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지 넘어 전해지는 잔잔한 감동

이승훈 제3시집 '그대 있는 곳까지' 출간
시인 삶의 태도-시대정신 담긴 작품 눈길

이승훈 제3시집 ‘그대 있는 곳까지’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아련한 추억과 노을 같은 상상이 안개 퍼지듯 시인의 정서에 따뜻하게 배어 있고, 삶과 사물의 뒤안까지 들춰내면서 시와 그림을 병행해 온 시인이기에 시집 속 글들은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잔잔한 감동이 물결처럼 퍼져옴을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쉽고 간결하면서 누구나 이해와 동감이 가능한 시적 울림이 가득하다.

이번 시집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시인이 열망하는 삶의 태도와 직관을 함축적으로 열어준다. 시인의 시를 쓰면서 가닿고자 꿈꾸고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대로 표상되는 이인칭은 시집을 읽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나, 사실은 나와 우리를 포함한 그 모두를 대상으로 설정된 메타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시집은 지나 2019년 이후 써온 백여 편의 시들 중 70여편을 시인이 스스로 가려 뽑아 7부로 구성해 실었다. 시의 맛을 통해 향기를 느끼고 그 숱한 그리움들이 빚어내는 시적인 성취와 시의 정신, 시인이 한평생 살아가면 고뇌한 시의 시대정신, 시인의 밥을 위한 일터를 마무리하는 생각들과 자신이 사는 고장에 관한 시편들을 나누어 묶었다. 시편들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또 다르게 시인이 주목받는 점은 내적인 고뇌를 통해 시대와 역사의식을 게을리하지 않는 시대정신이 담긴 시편들이다. 가령 ‘반봉건’, ‘반부패’, ‘반외세’를 부르짖던 민중혁명이자 한민족 민족주의 뿌리로 여겨지는 동학농민혁명의 전봉준 녹두장군, 그를 오늘의 서울 종로 거리에서 기리는 그의 시 ‘종로 거리에 앉은 그 사람’이나 황토 언덕을 표상하는 시 ‘신우대 울타리’를 비롯해 광주의 오월과 전북의 오월 정신을 오버랩해 떠올리게 하는 시 ‘오월이면’ 등을 통해 이 땅의 민중들이 되새겨야 할 역사의 시간을 째깍거리게 한다. 

‘오금이 저리도록 눈빛은 빛나고 광대뼈는 강직한 북악산을 닮은’ 전봉준의 전옥서가 있던 자리 종로 거리에서 환생한 인물로 역사의 페이지를 펼치듯 시어를 가다듬는 시인. 그는 전봉준의 대지를 붙잡은 손바닥을 느끼며 물억새 피는 동진강이나 만경강으로 피를 토하는 심경은 어땠을까를 반추해낸다. 이같은 심상들이 시인의 기래를 통해 아픈 역사 현실과 겹쳐 파노라마처럼 시어들을 통해 펼쳐 보이는 것이다. 

이런 시인의 시대와 역사의식은 시인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도 고스란히 그 연관성을 지닌다. 평생 교단에 선 시인은 제자들과의 교감 속에서 공동체적 삶을 지향해오면서 이를 승화시켜내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고유한 교육실천에 대한 아픈 성찰과 시들을 시편 곳곳에 깔아 놓는다. 

백학기 시인은 “이승훈 시인은 저 하늘 위에 은하수가 폭포처럼 쏟아지며 빛나는 시적 이미지의 도약을 위해 살고 있다”며 “시인의 앞날에 창창한 시적 이미지가 넘쳐나 이를 시로 쓰는 아름다운 날들이 가득하길, 문운이 혁혁히 빛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시인은 “언제가 사라지는 낙엽, 네 음성, 맑고 고운 종소리, 숲에 간직한 새소리 등이 내 앞에서 사라진다. 비워 두자고 덜어내자고 밀어내 보고 싶어 깊이 애원한다”며 “이 마음 그대 있는 곳까지 전하고 시다. 그래야 뭔가를 다시 지을 것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군산 출생으로 아이올리브 전국공모 연말 가작, 제9회 전북벚꽃 백일장 장원, 가람시조 백일장 장원 등의 경력이 있다. 시집 ‘빈들의 소곡’, ‘달개비꽃 하늘’, 칼럼집 ‘감성 그 시간 속으로’, ‘시와 그림 감성의 바다’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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