이 땅에 민주주의의 시대가 도래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때 민주주의의 뿌리인 지방자치제도의 부활 또한 함께 추진됐다. 지방자치법의 개정 등 절차를 거쳐 지방자치제도는 중단된 지 30년 만인 1991년 마침내 부활하게 된다.

 시대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전진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자치 분권의 역량을 바탕으로 2020년 지방자치법의 전부 개정이 이루어졌고 2022년 개정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며 자치분권 2.0시대가 열렸다.

 지방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치 분권 2.0시대에 걸맞은 지방 자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당시 민주화를 이끈 주역이었던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

 내년 우리는 고도의 자치권을 가지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출범 또한 앞두고 있다. 자치란 곧 자신들에 관한 일을 스스로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다. 시민 여러분의 지방 자치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바탕으로 더욱 아름답게 펼쳐질 자치분권 2.0 시대를 기대해 본다.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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