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필자는 2014년도에 학회 참관차 쿠바를 방문했다. 

그 당시에 TV의 여행 프로그램에서 최후의 엘도라도, 시간이 머무른 하바나, 유기농 최후의 도시 등등의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돼 소개됐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가고 싶은 나라였었는데 쿠바의 친구 초청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LA에서 칸쿤, 하바나로 비행기를 갈아탔다. 칸쿤-하바나는 국영 쿠바 항공사인 에어 하바나를 이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 세계에서 타지 말아야 할 3대 항공사는 북한의 고려항공, 이란의 이란항공, 그리고 쿠바의 에어 하바나였다. 

고려 항공은 서비스 문제로, 이란 항공은 NPT제재로 신규 항공기를 살 수가 없다. 

모든 이란 항공기은 최소한 40년이 넘었다. 뜨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에어 하바나는 연착이 상상을 초월한다. 

12시간 연착은 다반사였고 하루·이틀도 연착한다. 나중에 귀국하는데 결국 이 연착 때문에 고생했다. 

하바나의 한 호텔에 도착한 순간, “아!“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한 층에 10객실씩 10층, 백개 객실의 호텔이었는데. 전화는 프론트에 단 한 대였다. 

틈이 벌어진 창문, 비닐 장판지와 같은 침구, 결정적으로 화장실에 물이 나오는 시간은 새벽 2~4시경이었다. 알 수 없는 냄새도 자극했다. 

프론트에서 껌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는데 여직원이 하나만 달라고 한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껌 모두를 주었다. 

주위에 청소하는 동료 아주머니를 부르더니, 반씩 나눠 먹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줄 수 있는 모두 주었다. 

하바나의 거리는 1959년에 쿠바가 해방돼 미국을 내쫓을 때의 상태로 더 이상 발전된 것이 없다. 거리에는 당시에 미국산 자동차가 돌아다닌다. 

올드모빌이다. 이 차의 엔진은 현대산 중고 디젤엔진이다. 그것도 얼마나 오래됐는지 매연이 그득하다. 

국민들의 월급은 30~40달러로 임금이 북한과 함께 제일 저렴한 나라이다. 국가에서 식용유, 밀가루, 설탕을 배급해 줬다. 

미국으로의 밀항이 급증하였다. 쿠바와 미국 플로리다 키웨스트와의 제일 가까운 곳은 100km도 안 된다. 

이곳을 건너려다 얼마나 죽었는지 모른다. 

미국으로 밀항한 난민들이 보내주는 달러로 쿠바경제가 움직인다. 

집의 앞마당에 돌을 쌓아 흙을 채우고 식구들의 분변으로 상추를 재배하고는 무농약·유기농이란다. 

진짜 가난하다. 그러나 낙천적이고 자존심만은 세계 제일이다. 

어느 관광지에서 한 노인이 절구질만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직업이 절구질이었다. 하루 종일 절구질하는 시늉만 한다. 모든 직업이 평등했다. 공산당에서 추첨으로 직업을 배정한다. 

의사들의 월급이 고작 250달러다. 남미의 다른 나라로 의사를 수출하는데 연봉이 2만5천만 달러라고 했다. 

학회가 열린 곳이 하바나 대학의 대강당이었다. 

구소련이 지어준 곳이고 성당같이 웅장했으나 수돗물이 안 나오는 화장실의 냄새가 온 건물에 진동한다. 

이때는 이미 한류가 시작되어 당시 TV드라마 “내조의 여왕” 시청률이 70%를 넘었다. 

100%시청률이 나온 대장금·주몽의 열풍은 이미 지나갔고 BTS 등 K-팝이 쿠바를 휩쓸었다. 

이유가 국영TV방송을 틀면 카스트로가 나와서 계속 공산당 계몽방송·교육방송만 나왔다. 

폭력·키스신과 미국 방송물은 아예 방송을 할 수가 없었다. 고르다 보니 착한 K-드라마가 제일 적합한 것이었다. 

쿠바 국민들뿐만 아니라 남미 지역 모든 사람들이 K-문화에 빠졌다. 

귀국길에 하바나항공이 12시간 연착을 하였다. 쿠바는 우리나라하고 국교가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북한으로 보낸다는 소문이 있었다. 

멕시코-미국 경유선은 이미 놓쳤고 간신히 에어 프랑스를 무려 4천 달러를 주고 빠져나왔다. 결국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귀국하고 바로 TV 방송 프로그램 피디들한테 전화를 했다. 그렇게 못 살고 형편없는 나라보고, 최후의 이상향, 무슨 시간이 멈춘 곳 등으로 미화를 했느냐고 항의를 했다. 

그랬던 쿠바가 드디어 우리나라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쿠바는 원래 구한말 하와이와 멕시코를 거쳐 쿠바까지 이민 간 원조 이민국이다. 

이역만리 그곳에서 뛰어난 코레아노의 성실성을 보여주신 우리 대한민국 교민들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하며 수교에 축하 보낸다. 

/강길선 전북대학교(고분자나노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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