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고통과 환희 그리고 성찰

삶의 본질을 긍정하며 자본주의에
침윤된 현대적 삶의 실상-부조리 고발

김현조 시인의 시집 ‘비사벌에는 달 냄새가 난다’가 출간됐다. 

김현조 시인은 머리말에서 ‘내가 지은 시를 이야기 시라고 이름 지었다’고 말한다. ‘이야기가 없는 길은 쓸쓸하다’는 그의 말처럼 삶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남긴다. 시인이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삶의 고통과 환희와 성찰에 관한 이야기이다. 거기에는 삶의 숙명적 본질을 긍정하며 생명을 연민하고 자본주의에 침윤된 현대적 삶의 실상과 세상의 부조리와 비리를 고발하고 생태주의와 공동의 선을 지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이러한 시적 전통은 멀리 고대의 시경으로부터 조선 후기 정약용의 시를 거쳐 현대의 리얼리즘시로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흐름이다.

시의 정서는 기억으로부터 파생된다. 개인의 기억이란 사적으로 소유되고 개인의식의 용량 안에서 저장된 것이다. 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억은 사회적으로 할당된 하나의 현상이다. 우리는 특별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표현에 대하여 대화적인 반응들을 기억한다. 그런 점에서 언어란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어느 특정한 개인이 소유한 자신만의 인지 과정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실행하는 게임’이다. 결국 시란 하나의 게임이다. 나만의 암호체계로 나의 사상과 감정을 표출하는 장르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시는 일점집중의 미학을 추구하는 데 비해 이야기 즉 서사는 시간의 흐름이 개입되기 때문에 장르 선택의 문제를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존재는 태어나고 자라고 시들어 죽는다. 제행무상, 생주이멸의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이러한 존재의 숙명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정서는 부조리의 정서와 '회감미'의 정서이다. 그것은 개인적 차원에서도 역사적 차원에서도 발생한다. 필멸의 존재로서 인간은 매 순간 상실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천명했듯이,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러므로 애착하고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했을 때 인간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애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애도행위의 하나로 글쓰기 또는 시 쓰기가 활용되기도 한다. 상실이란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즉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동물, 상황, 그리고 물건 등을 잃어버렸을 때에 우리 내면에 느끼는 감정의 파편이며 비애의 고통을 동반한다.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은 매우 가까운 관계의 단절로 인해서 발생하는 반응이며 이러한 감정 상태 속에는 슬픔, 분노, 무기력함, 죄의식, 절망 등 복합적인 감정이 작용한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상실되어 진 객체에 의하여 더 이상 영향을 미지치 않게 되면서 자아가 자유롭게 되고 거기서 애도가 완성되는 상태로 본다. 정신분석 이론은 상실이나 비애를 무엇인가를 극복하고 무엇인가에서 벗어나는 상태로 설명한다. 시인들은 시를 씀으로써 자신의 인생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던 사람이나 사물, 상황을 적극적으로 회상하는 적극적인 과정을 거친다. 그것은 창조적인 과정으로 관조를 통해 인생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시를 쓰는 행위는 추억이라는 이미지에 수동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기억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김현조 시인은 “봄을 위해 창문을 열어두어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 수채화를 보면서 두근거렸던 시, 첫서리 내린 아침을 늦게 알아채도 허물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시로 공유되어지길 바랐다”며 “내가 지은 시를 이야기 시라고 이름 지었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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