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풍 위 펼쳐진 글과 그림의 향연

청목미술관 '병풍펼치다'
21일부터··· 석전 황욱
도연명 귀거래사 8폭병풍 등
소장 병풍 7점 선봬

청목미술관은 ‘병풍 펼치다’ 전시를 21일부터 3월 10일까지 개최된다. 미술관 소장품 중에서 병풍을 골라 7점을 선보인다. 전시작품은 8폭 병풍 6점과 12폭 병풍 1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병풍이 가진 본래의 기능인 가리개나 장식물의 역할을 초월하여, 병풍을 펼쳐 그 안에 가려졌던 그림과 글씨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병풍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병풍을 평평하게 펼쳐 벽에 고정, 병풍의 기물로써의 기능을 사라지게 하였다. 지그재그로 접혔을 때의 공간감이나 입체감은 보다는, 병풍 그림의 회화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병풍은 그 용도와 위치상 뒤쪽에 배치되어 부차적으로 여겨지며, 그 존재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병풍의 글과 그림이 주인공이 되어 그 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그 자체로 갖는 깊이 있는 이야기와 예술적 가치를 강조하고자 한다.

병풍은 오랜 시간 한국인의 곁에 머물러 있었다. 공간을 분할하고, 찬 바람을 막아 주며, 집안을 장식하는 가구와 같이 변신하며 다양한 역할을 했다. 또한 사람들이 복을 빌고 소원성취를 바라는 기원물로도 쓰였다. 

2개 이상의 판을 종이 띠로 연결하여 만든 것을 연결 병풍이라 하는데 8폭 병풍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림이나 글씨, 자수 등을 배접하여 나무 틀에 밑종이를 여러 겹 붙여 만든 판에 다시 붙이고 판들을 연결하여 세울 수 있게 만든 장황 형태이다.  

전시 참여 작가는 석전 황욱, 강암 송성용, 오담 임종성, 소림 송규상 작가다. 

석전 황욱 선생의 작품은 한지에 먹을 입힌 도연명의 귀거래사 8폭 병풍이다. 

전북 고창 출신인 선생은 일평생 한학을 수학하고 정신문화와 예술 사유의 기반이 되는 서예에 정진하고 중국 명필의 여러 서체를 섭렵하며 깊이 있는 서의 세계를 탐구했다. 1960년경부터 오른손 수전증으로 붓을 잡기 어렵게 되자, 왼손바닥으로 붓을 잡고 엄지로 붓꼭지를 눌러 운필하는 악필법(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중풍으로 오른손에 마비가 와서 좌수서예가로 유명했던 유희강(柳熙綱)과 쌍벽을 이룬다는 평을 들었다.

대표적인 금석문으로 독립기념관 장건상선생어록비와 구례 화엄사 일주문, 불국사 종각, 금산사 대적광전 등의 편액이 있다. 

강암 송성용 선생의 12폭 병풍도 소개된다. 선생은 뛰어난 기법과 고아한 인품으로 한국서예의 독자적 경지를 이룬 대서예가이자 대유학자다. 그는 ‘본립이도생(근본이 서야 방법이 생긴다)’과 ‘온공자허(온순하고 공경하며 스스로 늘 부족한 듯이 사는 삶)’를 좌우명으로 삼고, 오롯이 화선지와 붓, 그리고 먹과 책만을 벗하며 꼿꼿한 선비정신을 지켜왔다. 한평생을 올곧은 정신과 격조, 단아한 품격으로 살며 강직한 성품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이자 한국 서단의 거목이다.

오담 임종성은 8폭 병풍 묵죽도를 만날 수 있다. 악필서체로 유명한 그는 다섯 손가락 모두 사용, 붓을 감싼 채 글씨를 써내려가 힘이 넘치는 활력이 솟아난다. 69년부터 붓을 잡기 시작하여 독학으로 서예를 익힌 선생은 힘찬 선과 좌우 균형이 잘 잡힌 서체, 그리고 중후하고 화려한 붓의 율동은 운필이 갖는 조형미를 잘 드러낸다.

소림 송규상은 8폭 병풍 대둔산 전망도가 소개된다. 소림선생은 그립고 아름다운 고향의 산천과 봄의 화창한 풍경을 찾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본 실경을 드로잉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맑고 투명한 수묵의 멋과 절제되면서도 담백한 기법이 독특하게 조화를 이루어 수묵담채화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수묵화의 세계를 당당하게 선보이며, 고장의 정취와 풍광의 아름다움을 그의 독특한 화풍으로 표현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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