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축 살처분 고통사 vs 안락사 논란

현재 안락사시 이산화탄소 사용
실제 현장 장비로 압사시키기도
현장 목격시 외상후 스트레스로
무조건 죽이는건 비윤리적 주장
산업동물 농가 경제적 피해 최소
질병 전파-확산 차단 중요해
축산선진국 질소가스 거품 사용
전국 지자체 질소가스 도입 5% 뿐
가축 전염병 예방 발상 전환 필요
살처분 질병저항력 키울기회 박탈
전염병 개체절반이상 감염시 소멸
질병 가축 격리 등 사육환경개선을

매년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축산농가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전염 예방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살처분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전북지역은 지난 2006년 조류인플루엔자(AI)를 시작으로 2015년과 2016년 사이를 빼고 매년 발생하고 있다. 그 동안 조류인플류엔자는 21건, 구제역은 3건, 럼프스킨(LSD)는 2013년 국내 첫 발생 이후 전북지역에서는 14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아프리카돼지열병(AST)는 전국적으로 40건이 발행했으나, 전북지역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제1종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서 전북지역에서는 23과 24년 동안 닭 125만리, 오리 125만리 등 총 137만5천마리가 예방차원에서 살처분 됐다.

이를 두고 동물보호 관련단체에서는 살처분은 동물학대라는 주장과 함께 선별적 살처분이 이뤄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살처분을 두고 현재 문제점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매몰축의 인근지역에서 가축추출몰이 혼입된 지하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일시에 많은 가축을 매몰하기 때문이라는 게 동물보호단체 주장이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동물을 매장하는 현장이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살처분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살처분에 대한 논란에 대해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살처분 방법과 철저한 사후관리 

현재 살처분은 대상 가축에 대해 가축방역관(도) 및 감독관(시·군) 지도·감독하에 CO2 가스를 이용하여 신속·안전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안락사시키는 방법으로 시행하고 있다. 안락사시킨 사체를 장비를 이용하여 열처리기에 투입후 바이러스 사멸을 위해 160~170℃에서 1~2시간 이상 가동하고 잔존물 퇴비화를 위해 톱밥, 왕겨 등과 교반 후 농장 내 퇴비장에 부숙 처리하는 이동식열처리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사후관리는 세척·소독을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 발생농장은 재입식까지 주 2회 이상 세척·소독을 실시하고, 총 4단계로 진행된다. 또한 열처리가 완료된 잔존물은 농장 내 퇴비장에 이송·적재 후 퇴비화를 위한 부숙 처리하고 부숙이 완료된 열처리잔존물은 부숙도검사 및 환경심사를 실시하여 이상이 없을 경우 반출을 허용하는 등 철저한 사후관리로 전염 확산을 차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살처분 현장에서는 엉터리 방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민들의 증언으로 밝혀진 살처분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전염된 가축은 살처분하기 위해 동원된 장비로 산 채로 울타리 안에서 가축을 눌러 압사시키고 있다. 죽지 않은 가축은 울타리를 벗어나 이곳  저곳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이 같은 현장 상황에 농민들은 야만적인 살처분 방식에 분노를 쏟아 낸다. 이와 함께 살처분을 당한 농가와 인근 주변 농민들은 살처분 현장을 목격한 후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피해 농민들의 피해를 치유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고민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살처분이 필요한 이유

30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살처분 방식이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살처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크게 2가지 이유로 분류되는데 첫째, 동물복지와 윤리이다. 충분히 치료하고 살릴 수 있는 동물을 죽이는 건 비윤리적이라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그동안 수의학이 발전한 만큼 살처분 이외의 더 효율적인 방역법이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둘째, 정신적 피해다. 실제로 살처분에 가담하는 담당자들이 살아있는 동물들을 죽이면서 겪은 정신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해당 내용과 장면들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는 일반인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전파속도가 빠른 전염병의 추가확산 및 피해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살처분을 통해 병원체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란 입장이다.

소, 돼지, 닭, 오리 등과 같은 산업동물은 반려동물과 달리 경제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축질병 발생에 의한 생산성 하락 및 농가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질병 전파 및 확산 차단이 중요하다고 판단, 살처분이 효율적인 예방 방역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병원성이 높고, 전파가 빠른 질병으로 감염된 닭이나 오리는 분변으로 다량의 바이러스를 배출함에 따라 살처분만이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안락사냐 고통사냐 논란 증폭 대책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면서 닭과 오리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AI에 감염되거나 감염 농가 인근의 가금류는 마대자루에 넣어져 생매장당하기도 하고 이산화탄소 가스로 고통스럽게 질식사한다. 이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급박한 살처분 현장에서 동물의 ‘웰다잉 복지’는 쉽게 외면된다.

AI 살처분 공식 지침에 따르면 감염된 동물은 전기충격이나 약물, 가스 등을 이용해 안락사를 먼저 시키고 매장해야 한다. 이는 동물보호법 제10조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사항이다. 안락사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이산화탄소 가스다.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동물을 고통스럽게 죽인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올 5월 국립축산과학원은 유럽 등 축산선진국에서 쓰는 질소가스 거품을 개발했다. 질소가스 거품은 고통을 느끼기 전에 폐사 전 무산소증으로 기절하게 돼 고통을 최소화한다. 동물복지에 더 적합한 방식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AI 살처분 현장에서 질소가스 거품이 사용된 지역은 미미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질소가스 거품이 개발됐지만 자체 모니터링한 결과 전국 지자체의 5% 남짓만 질소가스 거품을 도입했다”며 “국제수역사무국도 질소가스 거품 사용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복지를 생각한다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보호단체는 이산화탄소 가스가 동물복지를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축예방법 시행규칙은 포괄적으로 가스라고 명시하고 있어 이산화탄소를 쓴다 해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생매장 살처분 논란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현장에서 지침을 어기고 산 채로 매장하는 사례가 공식적으로 파악된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동물단체는 “현장에 방역 담당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농식품부는 현장 실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농식품부와 동물보호단체가 AI 살처분 방식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는 것은 벌써 10년 넘게 되풀이되고 있다. 잔인한 살처분 문제가 매년 반복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부실한 예방책’을 꼽았다. 이 대표는 “죽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살처분은 실패한 정책”이라며 “동물들의 면역력 강화, 건강 증진을 통해 살처분돼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이사도 “근본적인 대책은 백신 접종, 공장식 사육 제한, 철새 도래지 인근 농장허가 금지 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오상집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는 “철새들이 축사 주변에 접근하지 않도록 주변 지역의 사료, 먹이, 풀 등을 말끔히 제거하는 등 환경 관리를 철저히 하고, 축사 간 이동이 있을 때는 반드시 의류나 신발 등을 소독하도록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보호단체 고통사 주장. 이제 무분별 살처분 그만.

이제 가축전염병 예방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치사율이 매우 높은 전염병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률은 점차 감소한다. 면역력을 가진 개체가 늘기 때문이며 길게 보면 이런 저항력은 후대에도 물려진다. 또 개체의 절반 정도가 감염되면 더 이상 전염되지 않고 소멸되고 만다. 때문에 건강한 가축까지 살처분해 버리는 것은 가축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울 기회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다. 행정 책임자들은 국민에게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엄청난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말로도 표현된다.

해결 방법은 살처분하는 데 드는 예산을 가축 사육 환경 개선에 사용하는 것이다. 전염병이 돌 때는 가축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질병에 걸린 가축은 격리해 뒀다가 죽은 개체만 매장하고 살아남은 개체는 다시 사육해야 한다는 선별적 대응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물보호단체는 예방적 살처분은 동물복지를 심각하게 저해할 뿐 아니라 비과학적인 보여 주기식 방역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단체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라 해도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고 폐사율도 10%에 불과해 전염병에 확진된 가축은 전염 속도와 치료 결과에 따라 선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부득이한 살처분 시 반드시 적절한 약물이나 주사 등을 통해 고통을 최소화해 안락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어독스 엄지영 대표 인터뷰 "살처분 고통속에 방치 원칙적으로 이뤄져야"

동물보호단체 (사)어독스 엄지영 대표는 본보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사실상 가축 살처분이 원칙적으로 이루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후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살처분이라고 한다면, 목숨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숨이 끊어질때까지 고통 속에 방치하는 건 더욱 잘못된 행정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엄 대표는 이와 함께 “이번 럼피스킨병으로 살처분 된 소들의 90%가 안락사가 아닌 고통사를 당했습니다. 현재 많은 지역에서는 살처분 시 마취제 없이 고통사를 유발하는 근육이완제만 단독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말이 됩니까.. 그냥 사람이 편한 방식으로 선택된 대량 학살이라고 생각됩니다. 한쪽에서는 그걸 행한 사람들의 트라우마(정신적 충격,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도 상당한걸로 알고 있다”고 전제한 후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이나 예방약 같은 대비책들을 만들지 않고 살처분 명령을 내릴 것이라면 국가에서 원칙적으로 가축 살처분을 행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야한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 ‘간단하다’ 라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물들이 땅에 묻어진다거나,  중장비로 짓눌러 죽인다면 그건 죄 없는 동물들이 학살당하는 것 입니다. 현재 공장식으로 만들어진 너무 좁고 개체 수는 많은 축사의 문제가 곧 전염병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가가 현실을 직시하여 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해왔다.

/김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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