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도내 정치인들이 '이재명 피하기' 현상을 보이고 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직접적인 공천권을 행사하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최근 이 대표가 총선 출마 예정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면담을 통해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주문'하고 있다는 소문이 당 안팎에 파다하기 때문이다. 

중앙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언급하는, 윤석열 정부 탄생에 책임이 있거나 후진에게 '길'을 터 줘야 하는 선배 정치인들 중에도 도내 원내외 인사들이 포함될 수도 있다. 특히 공천 심사 및 관리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라는 평이 많아 일단 컷오프, 불출마 요구가 떨어지면 헤어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대표나 이 대표의 최측근이 불출마를 주문할 경우 이를 무시하고 출마하기가 쉽지 않다. 공천이나 경선에서 살아남기는커녕 오히려 불명예스럽게 퇴진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 

과거에도 총선거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핵심 인사가 '저승사자' 역할을 해 왔다. 김대중 정부 출범을 전후해선 도내 정치권도 상당한 물갈이가 이뤄졌는데, 이 때 악역을 맡았던 이들의 위력이 무시무시했다는 평이 지금도 나온다.  

특히 이재명 체제 중심의 민주당, 그 중에서도 전북 정치권은 이 대표의 의중이 중요하다. 이 대표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면 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 대표 입장에선 이번 4.10 국회의원 총선은 물론 이후의 전당대회 그리고 차기 대선까지 중심이 되기 위해선 22대 총선거에서 자신의 '직할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민주당 어느 누구도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실정. 실제 이 대표에게 반항해 탈당하기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도내에선 아직 이 대표로부터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이는 없다. 만일 통보를 받았더라도 마지막까지 버틸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불출마 권유를 받아들이기 어려운데다 자신의 지지자들은 더 격하게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본인 스스로 불출마나 수도권 등 험지 출마를 결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 이 대표는 최근 수 명의 인사에게 전화나 면담을 통해 불출마,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는 설이 퍼지고 있다. 가뜩이나 현역 의원들은 하위 평가 20% 명단 통지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이 대표는 물론 임혁백 위원장의 전화 통화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천심사 전이라면 이 대표나 임 위원장과의 통화나 면담을 자연스레 공개했겠지만, 공천심사 막바지인 최근엔 "전화벨이 울리는 게 무섭다"는 인사가 도내에 수두룩하다.

/김일현기자 khe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