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우리나라는 적수공권(赤手空拳), 말 그대로 빈손과 맨주먹이다. 식민지에, 전쟁에, 보릿고개에 세계에서 제일 못 살던 상태였다.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을 국시로 하고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고 시작점을 잡은 몇 분의 선각자들 덕분에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잘 살게 됐다. 

경제는 세계 10위권, 무역 6위권, 국방력 5위권이다. 

2007년에 이탈리아의 GDP가 1인당 4만 달러, 우리나라는 이탈리아의 반인 2만 달러였다. 현재 3만4천 달러로 두 나라가 거의 같다. 

일본과는 5천 달러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런 것이 기적이다. 우리가 무디게 느껴져서 그렇지 이것이 기적이다. 

이 기적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출하여 직원들에게 월급이라도 주려고 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더 좋게, 더 빨리, 더 싸게 만들었다. 기술개발과 제조업의 역할이 컸다. 

기술적으로는 70~80년대까지 전화기(전자공학·화공학·기계공학) 계통의 이공대가 우세했다. 

현장의 공돌이·공순이가 합심해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IMF사태 이후, 종신고용이 깨지고, 그리고 GDP가 2만 달러를 넘어가면서 자연히 인기전공이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쪽으로 기울어진다. 

선진국의 공통적인 공대기피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수능은 전국 1등~3천등까지의 1%가 의대를 들어가기 위해 상위 3만등까지 10%학생이 치열하게 성적 줄서기 수능으로 돼버린 것이다.  

7차교육개정을 거치면서, 수능과 내신을 바탕으로 하는 대학입시는 전형방법이 수천가지에 이르르게 된다. 

고교교육에 왜곡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 대학입시에서 기가 막힌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극성스러운 학부모와 사교육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포자를 양산한다는 미적분II 등의 심화수학 수능배제를 들고 나왔다. 미적분II의 수학은 이공대에 근본기초이다. 

미적분이 배제된 이공학은 있을 수가 없다. 문·리과 모든 학문의 기초이다. 하다못해 미술의 근간도 수학이다. 

기가 막힌 예가 있다. 지난 15년간, 과학영역인 화학·물리·지학·생물 중에서 두 과목만 선택해 수능을 치뤘다. 

필자의 고분자나노공학과에서는 화학·물리는 필수이다. 문제는 항상 30~50%의 신입생들이 물리·화학 수능을 치르지 않고 입학하는데 수능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다. 

고육지책으로 화학수능 미응시자들은 1학년 1학기는 기초화학, 여름 방학 계절학기는 일반화학1, 2학기에는 일반화학2의 삼학기제로 강의가 진행되는 어처구니없는 시스템을 낳았다. 

다행히 통합과학탐구로 바꿔 과학 전과목 개념으로 편성이 됐으나 문제는 이도 고1수준이다. 하향평준화의 극치이다. 

현재 공대입학생의 수학실력은 일천하다. 공대 전통적인 공업수학을 주로하는 전공과목의 강의가 불가능하기에 이르렀다. 

미적분과 수식을 최소화하는 산수 형태로 진행된다. 

더군다나 미적분II까지 고교 기본교육에서 제외되면 교육부 자체가 이공교육을 파괴시키는 엄청난 짓을 하게 된다. 

왜 수포자를 없게 교육시킬 생각은 안하는가? 왜 수포자가 꼭 대학을 와야 되는가? 

1088년에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에서 민법과 교회학로 시작된 대학교육은 1400년경에 자유7과(Liberal Arts, 또는 교양7선)의 7과목이 교양필수로 고착돼 현재에 이르렀다. 

이는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기하학, 천문학, 음악을 뜻한다. 이는 문리과 공통이며 7~800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7과목 중에 2과목이 수학이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출하면서 애플은 기술과 Liberal Arts의 경계선에 있다고 한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인문학으로 엄청난 오역해 인문학 열풍을 가져왔다. 

공대생 1~2학년 학생 자체도 거의 문과생과 같은 교양선택 수업으로 진행이 돼 공대생으로서의 필수적으로 해야 할 공업수학 강의도 못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특히 공학인증을 하고 있는 학과는 전공과목의 편성이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가 경제대국 10위권에서 5위권 이내로 진입하려면 고부가가치 최첨단 분야로 들어가야 된다. 이 분야의 기본은 미적분 등의 심화수학이다. 

가장 좋은 수능제도는 교육부가 간섭하지 말고 각 대학에 넘기는 것이 제일 좋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미적분학 등 수능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은 수능을 쉽게 하고, 전형 방법을 수천 가지로 만들었다고 해 우리 고등학교 학생들의 공부의 양이나 부하가 줄어든 것은 없다.  

대학에서 교육은 고등학교에서 어느 정도 기초를 가지고 와야 그것을 기본으로 그 위에 더 가르치는 시스템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 교수들 보고 알아서 하라라고 하는 것은 교육부의 직무유기이다. 더 멀리로 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토대를 붕괴시키는 짓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수는 만병통치약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