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떨어지는 낙엽이 인간의 인생 같아"

고재흠작가 데뷔 23년차 신작 수필집 발간
성찰의 계절 가을에 늙어가는 인간의 삶 빗대

고재흠 수필집 ‘내 삶의 흔적’이 발간됐다.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땅 위에 뒹군다. 눈을 들어 좌우를 살피면 온 천지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예로부터 가을은 성찰의 계절이라 불리어 왔다. 낙엽 지는 모습을 보면 새파란 젊음이 늙어서 노인이 되어 생을 다하며 사라지는 인간의 모습과 똑같다. 휘황찬란한 아름다움 속에 이별이 보이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허무를 느끼게 된다. 그래도 인간은 희망이 있기에 미래가 있는 것이다.

2023년 올해는 저자가 월간 ‘문학공간’에서 문단에 데뷔한 지 23년 째 되는 해이다. 그간 중앙문단 지방문단 등 23개 문학단체에 가입해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여러 문학단체와 지방자체단체에서 23회의 수상 경험이 있다. 공교롭게도 23이라는 숫자가 여러 번이 겹친다.

문단 경력이 23년이 되었지만 저서는 현재 7권을 발행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렵다. 그간 자드락길을 오르는 심정으로 노력했지만 창작력이 부족해 마음에 흡족한 글은 그리 많지 않다. 나이를 먹으니 감정이 메마르고 영감이 떨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지 자신을 설득하고 있다.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인생의 발견과 의미를 창출하는 문학이다. 아침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 같고, 창밖을 지나쳐버린 예쁜 여인의 옆모습과 비슷하다. 건널목을 지나며 살짝 던져주는 낯선 이의 미소 같은 것, 아니면 기와집의 날렵한 추녀 끝이나 산 밑에 찌그러져 가는 초가집 같은 것이다. 

세월은 물처럼 야속하게 흘러간다. 저자는 나이 미수를 넘어 구순에 치닫고 있으므로 글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 수필 쓰기를 잠시 멈추고 우리 대종중의 문집을 발간키로 돼 있으니 문집 발간에 힘을 쏟아야 할 판이다.

저자는 그간 글을 쓴다는 핑계로 가사에는 너무 소홀했다. 아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그러면서도 냉큼 글쓰기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아내 또한 미수의 나이에 식사 준비, 화분 가꾸기 등을 도맡아 왔 는데, 올해부터는 요양보호사의 일부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지병인 어지러움 증이 심하여 밖에서는 보행기를 이용하여 걷고 있지만 여간 힘든 삶이다. 만약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떻게 문학창작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오로지 아내의 덕으로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그리고 자식과 가족들이 각종 음식과 생활용품을 구입하여 수시로 찾아와 가사를 돌봐주고 있으므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모로 도와준 아내, 자식, 그리고 아트매니저 사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아울러 독자들의 넓은 사랑과 예리한 질책을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안 출생인 저자는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장, 행촌수필문학회장, 한국수필가연대와 전북수필, 부안문협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신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부안군민대상 문화장, 전북수필문학상, 전북신문학상, 전북문협 향토작가상, 부안문학상, 한국예총 부안예술문화상, 대한문학상, 전주예술문화상, 부안 향토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전북신문학 창간호를 발간했으며, 저서로는 ‘초록빛 추억’, ‘대자연의 합주’, ‘한민족의 문화’, ‘달력 속 숨은 이야기’, ‘청렴인생’, ‘세월 따라 걸어온 삶’, ‘내 삶의 흔적’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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