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철이 다가왔다. 현역 의원이나 총선 후보자들이 가장 바쁜 시기다. 지금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연락이 없던 정치인들도 갑자기 웃음 띈 목소리로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기도 한다. 

국회의원 임기 4년 중 3년 반이 지나고서야 처음 인사를 받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평소엔 뭐 하다가 지금 전화하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많다. 실제 일반 지인들 사이에선 "정치나 여론조사 번호가 뜨면 휴대폰을 끈다"는 이가 적지 않다. 정치에 참여해야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여러 번 얘기해도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치 무관심증 또는 불신 현상이 심각해 보인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60여일 앞둔 전북에도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새만금 예산이 삭감되고, 국회의원 지역구 숫자 감축이 우려되면서 정치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런 비판은 현역 물갈이론으로 이어지고 결국 30% 물갈이, 50% 물갈이설이 떠돈다. 

어떤 정치인은 "언론이 소문을 확산시킨다"고 지적하지만 마냥 소문이 도는 건 아니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다.   

전북은 지난 해 잼버리 새만금 파행 이후 엄청난 곤란을 겪었다. 새만금 SOC 관련 국가예산 삭감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복원하기 위해 과다하게 에너지를 소비했다. 다른 곳에 투입해야 할 에너지를 예산 복원에 힘을 썼다. 그렇다고 당초 자신했던 대로 완벽하게 복원한 것도 아니다.   

새만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적정성 검토라는 '빅픽처' 대목에서 더 크게 상처를 입고 있다. 정부의 '선한 의도'와는 달리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예측하기 어렵다. 만일 이번에 새만금이 무너진다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새만금 이후 또 하나의 큰 산이 있다. 바로 전북의 국회 의원정수 문제다. 21대 국회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10석을 유지했다. 그러나 4.10 총선이 임박해도 10석이 유지될지, 9석으로 축소될 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더욱이 전북 의원들 사이에서도 어떻게 10석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21대 국회는 어수선한 사안이 많았다. 하지만 전북 의원 중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역 중심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전원이 출마를 선언하고 중앙당에서 면접을 봤다.  

정치인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사즉생이다. 한번 죽으면 영원히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은 대부분 아둥바둥 버틴다. 중앙당으로부터 현역 평가 하위권에 들었다는 통지를 받은 후에야, 출마 여부를 고민할 것이다. 아니면 탈당해 제3신당을 노크할 수도 있겠다. 

매 선거 때마다 선거 후보자들은 "책임지고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그 선언은 눈 녹듯 사라진다. 잼버리 파행과 전북 지역구 감축설 이후 타 지역이 전북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선 심도있게 숙고하지 않는다.  

도민들의 자존심이 상했는데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면, 정치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미리 후퇴하면 다음 기회에 2보 전진할 수 있는데 근래의 전북은 '결과'를 듣고서야 행동하는 정치인이 많은 편이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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