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올해로 24년째 이어지고 있는 선행이다.

27일 오전 10시 13분,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중년남성의 목소리로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였다.

통화 내용은 “이레교회 표지판 뒤에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통화 내용에 따라 확인해보니 주민센터 인근 교회 표지판 뒤에 A4 복사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고, 상자에는 5만 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금액은 모두 8006만3980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로 24년째 총 25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 준 성금은 총 9억6479만7670원에 달한다.

A4용지에는 “올 한 해도 고생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 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시는 그간 얼굴 없는 천사가 베푼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지역 주민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했으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인재에 대한 장학금, 대학 등록금도 수여해왔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이러한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천사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송동 특화사업으로 매월 4일을 ‘얼굴 없는 천사의 날’로 정하고, 지역사회 노인들을 대상으로 중식 제공, 이·미용 봉사, 문화누리카드 장터 개장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며 천사의 나눔 정신을 기려왔다.

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 처음 제정된 HD현대아너상의 ‘대상’과 ‘1%나눔상’의 수상자로 결정되기도 했다.

시상금 2억 원은 전주시에 전달돼 ‘얼굴 없는 천사’가 평소 밝혀온 뜻에 따라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될 예정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을 할 때는 ‘남 몰래’가 아니라 나 자신도 모르게 하라는 뜻이려니 싶다.

황금만능주의가 빠진 자본주의를 사는 많은 이들이 새겨야 할 덕목이 아닐까.

24년 한결같은 선행에 전주가 따뜻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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