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한국전통문화전당 본부장
/이영욱 한국전통문화전당 본부장

내가 사는 동네는 남고산성 인근이다. 조금만 내려가면 국립무형유산원과 전주한옥마을, 그리고 서학예술마을이 있다. 시간을 내서 조금만 더 발품을 팔면 남부시장과 동문거리까지 2km이내에 전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와 예술·생활문화 등 많은 볼거리들을 접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업무상 일정도 있고 해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서서 국립무형유산원을 지나 전주한옥마을로 향했다. 국립무형유산원 맞은 편 천변도로에 주차 량을 보면 당일 관광객들이 얼마나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꽤 많은 차들이 주차해 있는 것을 보니 적지 않게 방문한 모양이다. 나는 국립무형유산원이 들어서기 전부터 동서학동에 거주했는데, 우리 딸과 아내는 이곳에서 산책도 하고 행사가 있을 때면 관람도 하며 잘 이용하고 있다. 특히 누리마루 3층에 위치한 ‘책마루’는 내가 늦깎이 공부를 하면서 3년간 주말에 시간을 보냈던 공간이다. 나른한 오후에는 낮잠 자기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남천교의 ‘청연루’를 지나 한옥마을로 향하는데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까진 관광객들이 북적이지는 않았으나, 삼삼오오 태조로와 은행로를 거니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식창의센터에서 주관하는 행사 참석을 위해 우리놀이터 마루달 야외마당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는 ‘전주 관광상품(디저트)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전주한입’ 팝업스토어를 개장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행사는 전주다운 디저트를 개발하고자 공모를 통해 최종 5개 업체가 선정되었고 선정된 전주관광상품(디저트)을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선보이며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하고자 진행되었다. 참가한 업체들은 매우 진지하게 또는 긴장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맞아하였다. 그리고 우리 직원들은 관광객 안내와 선물증정 뽑기 이벤트 등을 진행하면서 행사장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갔다. 오픈 이벤트를 마치고 본격적인 판촉행사가 진행되었고 수많은 관광객들의 참여와 관심으로 준비한 디저트가 일찌감치 마감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는 행사가 마무리되는 걸 보고 동문사거리로 향했다. 동문시장 쪽으로 가는 길에 전주한옥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현란한 전자오락실을 보면서 왠지 묘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주에 몇 남지 않은 수제양복점인 춘하추동을 지나 동문사거리에 있는 동문헌책도서관에 들렸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으며, 지하에 만화방은 아이들과 가족 또는 연인들이 보드게임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전에는 가보지 않았던 3층 옥상 문을 열고 나가보니,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제법 분위기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동문헌책도서관은 2022년 12월에 전주시에서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개관한 곳이다. 난 가끔 딸과 함께 이곳을 찾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난 야시장을 구경하려고 남부시장으로 향했다. 한옥마을 경기전을 지나는데 많은 관광객들이 일제히 남부시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도 함께 관광객이 된 기분으로 야시장을 향했다. 5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아직도 오픈 준비를 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벌써 많은 관광객들이 거리를 오가며 음식을 구입하고 시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전과 달리 야시장 중앙에 위치한 판매대 외에도 길에 인접한 상점에서도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십자형태의 거리를 신속히 돌아보고 남부시장에 오면 꼭 들리는 ‘남부시장 청년몰’로 향했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역시나 전과 같이 분주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와 친한 지인이 이곳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작가적 시점으로 제작한 ‘에코백’만으로도 나름 수입되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계단 벽에 청년몰의 연혁이 쓰여 있었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문전성시)’으로 시작되었다.

이젠 집으로 가기 위해 남부시장에서 나와 싸전다리로 향했다. 싸전다리를 건너면 바로 서학예술마을이다. 최근 조성된 예술광장 옆 오랜 시간이 걸려 완공된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 들렸다. 도서관은 3개 동으로 이루어져있으며 기존 도서관과는 달리 예술 감각의 따뜻한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다. 마을 거리에는 작고 아담한 공방들과 책방, 커피숍 등 있다. 자주 지나가는 거리인데도 오늘 따라 색달라 보였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왠지 모르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주가 가지고 있는 전주다운 문화가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새롭게 생성되고 지속되길 바란다.

/한국전통문화전당 이영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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