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전북물포럼 민간대표 군산대 명예교수
/강동희 전북물포럼 민간대표 군산대 명예교수

3월 22일은 1992년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부족한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평화적인 배분을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이다. 세계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현재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인구가 3분의 1을 넘어섰고, 향후 물부족 및 수자원 배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은 공유재라 낭비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낭비하는 행동을 ‘물 쓰듯이’ 한다고 비유한다. 이는 안정적인 물공급 정책으로 상수도 보급률이 100%에 달하니, 주변에서 쉽게 물을 구할 수 있어서 생겨난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을 ‘물 쓰듯이’ 사용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2000년대까지만도 우리나라의 가뭄은 빈도가 높지 않았으나, 2012년 이후 지역에 따라 국지적 가뭄이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작년 초까지 2년 이상 지속된 호남권 역대 최악 가뭄으로 인해 도내 섬진강댐의 저수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편, 강수의 지역편중도 심화하여 어느 지역이 극한 가뭄을 겪는가 하면 같은 시기에 다른 지역에서는 물난리가 나기도 한다. 충청권의 경우 작년 7월까지 최장기의 가뭄으로 시달리던 중 갑자기 5일 동안 쏟아진 570mm의 집중호우로 졸지에 큰 호우 피해를 겪었다. 

 물 부족이나 오염은 지역간 분쟁은 물론 지역내 갈등을 유발한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고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고 소통·협력하는 유역 물관리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전북특별자치도는 2020년부터 전북물포럼을 운영 중으로 전북 내 물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산·학·연·관 물 관련 전문가 40여 명으로 구성된 전북물포럼은 주기적으로 지역 외부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전북의 물 현안에 대한 토론을 통해서 전북의 물관리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찰하고 상호교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포럼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정책·계획, 갈등·조정, 참여·문화의 3개 분과를 구성하여 전문성과 현장 활동성을 강화하였다. 정책·계획 분과는 정부의 물관련 정책을 분석·평가하고 지역 차원의 대응전략을 모색한다. 갈등·조정 분과는 전북자치도가 이해당사자가 되는 갈등 사항을 논의한다. 참여·문화 분과는 물관리 거버넌스와 물문화 활성화 방안을 고민한다.

 지난 4년간 전북물포럼은 적극적인 참여와 행정의 지원으로 물관리 거버넌스의 선도 모델을 구축하고 다양한 성과를 도출하였다. 호남권 역대 최악의 가뭄 시기에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여 정부의 가뭄대책 지원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였다. 이뿐 아니라 수계관리기금, 가뭄·집중호우 대응, 거버넌스 활성화 등 분과별 이슈 대응을 통해 전북의 물환경 문제 및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였다. 이런 활동으로 전북 내 산·학·연·관 전문가 간 지식공유 및 공동대응 역량이 더욱 심화되었고, 유관기관 네트워크도 활성화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물관리 현안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지역 안팎의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전북 물포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전북 물포럼이 국내 물관리 거버넌스의 선도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물의 날을 맞이하여 너무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해 온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강동희 전북물포럼 민간대표, 군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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