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재상 거목건설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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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계의 전방위적인 반발을 사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유예안이 끝내 무산됐다.

법안 유예를 강력히 요구해 왔던 중소기업 단체들은 “매우 통탄스럽고 비참한 심정”이라고 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와 건설업계 협·단체는 29일 논평을 내고 “결국 83만이 넘는 중소기업인과 중소 건설인, 소상공인은 형사 처벌에 따른 폐업 공포에 빠졌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단체는 “지난 31일 국회를 시작으로 수도권, 호남권 등 전국 각지에서 이어진 결의대회에 총 1만2500여명이 모여 법 적용 유예를 간절하게 호소했다”며 “하지만 2월 1일에 이어 오늘 법안 처리가 재차 무산됐다”고 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절박한 심정으로 끝까지 호소했지만 민생을 위한다는 국회에서 중소기업들의 마지막 목소리는 무책임하게 외면당했다“고 성토했다법안처리가 무산되면서 83만 명이 넘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예비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고물가, 고금리로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는 와중에 형사처벌에 따른 폐업의 공포를 더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중소기업이 폐업의 공포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게 하고, 근로자들도 실직 걱정을 덜고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회가 강조하던 민생 문제다.

그러나 중소기업인의 다급한 절규를 정치는 끝내 외면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표가 영업 관리 등 1인 다역을 하고 있어 장기간의 수사와 재판 등에 따른 대표의 부재는 폐업과 근로자들의 실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실형을 확정받은 사례를 보면 사고 발생일로부터 형 확정까지 약 1년 9개월이 걸렸다.

장기간의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버텨낼 수 있는 영세 중소기업인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걱정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인적 역량, 재정 부족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조차 모르고 있어 외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컨설팅을 위한 인력과 인프라의 한계는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지원은 늦어졌고 그나마 충분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대기업과 달리 전문인력이나 법률 지원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처벌이 집중될 우려도 큰 상황이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가 해법이다.

그래서 중소기업계는 열 번이 넘게 법 적용 유예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무산 이후에도 각 지역에 집결해 준비기간을 늘려 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또다시 무산됐다.

중소기업들은 영세하지만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국가 경제가 돌아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로 박한 이익에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서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내며 중소기업 몫을 감당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근로자의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 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근로자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자 가족이다.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중소기업은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기업 없는 근로자도 생각할 수 없다.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그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의 사업 의욕을 꺾는 이 법의 시행으로 정작 근로자가 일해야 할 일터가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것이 뻔하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로 국내 제조업에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중소기업은 지금보다 더 힘들고 불안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 피해가 근로자들과 중소기업인들에게 돌아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난 29일 열린 본회의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로 4·10 총선 전까지 본회의 일정은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21대 국회 임기는 5월 말까지로 그 전에 표결에 부쳐지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되고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재상 거목건설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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