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석 안교협 전북본부대표 전 군산흥남초 교장
/고병석 안교협 전북본부대표 전 군산흥남초 교장

한 나라 국민의식을 나타내는 국어는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표방한다. 우리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세계가 인정한 독창적이고 우수한 우리 한글을 갖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기 국가만의 고유한 말과 글을 사용하는 국가가 몇이나 될까? 

물론 우리 모국어를 지키기 위한 선구자들의 노력으로 오늘날이 있음을 알아야겠다. 일본의 식민지하에 몰래 아이들을 모아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학생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가르쳤던 분들도 있었다. 그 당시 그런 일은 목숨을 걸고 했던 일이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정치인 등 지도자들은 좀 더 모범적으로 언어생활을 바르게 해야 한다. 특히 글 쓰는 이들은 더 말할 나위가 있으랴! 그러나 현실은 누구를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이 국어를 혼탁 시키고 있다. 지난번에 모 전 장관이 광주 5·18묘지에 참배 서명하며 ʻ고히 잠드소서ʼ라고 써서 호되게 비판받은 일이 있다. ʻ고이 잠드소서ʼ라고 썼어야 맞다. 때론 사회적 고위층과 고학력자마저 무지를 엿본다. 이들은 한자나 영어 철자 하나 틀리면 부끄럽고, 우리 국어는 잘못 써도 괜찮은 듯 문화적 사대주의마저 서슴지 않기도 한다.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혼란과 퇴보를 부추기는 주체성 없는 지도층들의 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 돌아와 어린 시절 설렘 있던 그리움과 추억에 젖는다. 그러나 아직도 구정이라고 쓰는 사람들이 꽤 많아 안타깝다. 이제라도 일제가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짓밟으려고 의도적으로 펼쳤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력 1월 1일 설을 신정(新正), 음력 1월 1일 설을 아직도 구정(舊正)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설이 있었을까? 새해 1월 1일을 새해 첫날, 신정, 양력설 등으로 불리고, 그레고리력이 보급된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공휴일로 지정하고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구정(舊正)은 일본이 메이지 시대(明治 時代, 1868~1912) 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을 쓰던 것을 일제 강점기에 우리에게도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설날을 이중과세라 하여 중지하고 우리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하여 자기네 양력 명절을 따르게 하였다.

우리 겨레 최대 명절인 설은 수천 년 내려오던 것이다. ‘고려사’에 이르기를, 설날, 대보름, 한식, 삼짇날, 단오, 한가위, 중양절, 팔관회, 동지를 구대속절(九大俗節)로 지낸다고 했고, 조선 시대에도 설날, 한식, 단오, 한가위를 4대 명절로 꼽을 만큼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오래된 전통이었다. 중국 역사서인 ‘수서’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도 신라인들이 설날 아침에 서로 인사하며, 임금이 신하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고,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 겨레의 명절인 설날은 광복 이후에도 줄곧 양력설에 눌려 기를 못 폈다. 그래도 국민들은 한결같이 설날을 지켜왔으며, 1985년 ‘민속의 날’이라고 하여 1895년 을미개혁 이후 90년 만에 사라졌던 설날을 되찾아 정부에서 공식으로 제정하였던 공휴일이다. 드디어 우리 정부가 198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 설날인 음력 1월 1일을 전후한 3일을 공휴일로 정하여 공포함에 따라 이젠 설날이 완전한 민족 명절로 다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일제 잔재 청산도 있고 한민족을 다스리는 데 쓰이던 구정이란 말을 버리고 꼭 설날이란 말을 써야 한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이에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설명하고 주장해 왔으나, 정부가 공포한 지 35년째나 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잘 못 쓰고 있으니 바르게 바꿔 써야겠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 우리 말을 바르게 쓰고 사랑하며, 가족들과 더불어 즐거운 명절 맞이하세요.

/고병석 안교협 전북본부 대표, 전 군산흥남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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